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고 소통을 하는 것이 좋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고 소통을 하는 것이 좋아...”
  • 박수정 기자
  • 승인 2011.06.2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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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주인이 되는 곳 '공간초록'

  지하철 1호선 교대역 3번 출구를 나와 골목길을 헤매다 겨우 찾은 하얀 담, 초록빛 대문, 그 옆에 걸린 팻말 하나, 바로‘공간초록’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사이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인 공간초록은 여느 가정집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지로 벽면을 도배하고 다다미를 깔고 마당엔 평상을 놓고 나무를 깎아 선반을 만든 모습은 머무는 이로 하여금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공간초록은 천성산의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한 지율스님과 함께한 사람들의 정신, 그 의미를 남기기 위해 힘을 모아 만든 대안공간으로 다른 공간과는 달리 처음부터 ‘주인행세하지 않기’라는 규칙아래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

 

항상 열린 공간초록
  공간초록은 항상 열려있다. 누구든 자유로이 출입이 가능하다. 심지어 길 가던 고양이마저 들어와 공간초록에서 쉬고 간 적도 있다. 이렇듯 공간초록 안에서는 그 누구도 간섭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이른바 ‘주인 행세하는’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공간초록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러온 가족이나 조용한 분위기 속에 명상하러 오는 사람, 그 밖의 어떤 모임이나 활동을 하러 오는 사람 등 여러 부류의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가며 공간초록 안에서 정을 나눈다.
  이렇듯 공간을 항상 개방하다보니 청소, 관리 등이 소홀해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방치되거나 어지럽혀질 법한데도 공간초록은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들로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방적인 공간초록에도 한 가지 금지된 사항이 있는데 바로‘숙박’이다. 무전여행을 하는 분과 같이 예외적으로 미리 운영자의 동의를 구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간초록은 단지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주로 인문학 활동을 하며 초록 영화제, 인문학 초청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간초록의 존재를 알린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간초록을 알고 많이 찾아오다보니 후원을 해주는 사람이 많이 생겨 그 후원금으로 공간초록의 살림을 꾸려나간다.
 

 손님에서 주인까지 철학박사 김동규씨
  공간초록에서 만난 철학박사 김동규씨는 현재 부산대학교 철학과 비정규교수이자 인문학 연구모임 비상(비판과 상상력)에서 연구팀장, 공간초록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공간초록 운영위원으로 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매체를 통해 공간초록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궁금한 마음에 한번 찾아가 보았고 첫 인상이 좋았던 공간초록을 그 후로도 자주 이용하다 자연스레 지금의 운영위원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손님에서 주인이 된 셈이다.
  그는 공간초록에서‘천원짜리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천원짜리 독서모임이란 독서 모임을 할 때마다 참여 구성원 모두 천원씩내서 공간초록을 후원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대학생, 작가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독서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동규씨가 말하는 공간초록 공간초록은 대안문화공간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김동규씨가 말하는 대안문화공간이란 무엇일까. 그는‘실제로 도심 속에서 개인적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기존의 문화나 삶에 지친, 또는 그 속에서 탈출하고자 하는사람들이 시장이나 자본에 잠식되지 않게 보듬어줄 수 있는 곳, 삶의 가능성을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그런 공간을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공간초록은‘~되지
않게’라는 표현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공간으로 소위 말해‘그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동규씨는“내가 좋아서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사람들과 즐겁게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공간초록을 이용하는 학생들만큼은 훗날 제도에 얽매이지않고 무슨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간초록은 부산에 위치한 또 다른 대안문화공간인 생활기획공간‘통’, 대안공간 ‘반디’와의 연대를 통해 공동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대안문화공간‘공간초록(http://www.spacechorok.com)’: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89-53번지 (교대로 22번길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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