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요
청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요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4.19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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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문화공연 ‘꿈꾸자! 1030’ 워크샵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이종화 조합원
지난 4월 2일에 남포동 광복로 극단새벽의 실천무대에서‘특별한 공연’에관한 워크샵이있었다. 공연의기획발단은‘청년’이다.“ 첫 사회생활부터 노동기본권이 유린되어, 스스로의 권리 획득을 체념하게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이번 공연의 최초 기획자 이종화씨의 말이다. 그는 지하철 노동자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도 활동한다.


‘꿈꾸자! 1030’은 흔히들 88만원세대로 통칭되는 10대 후반에서 30대의 청년들에 대한, 청년들에 의한, 청년들을 위한 공연이다. 88만원세대와의 소통에 대한 열정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거리공연이 이루어진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만큼 장소도 일정하지 않다. 88만원세대의 밀집지역인 부산대, 경성대, 부경대, 하단, 덕천, 남포동이 무대다. 첫 공연은 4월 23일 5시부터 7시까지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할 예정이다.

청년유니온 조성주 정책기획팀장
􀓋청년유니온
지난 해 12월 24살의 청년이 피자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30분배달제’. 피자 주문부터 상품화까지 20분의 시간이 걸린다. 10분 안에 배달하지 않으면 매출에 손해가 된다. 배달원들은 목숨을 건 오토바이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는 매우 추웠다. 청년유니온은 조합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를 주제로 작은 거리공연과 함께 이슈파이팅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을 부르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올 2월 피자 3사는‘30분 배달제’를 전격 폐지했다. 한 청년의 희생을 계기로 청년유니온의 작은 활동이 이뤄낸 큰 성과였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해 3월 창설되었다. 청년유니온을 한마디로 하자면 청년세대가 직접 만들어가는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청년유니온은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받지 못한 상태다. 이번이 벌써 네번째 반려다. 조합원 내에‘구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직자, 실직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으며 기업의 채용조건에 대한 단체교섭도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으나 노동부의 신고를 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그들은 꿋꿋하게 청년들이 직면한 노동의 문제, 고용의 문제, 주거의 문제에 눈과 귀를 연다. 올해는 청년들의 주거권 문제를 중점으로 활동하려고 계획 중이다.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조성주(30)씨는 청년유니온 서울 본부에서 일한다. 또 하나의 주최측인 그가 보는 이번 공연의 의미는‘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알다시피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230명 중에서도 실업자는 15-20%를 차지한다. 통계청의 매달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한국의 청년실업자는 35-40
만으로 파악된다. 퍼센트로는 7-8%밖에 되지 않는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청년 실업률이 14% 내외인것을 감안하면 한국에는 청년 실업문제가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취업준비생 60만명,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구직단념자가 제외되어있다.

그는“2006년을 기준으로 취업 준비생이 청년실업자보다 많아졌다”며 실질청년실업자는 무려 120-130만에 육박하는 22.5%임을 밝혔다. 이 많은 청년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는“언론이나 미디어가 청년백수의 이미지를 희화화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파란 체육복을 입고, 더벅머리를 하고, 몸 어딘가를 긁으면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컵라면이나 먹는 이미지로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 실업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하는 청년들이며, 공무원 시험 평균을 10점이나 올려놓았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원도 다닌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다.

“도서관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비’라고 했습니다” 취업을 위한 토익학원, 자격증 학원 등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한 달 평균 40-50만원을 차지한다.


􀓋청년이 조용한 이유
대학생의 12%, 취업준비생의 50%, 초등학생의 27%가 자살충동을 느낀다. 그는“차라리 소리내는 것이 건강한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은 병든 사회의‘초석’이 되는 지름길이다. 언론은 고시원에 불을지르고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칼로 찌른 청년의 사건에 대해 선정적인것만 보도할 뿐 그의 나이에 주목하지 않는다. 서른살이었다. 조성주 팀장은“첫번째 노동의 경험이 그 이후의 노동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중에는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 심리치료를 먼저 해야할 것 같은 사람이 많다. 그는“매스컴에서는 이들을‘오타쿠’등으로 희화화 하지만 이는 잘못된것”이라며 씁쓸해했다. 현재 청년유니온에서는 조합원 대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중에 있다. 흔히들 기성세대는 한국의 청년들이 짱돌을 들지 못하고 안주해 있는 것을 패기가없다며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 프랑스의 청년들이 최초고용계약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대학을 졸업하면 모두 3년 내에 정규직이 된다. 한국의 비정규직 법안과 동일한 의미의 최초고용계약법을 프랑스 청년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짱돌’을 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들은 가진게 없다. 빼앗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는“가진 것을 빼앗기는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지려고 할 때 어느것이 더 열정적인가 하는 문제는 당연히 전자”라고 말했다.

‘인간에 절망하지 말 것, 역사에 절망하지 말 것’이것이 그의 신조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도 작은 마음과 생각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역사 속에서, 또 청년들 속에서 보고 있다.


공연 기획자 꿈er. 김혜린
지난호에 소개되었던 대안생활공간‘통’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김혜린씨는 사실 공연기획자다. 그녀의 명함은‘꿈er. 김혜린’으로 되어있다. 구체적인 업무는 ‘지역밀착형 밴드양성 프로젝트’인 ‘들었다 놨다’이다. 이번 공연의 기획을 맡으면서 부산지역의 여러 인디밴드를 섭외중에 있다. 그녀는 이번 거리 공연에 참여하고 싶은 음악인의 연락을 언제든 환영한다.
공연 참여 문의 : 이종화 010-4730-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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