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대학생들이여, ‘미디어’를 논하라
(외부칼럼) 대학생들이여, ‘미디어’를 논하라
  • island89
  • 승인 2008.09.1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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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대학생들이여, ‘미디어’를 논하라
  박선미 교수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앨빈 토플러가 인류에게 다가올 ‘제3의 물결’로 예고했던 정보화시대는 이미 우리 사회의 일상으로 정착했다. IT와 디지털기술이 생활 속으로 저변화되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분야는 바로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이제는 더 이상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가 유일한 정보제공 수단이 아니다.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말이 입증하듯이, 무수히 많은 미디어들이 등장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고 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같은 1인 미디어들이 보편화됨에 따라, 대중은 정보 소비자는 물론 정보 제공자의 위치까지 겸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무턱대고 긍정적인 현상인 것만은 아니다. 데이터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송하는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의 감성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가 온라인으로 몰려듦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는 대중의 감성은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클릭수가 높아지면 광고수익도 높아지기에 콘텐츠 제공자들은 이런 즉흥적 관심을 유발하고자 더 선정적이고 더 자극적인 정보만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도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미디어를 읽어내야 할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종이신문보다는 포털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뉴스에 더 익숙하고,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더라도 꼭 한줄씩 자신의 멘트를 댓글로 남기고 싶어하지는 않은가?  

물론 종이신문이든 포털이든 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라는 것은 매 한가지고, 그 가치를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심코 클릭하는 정보가 과연 내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그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정보와 지식욕을 충족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남기는 댓글 한 줄도 마찬가지다. 익명성을 담보로 한 온라인에서의 발언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이, 단 한번이라도 ‘자유와 책임’의 상관관계에 관해 고민해본 적은 있는지. 혹자의 표현대로, 인터넷 미디어를 개인적 감정의 ‘해우소’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는 ‘인터넷’인 반면,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는 여전히 ‘신문’과 ‘텔레비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에 대해 스스로도 신뢰를 가지지 못하는 아이러니. 그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새삼 강조돼야 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 좁은 의미로는 ‘미디어를 이용하고 읽어내기’로 해석되지만, 단순히 '미디어를 사용, 구사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아가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정보미디어를 구사하여 정보를 활용하거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으로까지 확대해석되는 것이 정보화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다.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확대될 때, 비로소 대중은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빈번히 논해지고 있는 ‘웹2.0’의 모토는 개방, 공유, 그리고 참여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용자’의 지적․도덕적 인프라가 구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웹2.0’을 이끌어나가야 할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해와 활용의 도구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대중이 구현될 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의 참된 의미가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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