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리는 책값
손 떨리는 책값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3.2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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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에, 개정판에, 책값 너무 벅차 근본적 대안은 어디에

새학기에 학생들은 목표학점을 되새기며 후생복지관 3층의 구내서점에 길게 늘어선 줄에 동참한다. 아뿔싸, 책값이 너무 비싸다. 이번 달을 남은 용돈으로 살아가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안사자니 공부를 할 수 없고, 사자니 무리다. 체크카드를 긁고 나니 손에 쥔 책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다.

비싼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3월 9-10일, 이틀간 우리대학 학생 100명(남녀비율 1:1)을 대상으로‘책값’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당신이본 최고가의 교재는 얼마였는가’하는 질문에 최고 18만원에서 대부분 4-5만원 범위의 답변이 나왔다. 우리대학의 경우 전공서적의 평균 가격이 3-4만원을 웃돈다. 이렇게 따지면 매 학기 전공과목을 3개 정도 수강한다고 했을 때 4년 동안 총 100여만원의 책값이 들어간다. 하지만 전공 이외의 다른 3-4개의 과목도 교재는 필요하다.

 다른 종합대학들에는 대부분 학내에 출판부가 있다. 하지만 해양대학교에는 없다. 때문에 교수가 출판하는 책은 교수가 직접 관리하기도 한다. 더러는 교수 본인의 저서를 부교재로 선정하거나 동료 교수의 책을 교재로 구입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책은 그야말로‘부르는 게 값’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A씨는“심지어 종이 질은 일반 복사지에,원가는 8000원 정도인데 판매되는 금액은
24000원인 경우도 있었다”며 씁쓸해 했다. 수강은 해야 하고, 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학생들은‘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살 수 밖에 없다.

 양장본이나 분책, 개정판 또한 학생들의 구매 발목을 잡는다. 특히 번역서의 경우 고급종이와 양장본이 대부분이라 가격이 더 만만치 않다. 외형적인 편집이라든가, 제본의 측면에서 불필요 할 수도 있는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분책 역시 출판사의 상업주의가 낳은 대표적인 폐단 중 하나다. 한권으로 발행해도 되는 책을 두 권으로 나누다 보니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커진다.


교재의 필요성 잘 못 느껴
 그러나 책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책을 안사는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 ‘한 학기 동안 교재의 활용도는 어느 정도 되는가’하는 질문에‘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49%밖에 되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다’는 답변이 40%를 차지했고, 심지어‘필요없다’는 답변도 5%나 있었다. 상당수가 교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교재가 제값을 못한다’는 생각 또한 교재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사실상 한 학기 수업이 15주라고 했을 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제외하면 최대 13주 정도 수업을 한다. 주 1회 수업에 두꺼운 교재를 다 나가는 것은 무리다. 결국 책의 진도는 반밖에 나가지 않은 채 학기가 마무리된다. 학생의 욕심으로 나머지 분량을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그 비싼 교재는 무용지물이 된다. ‘새책을 구매하지 않으면 어떻게 교재를 마련하는가’하는 질문에‘책을 쓰지 않는다’는 답변이 8%나 차지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결국 구매보다는 제본, 서점 상황도 열악해
 우리 대학에서 29년째 구내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배송민씨는 해가 지날수록 한숨이 깊어진다. 매년 10%씩 서적 판매율이 줄고 있다. 책값이 비싸지면서 상당수 학생들이 제본을 한다. 그는“너무 심한 것 같다. 1학년 교양은 그나마 낫지만, 전공서적은 재고의 10%도 안 나가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할인 또는 적립조차 되지 않는 구내서점에 학생들의 불만도 크지만 배씨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3-4년 전부터 학내 농협에서 체크카드를 만드는 학생이 늘었다. 이에 덩달아 카드로 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약 87%정도 된다. 카드로 계산할 경우 3.2%의 카드수수료가 발생한다. 실제적으로 책 한권을 팔 때 발생하는 이윤은 10% 안팎이다. 외부에서 운영하는 서점에서 생기는 이윤으로 구내서점의 적자를 메운다. 관리비로 연간 1000만원을 납부해야 하고,
인건비와 물류비를 제외하면 한겨울에 히터도 쓰지 못한다. 그는“아직 협의된 사항은 아니지만, 내년에는 학교에서 구내서점을 운영할 수 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학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라면 가격이 좀 더 저렴해 지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비쳤다.

 도서관에 위치한 복사실에서는 학생들의 교재 제본 요청이 끊임없다. 복사실에서도 모든 책을 제본하는 것은 아니다. 구내서점에서 파는 책은 제본해주기 어렵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부산대나 동아대 앞에서 제본을 해온다. 제본한 교재를 다시 제본해달라고 찾아온다. 이미 제본된 책은 그 내용이 구내서점에서 팔고 있는 것이더라도 안해줄 수 없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파견된 8명의 감독관들이 부산지역의 저작권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저작권법에 위배될 경우 학생 및 복사실도 처벌을 받게 된다. 불법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어쩔 수 없는’제본으로 이끈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없나
 세종대 학생회의 경우 교재비가 부담스럽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중매센터(중고교재 매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약간의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정판이 나올 경우 소용없는 일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해‘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라는 이름의 제본 합법화 법안을 제시했다. 교재로 사용하는 모든 책의 복사, 제본을 합법화 하되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에게 수업 교재의 저작권료로 연간 4000원을 일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에게 징수하는 세금처럼 대학 재학생들에게 일괄 징수해‘보상금 수령단체’를 통해 저작권자 에게 배분해준다.

 그러나 이 제도에도 논란거리는 있다. 제값을 주고 교재를 사서보는 학생들은 저작권료를 이중으로 물게 되는 억울함이 생기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에서는 “학생당 얼마의 돈을 받아 모든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학이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저작물을 이용해 온 현상을 시정해 이제부터라도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저작권자가 개별 대학들과 협의를 통해 저작권료를 수령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 제도가 올부터 시행한다해도 사후 납부인 보상금 성격상 실제 보상금
납부는 2012년부터 실시된다.

 대학은 배우는 곳이다. 배우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들정도의 책값이라면 문제가 있다. 책을 비싸게 만드는 불필요한 출판업의 상술을 제지하거나, 교재의 활용도를 높이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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