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놀 수 밖에 없나
왜 이렇게 놀 수 밖에 없나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3.21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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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결여된 대학생 놀이문화 우리대학 인근지역 온통 술집 뿐

놀이?
‘공부 이외의 것은 모두 노는 것’이라는 명제는 낡았다. 그럼에도 대학생의 뇌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이 명제가 박혀있다. ‘공부=취업’이라는 공식과‘노는 것=백수’라는 공식이 공존하면서 놀이문화는 지속적인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놀고 있나?

우리대학 놀이문화 설문조사
지난 3월 9-10일, 우리대학 학생 100명(남녀비율 1:1)을 대상으로‘대학생 놀이문화’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토대로 만들어본 가상메뉴얼>
- 학교 근처와 번화가 사이
해양대학교 학생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로 노는 장소’는 전체 대상 중 89%가 학교근처 또는서면, 남포동등의번화가를선택했다.‘ 놀때주로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2%가‘음주’라고 답변했다. 다음은 이를 토대로 만들어본 가상 <놀이 메뉴얼>이다.


학교 인근
1. 셔틀버스를 탈지 135번 버스를 탈지 결정한다. (이는 하리에 갈것인가, 중리에 갈것인가 하는 중요한 첫 단추이다)
2. 셔틀버스 안에서는 치맥(치킨+맥주)을 먹으러 갈지, 꼬치에 소주를 먹으러 갈지, 이통일반(막걸리2병+사이다1병)을 마시러 갈지 고민한다.
3. 하리에 도착하면 결정한 곳으로 직행한다.
4. 잠에서 깨어나보니 집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5. 전날에는 참 즐거웠는데 술이 깨니 흥은 알코올과 함께 이미 사라졌다.
6. 숙취로 머리아파하며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매뉴얼 1번이 다시 시작된다.


번화가
1. 남포동, 서면, 타대학가 등 번화가로 가는 대중교통을 탄다.
2. 시간이 되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간다.
3. 해가 지면 어김없이 술 한잔 할 곳을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4. 놀다보니 12시가 넘었다. 학교근처에 살 경우 집에 가려면 할증택시를 타야한다. 그러느니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첫 버스를 타는게 나을 것 같다.
5. 쾡한 눈과 다크서클, 온갖 피곤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며 아침해와 함께 귀가한다.
6. 전날엔 참 즐거웠는데 영수증을 보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7. 숙취로 머리아파하며 다시는 이런 과소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뉴얼 1번이 시작된다.


‘하리가 대학로’라는 우스갯소리
“우리도 대학로 있잖아. 하리”라고 말하는 학생의 입에 자조섞인 웃음이 비친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덩달아 웃고 있지만 씁쓸하다. 엄연한 대학가 임에도 학교 인근 지역인‘하리’의 놀이 환경은 열악하다. 하나 건너 하나있는 술집들을 제외하고는 갈 곳이 없다. 카메라에‘우리의 대학로’하리의 정경을 담으니 한 컷에 끝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현재의 놀이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하는 물음에 32%가‘현재도 괜찮다’는 답변을, 58%가‘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지겹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식으로 놀고 있는 것이다. 대학 인근 지역의 상권이 지나치게 경직되어있다는 사실은 다양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이른바‘새 것’에 대한 기존의‘텃세’다. 변화를 두려워하는‘기존의 쳇바퀴’는‘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배척한다.


결국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
대학생은 소비로 점철된 문화적 환경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이렇게 살자니 돈이 필요하다. 갈수록 취업이
절박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또다시 스스로를 감옥에 넣어 기성의 굴레에 편승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젊은 세대를 탐탁치 않아하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린다.

사회는 대학생의 창의력 부족, 도전정신 부족 등의 문제로 20대를 꼬집는다. 하지만 1학년이 시작되면서
부터 자연스레 습득하는 유흥문화에 길들여진 대학생을 기성세대가 비판하는 것에는 엄연히 어폐가 있다.
이런 놀이문화가 결국 기성세대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취업 후 본인의 놀이 방식은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1%가‘현재와 비슷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현재 놀이문
화가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기 전에 기성세대의 놀이문화를 미리 연습해 두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
되는 결과다.

이미 획일화된 대학생의 놀이문화는 더 이상 문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학생 본인의 몫만이 아니다. 문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와 학생은 다양성에 대한 움직임을, 지역사회는 대학생이 활보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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