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넓던 백사장은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넓던 백사장은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5.2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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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너무 가까웠다. 마흔 걸음에 백사장은 이미 끝나있었다. 40여년전의 해운대는 백사장 너비가 60미터정도인 넓은 해수욕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 30미터 안팎이다. 해수욕 철이 되면 어김없이 뉴스에 나오는 질서정연한 파라솔들이 어떻게 이 좁은 곳에 다 들어가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 바다와 맞닿아 있는 트리플스퀘어 부지

해운대에 또 108층 한 채 87층 두 채
‘해운대관광리조트’가 지난 3월 24일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주관사인 ‘트리플스퀘어’는 최대 108층짜리 랜드마크 타워와 87층짜리 주거 타워 2개로 해운대관광리조트를 조성하는 건축심의안을 부산시에 제출했다. 랜드마크 타워에는 일반호텔, 공동주택,관광호텔,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각 타워동을 연결하는 지상 8층 규모의 포디엄에는 초대형 실내외 워터파크와 디지털 테마파트, 복합영화관, 아트플라자, 키즈가든 등 사계절 휴양, 레저시설을 계획 중이다. 2012년 착공해 2016년 완공하는 사업이며, 총공사비는 3조4천억원이다. 트리플스퀘어측은“설계도면을 만들어 오는 6, 7월께 해운대구청에 사업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사업승인이 보통 2달 정도 걸려 착공과 분양이 올해 10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 문제, 교통 문제, 결여된 공공성까지
서울시의 경우 50층 이상의 초고층건물은 강화된 친환경기준을 적용받는다. 반면 부산시의 환경영향평가 조례는 초고층건물에 대해 너그럽다. 게다가 영향평가는 사업자가 스스로 심의하도록 되어있는 시스템이다. 영향평가에 의해 건축심의가 무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건축심의와 함께 진행된 교통영향평가에서는 건물이 준공될 경우 미포오거리 통과 차량 수가 시간당 1천820대 정도로 여름 성수기 해운대해수욕장 통과 차량 수와 맞먹어 교통체증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해운대지역의 교통난은 일부 구간의 확장으로 해소가 불가능하다. 트리플스퀘어측도 별다른 방안이 없는 상태다. 결국 부산시가 해운대지역 교통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늘어날 교통량으로 도로를 확장할 때 쓰이는 돈은 시민들의 혈세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시에서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부산시는 애초에 해운대관광리조트가 들어서는 자리를 공공부지의 명목으로 매입했다. 시민 휴식공간인 공원으로 활용하겠다던 부지는 민간사업자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108층 모두 상업유료시설인 관광리조트가 어떻게 공공성이 있을 수 있는지 주민들은 알 수없다.

리조트가 들어서는 바로 옆 쌍둥이 건물은 분양식 콘도다. 값이 너무 비싸 제대로 분양이 되지도 않은 채 백사장 앞에 떡하니 들어서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기존에 있는 콘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리조트를 지으면 수익성이 있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 아이가 갖고 놀 수 있는 모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 빽빽이 들어선 초고층 건물들

주민모임 + NGO, 더 필요한건 여론
지난 5월 14일은 날씨가 좋았다. 해운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광안내소 앞에서는 인파속에서 ‘해운대 살리기’캠페인이 한창이었다. ‘해운대 살리기 주민모임’뿐 아니라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참여자치연대’, 야권 4당 등 여러 단체의 사람들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었다. 현수막도 펼치고, 서명도 받고, 페이스페인팅도 했다.

일단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생각이다. 그 날도 많은 해운대 주민과 관광객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서명을 하던 해운대구 주민은 “난개발도 난개발이지만 위화감을 조성하는 건물이 해운대 백사장 앞에 들어선다는 것이 너무 싫다”며 난색을 표했다. 백사장을 점령한 인공 돌계단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던 한 주민은 “지금은 온통 호텔과 초고층 건물로 뒤덮인 자리가 옛날엔 녹지였다”며 건물숲을 가리키던 팔을 힘없이 내렸다.

트리플스퀘어 이수철 부회장은 “해운대관광리조트가 완공되면 해운대는 사계절 휴양레저 관광지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며 “안전한 방재시설과 친환경 첨단 건축기법을 총동원해 해운대관광리조트를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사계절 휴양 레저 관광지’인지 주민들은 의문이다. 최수영씨는“트리플스퀘어 측은 지역의 상권이 개발되고 집값이 상승할 것처럼 말하지만 백사장이 사라진 해운대가 무슨 소용”이냐며 안타까워했다.

해운대 백사장은 매년 다른 곳에서 모래를 가져와 메꾼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방안이 아니다. 부산시는 모래 유실을 막으려고 바닷속에 잠재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백사장을 잠식하는 건축물을 허가하는 부산시는 분명 모순이다. 아이들은 모래를 파서 언덕을 만들기도 하고, 물을 부어 성을 만들기도 했다. 어른들이 만드는 건물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백사장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더 모래성을 쌓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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