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저당 잡혔던 미래를 담보로
현실에 저당 잡혔던 미래를 담보로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3.1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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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획공간 '통'

   

   

 지난해 9월, 송교성(32), 김혜린(30), 박진명(32)씨는 현실에 가둬지지 않고 끊임없이 횡단하는 삶을 위해 생활기획공간‘통’의 문을 열었다. 이들은 모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남들보다 대학생활을 좀‘오래’했다. 재미는 없지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이렇게 세상에 의해 휘둘리는 팍팍한 삶이 싫었다. 이를 해소할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만들어지기 까지
 고깃집이 있던 자리였다. 텅 빈 공간은 여기저기 낡고 지저분했고, 천정도 내려앉아 있었다. 이마저도 이 건물에서 학원을 했던 박진명씨가 건물 주인을 설득한 끝에 보증금 1,000에 월세 80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셋이서 각자 돈을 조금씩 모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나누며 공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할즈음, 조금씩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다. 어떤 분은 사람을, 어떤 분은 업체를, 또 어떤 분은 관련 정보를 소개해 주며 꿈은 점점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공간‘통’의 활동
 ‘통’에서는 삶을 둘러싼 환경을 고민하고 스스로 즐거운 생활을 기획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 활동들을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기획, 제안하여 실현하는‘꿈통’,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는‘소통’, 놀이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놀통’, 가치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연대하고 후원하는‘연통’이라 이름 붙인다.  이 밖에도 즉흥적으로 만드는 활동들이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탁구대를 후원받게 되면서“탁통? 핑통?”하며 탁구모임의 이름을 즉석에서 짓기도 했다.
 ‘통’의 한 면에 걸려있는 화이트보드에는 통기타, 공정여행, 보드게임, 예술과 사회, 그림책 포럼, 반야심경, 글쓰기모임, 통나무(통에서 나를 무대에 세우다), 자본읽기 등의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소통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것이 이들의 활동이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송교성씨의 명함에는‘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는 체게바라의 명언이적혀 있다. 이 구절이 암시해주듯, 이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어쩌면 끝까지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언제 문 닫을지도 모르는데 보증금 들고 외국으로 튀어라”는 말장난이 오가기도 한다. 실제로 부담이 되는것이 사실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주변의 압박은 둘째치고라도 결혼을 생각하면 리얼리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잘되든 그렇지 않든 1년은 버텨보기로 했다. 운영자들은“참 잘 한 약속이라 생각 한다”고 말한다.
 운영자들의 1차 목표는 운영자들이 따로 돈을 마련하지 않아도 공간‘통’이 잘 굴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2차 목표는 88만원 세대가 되는 것. 이런 나눔을 통해 팍팍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88만원이라도 벌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희망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통’이 잘 되고 이런 공간이 하나 둘 늘어간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꿈이 현실이 될 것이고 그러면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현실에 저당 잡힌 미래에 불안해하며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비단 ‘통’운영자들 뿐만이 아니다. 우리대학사회 전체의 고민이며 우리대학도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기자는 우리대학 주변에 이런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하리의 수많은 술집들로 향하는 우리들의 ‘답답함’이 이런 공간으로 집중된다면 우리대학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먼저 첫 발을 내딛은‘통’의 1주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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