환율 고공행진 그리고 한국인
환율 고공행진 그리고 한국인
  • 박세정객원기자
  • 승인 2010.09.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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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다양한 지폐

 호주에 가기 전에 외국에 전혀 나가본 적 없던 나에게 한국에서 호주 돈을 환전 하던 기분은 참으로 남달랐다. 호주지폐는 구겨도 구겨지지 않고, 물에 젖지도 않던 특이한 재질이었다. 비록 우리나라 화폐는 아니었지만 지폐 색깔과 동전 크기에 익숙치 않아 애를 먹었다. 특히나 동전은 한국과 반대로 작을수록 가치가 커졌다. 계산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돈을 세는 내 모습에 점원이 직접 내손위에 있던 돈을 들고 가거나 세어주기도 했다.

 점점 호주의 물가에 익숙해 지면서 돈의 소중함을 느끼곤 했다. 호주는 작년 이맘때쯤 환율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분명 호주로 출국하기 전엔 9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1000원을 호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상승했던 것은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출구전략의 하나로 정부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몇 달 간격으로 한국에서 돈을 송금 받던 나는 미리 많은 돈을 송금 받아 놓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이 후회 했다.

 호주에 가서 일을 안 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돈을 송금받기 마련인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현지에 계좌를 만들어서 송금받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시티은행을 이용하면 가장 수수료가 저렴해서 많이 이용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한국에 있는 은행카드를 이용해 돈을 한꺼번에 뽑아서 현지 은행에 예치해 놓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현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결국 환율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기에 한국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호주에 온지 5개월 만에 알게 된 이 방법은 사실 불법이다. "역송금" 이라 칭하는 이것은 경제를 공부했던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주 경제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역송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현지에서 한국교민들이 획득한 호주돈을 한국으로 송금할 때 현지 은행을 이용하면 많은 매입원가가 낮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또한 수수료까지 붙으므로 돈을 송금할 때 많은 돈을 차감 당한다. 반대로 호주에서 돈이 필요한 사람은 한국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은행을 이용하면 매입원가가 높을 뿐 아니라 수수료가 붙는다. 이때 중간에서 돈을 보내는 사람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돈을 받아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바로 역송금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돈을 한국으로부터 받아야 했으므로 한국에서 이 역송금 업자의 한국계좌에 돈을 넣어주면 이 역송금업자는 현지 계좌에 있는 호주돈을 은행의 기준 환율 보다 싼 가격으로 수수료 없이 내 현지 계좌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방법은 한국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시드니에서는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불법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길 바란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방법을 다른 나라의 외국교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뿐더러 사용하지 않았다. 학원친구에게 이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자 내 친구는 한국 사람들의 돈에 대한 타고난 절약정신에 놀란 건지, 불법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에 놀란 건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호주의 한국인들은 악착같이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많은 돈을 번 사람을 봤다. 그중 몇몇은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고 살기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큰 돈을 만지며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지 상인들도 이런 점을 이용해서 교민사이트에 많은 유흥업소 광고를 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웠 던 사례는 돈 없는 학생 워홀러들을 대상으로 시급이 높은 호주 현지 직업을 소개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사건이 한국인들 사이에 화제화가 되면서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한국사람은 절대 믿지 마라!"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퍼지고 있었다.

 실제로 내 주위에서 워킹비자

를 가지고 일자리를 찾던 동생은 중년의 한국 회계사를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는 명분으로 아는 동생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업체로부터 일자리를 소개받고 호주회사로 취직이 되어서 간
▲호주의 ATM 기기
사람들도 중개업체에서 해준 말과 실제로 달라서 돈을 받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오기가 허다했다.

 

정말 호주라는 곳은 돈 없는 학생들에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임에 분명하지만 수많은 유혹에 자신의 목적을 잊은 채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곳에 가보지 않은 이상 이런 말들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야 많겠지만 호주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경험하고 온 사람이라면 호주는 만만치 않은 곳이다.

 내가 본 호주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누구보다 강하다. 강하지 않으면 쉽게 휩쓸려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널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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