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나비 김삼력 감독과의 GV
하얀나비 김삼력 감독과의 GV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4.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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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사실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지난 7일 늦은 8시, 부산 국도&가람 예술관에서는 감독열전 중 하나로 ‘하얀 나비’의 김삼력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추적추적 방사능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하얀나비’는 부산 국도&가람 예술관 감독열전 GV(Guest visit)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국도예술관 정진아씨의 진행으로 화기애애한 GV가 시작되었다.

▲ 김삼력 감독


젊은 나이다. 영화를 전공한다 하더라도 20대에 장편영화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않다. 특히 극영화의 경우 더욱 그렇다. 어떻게 세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었나?
일단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사실 많이 힘들긴 하다. 단편영화 40편을 찍고 첫 장편영화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갑상선에 무리가 왔다. 두 번째 영화를 만든 후에는 고혈압, 하얀나비를 만든 후에는 심장에 무리가 왔다.


‘아스라이’가 자전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반면 이 영화는 허구를 이야기 하는데도 자전적 스토리인 것 같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그게 반전이다. 첫 영화와 두 번째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이 원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반대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영화적사실’을 만들어보면어떨까 하고 말이다.


픽션이었다는 것이 충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픽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상호가 묶던 모텔 이름이‘꿈의 궁전’이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 의도 한건가?
의도한 건 아니었다. 양평으로 로케를 가던 길에 묶었던 스텝 숙소가‘꿈의 궁전’이었다. 제작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모텔씬을 모두 그 곳에서 촬영했다. 우연의 일치였던 셈이다.


여주인공 혜진이 계속 서울말을 쓰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대구 사투리를 쓴다. 어떤 의미인가?
동향인 남자친구와 있을 때도 서울말을 썼던 것을 일종의‘허위의식’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허위의식을 벗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나온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함께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에게 가장 읽히고 싶은 책으로 꼽히는 도서다. 이 책은 아홉 살때 보는 것과 열아홉 살 때 보는 것, 스물아홉 살 때 보는 것이 모두 다르다고들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이 책을 읽는데 그 당시 힘들어서 그런지 내용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아, 이게 인생이구나’라고 느꼈고 이 느낌대로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하루 두 시간씩, 보름 만에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크레딧 마지막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문구가 나온다. 굳이 이 문구를 넣어야했던 이유가 있나?
사실은 넣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후반작업을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었으니까 내 영화 크레딧에 넣으면 ‘내가 이 때 슬펐구나’라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넣은 것이다. 물론 스크린을 찾는 관객들은 각자 다른 기호와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 문구가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넣었는데 이 점으로 인해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린다.


다음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 만날 수 있나?
거의 완성단계다. 지금 후반작업 중인데 여름 중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작은 영화들은 배급사에서 배급하기 싫어한다. 밑지기 때문이다. 이번‘감독열전’같은 경우도 계속 미루다 여러 편 모아서 개봉하는 것이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배급사들은 손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급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야 작지만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2007년에‘아스라이’를 가지고 일본의 극장에 갔었는데 관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국도&가람 예술관’도 오래 되어야 한다. 여기에 오면 예술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시민들에게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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