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안에 기부있다
소비 안에 기부있다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6.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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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소비 공정무역
▲ 손님들은 커피맛이 좋아 클라우드 트리를 찾다가 자연스레 공정무역을 알아간다

에티오피아의 한 커피 농부는 말한다. “스타벅스? 파스쿠찌? 커피빈?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커피 한잔에 4000에티오피아센트(한화 4000원)라구요? 우리는 3에티오피아센트(한화 3원)면 마실 수 있는걸요”


공정무역이란 제3세계 생산자와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매해 이들의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무역방식이다. 안 팔리면 거래를 끊는 무책임한 거래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제3세계에서 생산한다고 모든 것이 공정무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 무역이 되기 위해서는 아동노동 금지, 여성인권향상, 민주적 의사결정, 지속적 거래관계, 친환경적 유기농 제품 생산 등 5가지 조건이 있다.

커피 소비가 늘어도 농가의 수익은 1%
매년 세계는 700만 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4천억 잔의 커피를 마신다. 하루 약 25억잔정도 소비되는 100ml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커피콩 100개의 현지 가격은 10원이다.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무역품인 커피는 한 해 600억 달러어치가 유통되고 있으며, 현재 커피를 소비하고 있는 국가는 90여개국에 이른다.
해마다 커피 소비는 확산되고 있지만 에티오피아 커피 재배농가의 1년 수입은 60달러 수준이다. 이윤의 1%는 소규모 커피 재배농가의 몫, 이윤의 99%는 미국의 거대한 커피회사, 소매업자, 중간거래상의 몫이다. 1%에 속하는 커피 재배종사자는 50여개국 2천만명, 대부분은 극빈자들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어린이다.

국제무역경제학부 나호수 교수는 “후진국의 농산물을 선진국과 교역할 때 원가 이하의 교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역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풍요의 심리를 가져야 한다. 풍요의 심리를 가지면 다른 이웃의 것을 인정하게 된다. 부족의 심리를 가진 사람은 남의 것을 빼앗고자 한다”며 공정무역의 개념도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란하지 않은 조용한 실천
부산대학교 정문 근처의 골목 한켠에 유리창이 온통 나무그림으로 가득 찬 ‘클라우드트리’라는 카페가 있다. 흔한 카페같지만 이곳은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이곳 클라우드트리의 대표 박재범씨를 비롯해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이곳에서 공정무역스터디를 하고 있다. 대부분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공정무역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떤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지 알지 못한다. 클라우드트리는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었다. ‘이 방식이 옳은 것이니까 따르라’고 말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페 매니저는 “커피가 맛있으면 손님이 올 것이다. 그렇게 한 두 번 오다가 가게 인테리어와 메뉴판에 살짝 적혀있는 공정무역 마크를 보고 자연스럽게 ‘공정무역이 뭐지?’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지난 5월 둘째주 토요일은 WTO(세계무역기구)가 지정한 세계공정무역의날 이었다. 스터디회원들은 신세계 백화점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소비자들에게도 친환경적인 생산품을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소비가 곧 나눔, 또 다른 기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캠페인에서 판매한 상품들은 공정무역 커피 외에도 홍차, 초콜릿, 축구공, 설탕, 천연소재로 만든 의류, 패션소품 등 다양한 물품들이었다.
한 스터디회원은“이제 카페에서 메뉴판만 봐도, 마트에서 바나나만 봐도 공정무역이 생각난다”며 어느새 생활 속에 들어온 공정무역을 되새겼다.


기업의 무역거래도 바꾸는 주체적 소비자
나호수 교수는 “공정무역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민의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과 동시에 기업들의 상생정신이 필요하다”며 시민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을 우려했다. 또한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뒷받침되어야 공정무역 상품에 대한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비추었다. 가격측면에서 많은 시민들이 공정무역 상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하는 기업들의 평이 좋다.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80%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은 공정무역 커피 소비량이 시간당 120,556컵으로 전세계 1위다.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기업은 제3세계 국가들과의 무역구조를 개선하게 되는 것이다.
모금함에 돈을 넣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소비하는 자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 가격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기부의 성격을 띠는 공정무역이다. 한 공정무역스터디 회원은 “공정무역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제 3세계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생산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기부는 아님을 강조했다.


단순히 상품 종류를 선택하는 것만을 주체적 소비자라고 할 수는 없다. 상품의 이면을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자 한명이 세상을 바꿀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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