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위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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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4.19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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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회관 1층, 이발소 아저씨를 만나다

 

 

우리대학 다솜회관 1층 매점 옆에는 ‘이발소’가 있다. 일반대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발소 이지만 해사대 학생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기자가 이발소의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라는 점이었다. 학교 이발소에 손님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발소에는 머리를 깎으러 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제복을 입지 않은 여학생인 기자에게 순간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렇게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이발소에는 여자 손님이 없다. 매주 수요일 여자 미용사가 방문해 여학생들의 머리를 잘라주러 오지만 할 일이 없을 정도이다. 이발소의 주 고객은 해사대 남학생들과 교수님들이다. 머리를 깎기 위해 학생들은 러닝셔츠 차림으로 순서를 기다린다. 순서가 되면 요금을 지불한다. 요금은 4000원이고 쿠폰제도를 도입해 다섯 번 이용하면 2000원을 할인 해준다. 그 다음 우리대학의 수많은 선배들이 앉아서 머리를 깎았을 27년 된 낡은 의자에 앉는다. 이발사는 어떤 스타일로 할지 묻는다. 해사대 학생들도 소소하지만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 옆머리의 각을 살린다거나 윗머리는 남긴다거나 하는 등이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대로 머리를 깎기 위해 이발사는 바리캉을 집어 든다. 가위와 바리캉을 번갈아 사용하며 머리를 다듬는다. 마지막 단계는 머리에 밀가루를 얇게 펴 발라 길이가 맞지 않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완벽한 ‘해사대 스타일’을 완성한다. 머리를 깎은 후에는 오른쪽에 있는 계수대로 가서 머리를 감는다.
머리감기는‘셀프’다. 이 점에 대해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우리대학 이발소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구내 이발소 사장님은 김윤식(68)씨다. 동행을 취재할 때면 으레 듣는 말인 “뭐 취재할게 있다고 이런 데 찾아오냐”고 말하며 웃는 그의 얼굴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동안이다. 김씨가 이발사 일을 한 지도 어언 50년이 넘었다. 그는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던 중 친구 아버지를 통해 이발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당시에는 공장도 많지 않아 농사짓는 것 이외에는 일 할 곳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발소 일은 참 고됐다. 머리를 감을 때는 잘 못 감았다고 혼나고, 혹여 면도를 하다가 베기라도 하면 큰 일 이었다. 손님들 머리 감는 것부터 시작해 면도, 이발 기술을 배우기까지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맞기도 많이 맞았다. 그렇게 일이 익숙해질 때 쯤 서울로 갔다가 1984년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김씨가 우리대학에서 일을 한 지는 올해로 27년째다. 이발소의 한 쪽 벽에 총장님이 보내 온 27주년 축하화환이 놓여있다. 처음에는 학군단 건물에 있었다. 이후 신학생회관(현 다솜회관) 3층에 있다가 지금의 1층으로 오게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한 만큼 김씨에게는 우리대학이 남다르다. 김씨의 큰아들도 우리대학 국제대 해운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때는 아들과 함께 출근해 가끔 아들의 머리도 깎아주고 집에도 함께 돌아갔다. 평소 겸손한 성품의 김씨이지만 이 때 만큼은 “우리 큰아들이 입학 할 때는 해운경영학과가 점
수가 높았을 거야”라고 이야기하며 으쓱해 했다. 이렇게 아들도 우리대학 출신 이다보니 김씨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자식 같다. 자식같은 학생들이 물건을 하나 쓰더라도 꼭 제자리에 두고, 해 준 것이라고는 머리를 깎아준 것 밖에 없는데도 고맙다며 음료수를 들고 찾아오는 마음 착한 학생들이라 일 하는 것이 즐겁다. 얼마 전에는 한 졸업생이 “옛날 이발소가 그립다”며 이발을 하고 가기도 했다. 학교 이발사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바닥에 머리카락들을 쓸고 도구를 챙기는 등 뒷정리를 한다. 간혹 영업이 끝난 시간에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김씨는 그런 학생들을 돌려보내지 않는다. 늦게 찾아 온 학생의 머리까지 깎아주고 나머지 정리까지 모두 마치면 그때야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하루 종일 서서 이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씨는 “하도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앉아 있는 것 보다 이렇게 서 있는 게 더 편하다”며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준다. “힘닿는데 까지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정한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요즘은 주변에서 이발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남학생들도 번화가의 유명 미용실을 이용한다. 자연스레 이발소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정겨운 우리대학의 이발소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번화가 미용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김윤식 사장님만의 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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