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후원속의 아쉬움
오고가는 후원속의 아쉬움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5.23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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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동아리스폰’

벌써 몇 번째 가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공연을 앞둔 때면 몇 시간씩 학교주변 가게를 돌아다니며 후원을 받는다. 자주 이용했던 가게를 갈 때는 그나마 수월하다. 평소 이용하지도 않던 가게를 돌아다니며 후원을 부탁 할 때는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가게에 들어가 후원을 요청할 때마다 말 못할 긴장감이 흐른다. 선뜻 후원을 해 주시는 사장님도 있지만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화를 내는 사장님도 있다.


현재 우리대학에는 80여개의 동아리가 있다. 그 중 12개의 동아리가 매년 수차례의 공연을 한다. 이 동아리들이 공연을 하는 데는 음향, 무대설치, 포스터제작 등 각종 비용이 들어가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은 주변 상가에 ‘스폰’을 받으러간다. 우리대학의 경우 12개의 공연 동아리 중 8개의 동아리(Sea-Monster,Happenings, MND, SSBB, 파도소리, 신명, ZED, 해명클래식)가 매년 정기적으로 후원을 받으러 다닌다. 이 동아리들이 공연을 한 번 하는 데는 평균 60여만원이 사용된다. 후원을 위해 가게를 돌아다니면 한 가게 당 몇 천원에서 최대 10만원 까지 후원을 해주는 편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한 가게 당 만원 꼴이다.

후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대학의 동아리 지원금은 25만원이다. 이 금액은 대부분 악기를 수리하거나 동아리 물품을 구매하는데 사용된다. 축제 때 하는 공연은 무대도 준비되어있고 학생회에서 10여만원의 지원금도 나오지만 동아리 자체적으로 하는 공연에 대한 지원은 전무 하다. 학교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공연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보다 수준 높은 공연을 대내외적으로 함으로써 학교를 홍보하기도 하고, 생활의 답답함도 해소할 수 있는 등 유익한 점이 많기 때문에 학교 지원을 넘어서는 범위의 동아리 공연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동아리들은 무대설치에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한다. 그러다보니 공연비용을 동아리 자체적으로 충당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변 상가에 후원을 받는 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Happenings 변정우 회장은 “학교지원금이 많지 않기때문에 동아리 회원들이 함께 일을 해 돈을 벌기도 하고 회비도 걷지만 공연비용을 모두 충당하지는 못한다”며 “공연 때마다 주변 가게에서 30만원정도의 후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해는 하지만 부담돼
20여년간 우리대학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매년 5월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공연을 위해 후원을 받으러 오는 여러 동아리 학생들 때문이다. 주로 공연동아리들은 축제를 앞두고 정기공연을 열기 때문에 이 기간에 한꺼번에 몰려와 후원을 부탁한다. 이럴때면 A씨는 어린 학생들이 찾아와 부탁을 하는데 돌려보낼 수도 없고, 이왕 후원해주는데 너무 적은 금액을 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후원을 하게 되면 포스터 등에 상호를 적어 홍보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없다. 학생들이다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이제껏 사용내역을 확인시켜준 동아리도 없다. 한 기간에 한두곳 정도의 동아리만 찾아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후원금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올 때면 A씨는 후원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대안은 없나?
우리대학에서도 모든 공연동아리가 주변 상점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멜로스의 경우 선배들의 지원금과 동아리지원금을 합쳐 매년 한차례 공연을 하고, DMB의 경우 방송국 등에서 장비를 빌려 공연을 한다. 또한 MND의 경우 외부공연을 해서 버는 수입으로 공연의 일정비용을 충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지속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주변 상점의 후원’이외의 대안은 없어보인다. 주변 상점을 인터뷰했을 때 “전체 공연동아리들이 연합해서 상가회에 일괄적으로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대학 동아리 연합회 임동녁 기획국장은 “취지는 좋지만 동아리마다 공연 횟수와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지급 시 분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상가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화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절차는 마련되어야
그렇다면 후원받은 금액은 어떻게 처리될까? 조사 결과 우리대학 공연동아리 중 후원금 사용내역을 후원자들에게 알려준 곳은 전무했으며 후원금 사용내역을 따로 정리해둔 동아리도 한 곳 뿐이었다. 이렇다보니 후원금을 악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도 진위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이를 위한 절차도 규정되어있지 않다.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찬 대학생활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 그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후원금 관리를 신경 쓴다면 조금 더 보람된 동아리 활동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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