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들에겐 꿈이 있다
그래도 그들에겐 꿈이 있다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4.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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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얀나비'

노란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에서 빠져나와 자연 속에서 먹이를 먹고, 고치를 짓고, 긴 밤을 자다가 드디어 아름다운 노랑나비가 된다. 줄무늬 애벌레는 문득 노랑나비를 보면서 무언가 머리에 스쳐간다. 줄무늬애벌레는 결심을 하고 다시 기둥을 내려온다. 다시 평범하게 먹이를 먹고 고치를 짓고 기나긴 시간 끝에 줄무늬 나비가 되었다. 트리나폴러스의 저서‘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 내용의 일부다. 책 속의 애벌레들은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길고 긴 경쟁의 기둥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빠져나온다. 그리고 노란애벌레와 줄무늬애벌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 속이야기처럼녹록지않다.‘ 하얀나비’의 상호와 혜진은 각자 영화감독과 배우가 되고싶은 확고한 꿈이 있고 누구 못지않은 노력도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밀린 방세와 오디션 낙방이다. 홧김에
이력서를 죄다 던져버려도 다시 주워 모아야 하는 것이 세상이다. ‘하얀나비’는 이렇듯 현실의 벽에 생채기를 입으면서도 담담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꿈과 사랑을 좇는 청춘들의 초상을 그린 영화다.

혜진은 출연하기로 한 영화의 스텝들과 회식을 한다. 집에 가려고 하는 찰나 감독에게 러브샷을 강요받고 그걸 두고 보지 못한 상호는 감독에게 화를 낸다. 결국 둘 다 해고당한다. 그 뒤로 상호는 다른 촬영장을 찾아다니지만 감독의 압력으로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호와 혜진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사랑도 사치인 걸까? 상호와 혜진은 함께 있으면 행복하지만 계속된 오디션 낙방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허탈감으로 점점 지쳐간다. 그래도 이들은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담배처럼 꿈을 놓지 못한다. 영화는 이 모습을 꾸밈없이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그래도 영화는 삭막한 현실에서도 한줄기 빛이 있음을 보여준다. 혜진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감독과 모텔에 갔던 날 했던 보드게임처럼 ‘먼저가는 놈이 더 유리하고 가면 갈수록 더 유리한, 가끔 역전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는’세상이지만 편법을 사용해서 얻은 것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의‘빛’은 두 주인공이 생채기를 입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스라이’에서 꿈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던 김삼력 감독은‘하얀나비’에서 보다 현실 같은 픽션을 만들고자 했다. 과연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영화 속의 젊은이들의 방황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다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기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들에게서 관객들은 ‘결국은 꿈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결말을 그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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