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꼬지 가야 돼? 말아야 돼?
모꼬지 가야 돼? 말아야 돼?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1.04.18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익한 프로그램에 교수와 학생간 대화의 시간으로

모꼬지, 순우리말로 ‘여러 사람이 놀이나 잔치 따위의 일로 모이는 일’을 말한다. 요즘 MT(Membership Training)를 순 우리말인 모꼬지라고 많이 부른다.

모꼬지는 예전 대학문화에서 ‘대학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모꼬지는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선·후배와 교수가 모두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편입생, 복학생에게는 선·후배간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인가 대학 모꼬지 문화가 그저 먹고 마시며 끝나는 일회성인 짙은 모임으로 변해가고 있다. 단지 과 연례행사의 일환으로 관성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모꼬지가 많은 문제점도 낳고 있다. 이에 사회 전반적으로 현재 대학 모꼬지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위기다.

모꼬지 문화에 문제점

매년 새 학기가 돌아오면 언론매체에서는 빠지지 않고 대학 모꼬지에 관한 사건, 사고가 보도된다. 최근에는 A대학 모학과 신입생모꼬지 행사때 찍은 사진이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창에 한동안 올라가 화제가 됐다. 문제가 된 사진에는 선배들이 전통적인 행사라면 후배들에게 보기에도 민망한 동작을 시킨 모습들이 담겨있다. 인터넷에 사진이 유출되면서 학교측과 학생회가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부산의 B대학에서는 모꼬지를 가서 선배가 후배에게 기합을 준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모꼬지 행사 진행에 있어 학교수업일정에도 문제가 있다. 모꼬지 일정이 평일과 겹치는 경우가 있어 일부 강의는 수업일정에 차질을 빚고있다. 특히 전공과목의 경우 해당 학과 학생이 아니라면 원치 않는 휴강을 하게 된다. 교양 과목도 해당 학과 인원이 많으면 수업일정에 차질이 있다. 우리대학 유럽학과 정문수 교수는 “모꼬지행사를 평일에 진행하게 되면 숙박료, 교통비절감과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수업결손을 하면서까지 모꼬지를 진행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본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봤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모꼬지에서 술은 필요충분조건?

친목의 자리를 위해서 술은 꼭 빠져서 안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선, 후배들 간에 인간관계의 유연성을 위한 좋은 도구일 수 있다. 하지만 술이 과하게 되면 술의 미학도 사라진다. 술을 권하고 또 술로만 이어지는 모꼬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대학 공과대 새내기 A여학생은 “사실 모꼬지행사는 선배들과 친해지고 싶어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술이 약해 술을 마시는 자리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술 때문에 부담스러워 모꼬지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은 모꼬지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다.

참여율 저조, 불참금, 장학금 못 받아

요즘 전반적인 대학에서 모꼬지 참여율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학 사회의 개인주의화를 간과할 수는 없지만 모꼬지행사에 돈을 내면서까지 술만 먹는 행사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이 더러 있다.

서울의 C대학에서는 모꼬지 행사를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참금을 걷는다. 불참금을 내지 않을 경우 장학금혜택을 받지 못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부득이하게 학과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다. 등록금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하는데 오히려 돈이 나간다. 불참금을 걷는 집행부측에서는 학생들이 참여율이 낮아지게 되면 모꼬지를 가게 되는 학생들이 더 많은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는다고 한다. 우리대학의 경우 사례를 조사해 보면 불참금을 내거나 강압적으로 모꼬지를 참여시키는 사례는 볼 수 없었다. 대학은 작은 사회이다. 강제적인 참여보다는 학생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모꼬지를 참여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모꼬지 문화는 없는가

최근 태안반도를 대학생들이 모꼬지장소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대전, 충청권, 수도권 소재 학교의 170여개 학과, 동아리가 태안반도를 찾았다고 한다.

태안반도가 모꼬지 장소로 이처럼 선호되는 이유는 꽃박람회, 각종 축제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도로의 확대, 포장으로 인한 접근성 향상에서 이다. 아울러 기름유출사고 당시 태안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던 대다수의 학생들이 태안의 변화상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어 대학생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백석대학교 사범학부 특수체육교육과 학생들은 매년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함께 모꼬지를 떠난다고 한다 .이틀간의 일정을 술로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특수체육교육학과’라는 전공에 도움이 되는 일정으로 기획했다. 강의시간에 배운 이론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모꼬지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우리대학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공과대학 일부 과에서도 전공학문에 도움이 되는 곳을 견학, 방문하고 있다. 공과대 토목공학과에서는 이번 모꼬지로 전남 광양에 있는 이순신 대교 견학과 현대 스틸산업을 방문했다. 토목과 회장 정영훈씨는 “모꼬지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어 부산, 경남지역이외에 먼 곳을 가고 싶어도 교통비문제, 숙박시설등이 제한적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모꼬지가 술만 마시는 행사가 아닌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견학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학생 참석율이 90%가 넘는다”고 “참여율이 좋다 높다보니 선·후배간의 관계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조선기자재공학부 회장 권경환씨는 “이번 모꼬지 행사로 두산중공업, 삼천포 화력발전소를 견학했다”며 “또한 이번 모꼬지에 학과 교수님이 모두 참석해 주셔서 모두가 함께 스스럼없이 웃고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지성인인 대학생들이 모꼬지 행사를 단지 술만 마시는 관성적 연례행사로써 보내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만나기 힘든 선·후배, 교수들과 함께 모두가 유익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행사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유경태 기자

youkt2839@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