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의 질,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다
강의의 질,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다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1.05.2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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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학생간의 소통이 우선시 되야

어느 대학생의 고백이다.

1교시 두시간짜리 강의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따분한 강의가 힘들기만 하다. 어려운 강의내용을 따라가기 벅차다. 교수님의 일방적인 지식전달에 머리에서 열이 난다. 필수과목이라 포기할 수도 없다. 나만 그런가라는 생각에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다들 강의내용을 이해하고 참여하기보다는 어렵고 따분해하며 강의마치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이다. 2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교수님 말씀과 칠판에 필기된 것을 적다보면 강의가 끝이 난다.

3교시 발표, 토론강의이다. 강의시간 전 준비해야 될 부분도 많다. 하지만 1교시 강의보다는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강의시간에는 다른 조 발표하는 것을 듣고 질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조 발표가 있는 날이면 일주일전부터 조원끼리 모여 고민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강의시간에 멍하니 있으면 당연히 좋은 학점은 멀리 달아나 버린다. 강의시간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교수의 입장 VS 학생의 입장

지난 276호에서 ‘우리대학 교수들 바쁘다 바빠!’의 기사내용에서와 같이 대학교수들은 논문, 대규모 국책사업, 각종 세미나 참여, 연구, 각종 직책들로 인한 업무가 바쁘다. 전파공학과 윤영교수는 “연구시간 부족과 잦은 해외 논문집필로 인해 강의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교수를 평가할 때 강의의 질보다는 눈에 보이는 실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강의에 투자할 시간이나 노력등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제무역경제학부 나호수교수는 “글로벌리더쉽이라는 강의를 통해 올해부터 발표, 토론강의에 필요성을 절감했다. 전공강의방식에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공강의 같은 경우 진도문제가 항상 걸린다. 70~80여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표나 토론강의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나교수는 학생들의 수동적인 강의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학생들끼리 조를 편성하게 하여 발표강의를 시켜도 발표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의 평가가 취업률로 환산되는 현실에서 학생은 진리탐구라는 이상보다도 당장의 취직을 걱정하며 학점뿐만 아니라 스펙쌓기에 정신이 없다. 우리대학 공과대 한 학생은 “과제 적게 내주고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해주면서 좋은 학점을 주는 교수님이 좋다”며 “취직을 하려면 학점뿐만 아니라 자격증, 어학공부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국제대학 한 학생은 “모든 교수님의 강의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몇몇 교수님의 강의방식이 불만이다”며 “강의분위기자체가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고 일방적인 강의방식 때문에 교수님과 피드백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교수님께 이의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참고 듣고만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와 학생들간의 자유로이 소통이 힘든 현실에서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대학에서는 강의평가제도와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교수법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신뢰할수 없는 강의평가

교수들의 강의를 평가할 수 있는 학생은 한 학기 동안 교수와 지속적, 직접적으로 만나고 경험하는 사람이기에 그 누구보다 올바른 강의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강의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의평가를 충실히 합니까'라는 질문에서 ‘대충 한다'라고 답한 학생이 34%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그 뒤를 이어 ‘관심 있는 몇 과목에 대해서만 충실히 참여한다'가 28.5%로 조사됐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라는 답변은 4.5%에 그쳤다. 우리대학 국제대 K군은 “사실 강의평가를 제대로 해도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대충한다”며 “설문문항도 애매모한 측면이 많아서 정확한 답을 하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강의평가는 강의에 대한 학생의 솔직하고 진실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조그마한 소통의 공간이 점차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국제무역경제학부 나호수교수는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할 때 신중하게하지 않는다”며 “그런 점 때문에 강의평가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강의평가를 보고 자신의 강의방식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나교수는 “전공, 교양과목에서 똑같은 설문문항으로 평가받는 것 적절치 않다”며 “교수들이 직접 설문문항을 만들어 학생들이 자신의 강의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도록 바뀌여야 한다. 또한 학기가 끝나는 시점이 아닌 중간고사 전·후에 추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학사과 임태연 팀장 “강의평가제도가 신뢰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할 때 신중하고 진실되게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사과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강의평가제도를 새롭게 개선하였다. 설문문항 수가 6문항에서 9문항으로 늘어났으며, 강의평가 점수산정방법도 일부분 개정되었다. 또한 강의평가점수를 수강신청동안 학생들에게 공개한다. 하지만 강의평가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수 학습지원 센터, 자발적 참여 저조

전국의 각 대학들이 강의의 질적인 향상과 여러 교수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도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운영중에 있다.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는 학생, 교수들이 자유롭게 신청하여 다양한 학습법, 교수법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교수법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수들에게는 승진점수에 반영이 되며, 외부강의를 나갈시 지원해주고 있다. 교수법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외부에서 교육학 전공자를 초청하여 교수법특강을 제공하고 있다. 특강에서는 강의 노하우와 학생들과 소통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그러나 우리대학 교수학습지원센터는 공대3호관 뒤 실습공장 구석에 위치해 교수와 학생들의 접근성이 뒤떨어진다. 교수학습지원센터 전임연구원 박민아씨는 “교수법 프로그램에는 참여하는 교수님들만 참여한다”며 “교수님들에게 단체메일을 통해 보내는 것으로 교육프로그램을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쳐 많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제통상학과 차경자교수는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아직 우리대학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경험을 공유하는 측면은 좋지만 학과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교유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어 아쉽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학은 진리탐구의 장으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를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과 다양한 분야에 식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곳이다. 그 시작은 교수와 학생이 만나는 강의실에서이다. 교수들은 진정으로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들은 대학강의에서 대학을 다니는 진정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유경태 기자

youkt28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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