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키다리 아저씨를 본적 있나요?
당신의 키다리 아저씨를 본적 있나요?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1.02.2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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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오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한 지붕 세 가족 이야기

 

대강당 옆에 위치한 4119기동보수대 건물
 본교 대강당 옆 빨간 벽돌건물에 담쟁이 넝쿨로 둘러싸인 그 곳에는 우리 학교의 키다리아저씨들이 살고 계신다. 우리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묵묵히 우리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키다리아저씨들. 4119 시설기동보수대원들은 사무실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거의 없다. 학교 내의 모든 시설을 관리, 보수하기 때문에 캠퍼스 이곳 저곳을 오토바이로 돌아다니며 일하시다보니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4119 시설기동보수대는 한 지붕 세가족이다. 전기팀에 2명, 건축팀에 3명, 보일러팀에 6명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같은 이유로 일하며 화목하게 살고 계신다.

 부산에 많은 눈이 내린 탓인지 포근하게 느껴지던 날, 건설팀과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설팀은 이 날 4층 후생복지관 휴게실에 예비군대대 사무실이 이전 예정중이어서 새롭게 페인트칠이 한창이었다.


드릴로 문의 잠금장치를 달고 있는 안영국(50)씨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며“뭘 취재할게 있다고 이런 데에 다 찾아와요”하시며 꼭 우리 아버지 같은 말을 건넨다.

체육관 수도꼭지를 손보고 있는 설비팀
옆에는 파란 작업복에 흰 페인트가 패션처럼 여기저기 묻어있는 또 다른 아버지 한분이 일하고 계셨다. 자녀들 모두가 해양대 출신인 안세진(51)씨는 아들녀석과 같이 학교에 다닐 때 자주 일하다가 마주치기도 했다며“그때마다 아들녀석하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었지.

 반가움 마음과 미안함 마음이 동시에 들더라구”안세진씨는 해양대 학생들이 자기 아들, 딸 같다면서 일하는 것에 아주 큰 보람을 느끼셨다. 이야기 도중에도 호출전화는 계속 울린다. 바쁘시다. 페인트칠이 마무리 될 갈 무렵 휴게실 안에는 나와 아까부터 조용히 일만하고 계시는 한 분만이 남았다.
붓을 내려놓고 모자를 벗은 뒤에서야 해양대와 많은 세월을 같이 하셨던 신각현(56)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79년도부터 해양대에서 일하신 신각현씨는“내가 이 학교와 동고동락한지도 꽤 됐지. 아마 경력으로 따지면 20위권안에 들 걸”하며 웃음지어 보이셨다.

신각현씨는 인생의작은목표가있다.“ 내가 배우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내 자식들에게는 마음껏 가르치고 싶었어. 자식들 위해서 예전에 안 가 본데가 없이 일을 했지”사우디,필리핀, 대만 등 나열하기 힘들만큼의 나라이름들이 쏟아졌고 소설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수 있었다.

후복 4층에서 공간이전 작업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

신각현 씨는 해양대학생들이 중요한 시기에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후회없이 대학생활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리 건설팀 말고 다른 팀도 만나봐야지”

 만약 수업하다 강의실 스크린이 내려오지 않는다거나 형광등이 깜빡거릴 때 우리는 누굴 먼저 떠올릴까? 바로 4119 시설기동 전기팀이 항시 대기중에 있다. 전기팀은 2명으로 구성되어 일하는데 전충구(42)씨와 유명석(38)씨는 환상의 복식조이다.

 그 분들을 찾아 갔을 때 공대 3호관 형광등 교체작업 중이었다. 얼마나 빠른지 두 개의 형광등을 교체하는데 10초도 안 걸렸다. 정말 빨랐다.
 갑자기 전충구(43)씨가“혹시 우리학교 한달 전기료가 얼마나 나오는 줄 알아요?” 기자에게 물었다. “한달에 1억씩이나 지출돼요” 놀랐다. 한 달에 1억이라니! 전충구씨는“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오는 돈인데. 학생들이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하며“나는 학교시설물들이 다 내 재산 같은데 학생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해요”사다리위에서 순식간에 형광등을 교체하는 유명석(38)씨를 보면 달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분 좋은 만남도 잠깐. 어김없이 휴대전화는 울린다. 웅비관으로 출동! 두 분은 순식간에 오토바이에 타시더니 번개처럼 이동하셨다.  그래서 4119 시설<기동>보수대구나!

강의실에서 전자탁자가 고장여부를 알아보 있다


이제 설비팀을 만나러 갈 시간인가 보다.


 우리에게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겨울에 따듯한 온기를 위해 일하시는 설비팀. 총 6분이 호흡을 맞추시며 일하는 설비팀은 평소에는 급수, 배수를 관리하시고 겨울철에는 보일러실 관리가 주 업무이다. 4119시설기동보수대 통합관리실장이면서 설비팀을 맡고 있는 오재석(54)씨를다행히도만날수있었다.“ 설비팀은 겨울철 학생들이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요”학생들이 자는 동안에도 설비팀은 깨어 있다. ‘피곤하지만 보람된다’며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바쁘신 업무에 방해 될까 떠나려는 찰나 손님 왔는데 자판기가 고장나 커피한잔 못 드리고 보낸다면서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오재석씨를 통해 4119 시설기동대원분 전체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유경태 기자
youkt28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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