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초, 한국에오다
란초, 한국에오다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2.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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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기사 : 천재 얼간이 란초가 우리대학으로 유학 왔다면?

 

 한국에서 내가 다니는 대학은 한국해양대학교이다. 처음 이 대학을 알았을 때 배움의 배경이‘바다’라는 사실에 매료되었다. 섬이 학교인 것도, 학교에 멋진 배가 있다는 점도 모두 신기했다. 나 같은 유학생들 대부분 같은 이유로 이 대학을 선택했겠지?

 한국에서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 내가살던 인도의 대학 진학률이 10%정도인 것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그렇게 높은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점수가 높은 대학에 가기 위해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해 밤 11시에 마치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마치 임페리얼공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것 같다. 매년 42번씩 시험을 치던 임페리얼 공대와는 달리 시험도 매년 4번밖에 없다. 동아리 활동도 즐기고 한 해에 두 번씩 축제도 즐긴다. 그 사실을 들었을 때 한국의 대학생들이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한국해양대학교에 한 학기쯤 다녔을 때인가? 겉으로 보이는 이 행복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취업과는 별개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그 길로 매진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점수에 맞춰진로를 선택하거나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또한 적지 않았다. 심지어 즐겁기만 할 것 같았던 대학 연합 동아리에서 회장이“대학에 온 목적은 취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 동아리는 공모전 준비를 열심히 할 것입니다”라고 하기까지 했다. 이런 것들이 스펙준비에 지나지 않았다니, 임페리얼공대의 답답한 현실을 피해 온 한국에서조차 이런 광경을 보게 되자 허무한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대학생들은 사회에서 유망한 직업(주로 수입과 명예가 보장되는)을 본인이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증후군에 걸린 것 같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면 취업은 따라 올 텐데.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사회의 요구를 따라야하는 압박에서 벗어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내 친구 파르한과 라주도 집안을 위해 취업에 메달려야 하는 현실이 있었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것도 찾고 취업에도 성공했다. 한국과 인도는 멀지만 파르한과 라주의 이야기는 결코 멀지않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분명 용기를 가진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함께 입술을 둥글게 모으고 휘파람을 불며 외쳐보자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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