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9.0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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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정체성 무시한 결격법안

 

7월 28일, 국회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 22인(한나라당 19, 자유선진당1, 미래희망연대2)이 발의한 ‘의원입법’의 형태로, 우리대학과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 KORDI(한국해양연구원)의 통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본문 31개조문, 부칙 13개조문으로 구성된 이 법안은 57년만에 현직 국회의장이 발의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해양특성화 분야를 연구할 우수한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선진 해양연구개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가 해양과학기술발전과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하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설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법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이하 “해양과기원”이라 한다)은 법인으로 한다.

제2조는 해양과기원의 법적지위를 나타낸다. 이 법안대로라면 국립대학인 우리대학은‘법인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15조(학위과정 등) ① 해양과기원에 박사·석사 및 학사과정을 둔다.

② 제1항에 따른 과정별 수업연한·학기·수업일수·학과(學科)·전공 및 교과(敎科)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총장이 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학사과정의 교육을 위하여 해양과기원에 대학을 설치한다.

④ 제1항의 박사·석사 및 학사 과정의 학위수여, 교원의 자격, 입학자격 및 입학방법 등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고등교육법」에 따른다.

제15조 1항에서는 해양과기원에 박사∙석사 및 학사과정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순서를 박사, 석사, 학사 순으로 둔 것은 학사과정을 위한 대학설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해양과기원이 연구중심 대학원 대학을 지향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 조항을 두고 학사중심인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훼손시킨다는 의견이 제기되고있다.


해양과학기술원법안에서는 부칙을 복잡하게 두고 있다. 이는 각 기관을 폐지시키고 인력과 자원을 흡수해서 만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칙 제2조(설립준비) 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이 법의 공포일부터 3개월 이내에 10명 이내의 설립위원을 위촉하여 해양과기원의 설립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게 하여야 한다.

② 설립위원은 해양과기원의 정관을 작성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③ 설립 당시의 해양과기원의 이사·감사 및 총장은 제6조 및 제8조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임명한다.

④ 설립위원은 제2항에 따른 인가를 받으면 지체 없이 연명으로 해양과기원의 설립등기를 한 후 총장에게 사무를 인계하여야 한다.

⑤ 설립위원은 제4항에 따른 사무인계가 끝났을 때에는 해촉된 것으로 본다.

부칙 제2조 3항을 보면 설립 당시의 해양과기원의 이사∙감사 및 총장은 제6조 및 제8조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임명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는 해양과기원 초기 구성을 교과부장관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둠과 동시에 우리대학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를 좁히고 있다.

부칙 제3조(교직원 및 직원의 임용 특례) ① 종전의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은 종전의 한국해양대학교 소속 교직원을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해양과기원의 교직원으로 임용될 사람과 그러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 구분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해양과기원의 교직원으로 임용될 것을 희망한 사람은 해양과기원이 설립된 때에 공무원에서 퇴직하고, 해양과기원 교직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본다.

③ 제1항에 따라 해양과기원의 교직원으로 임용될 것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공무원의 소속, 신분 보장 및 복무 관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교원인 공무원의 경우 해양과기원이 설립된 이후 5년간 공무원 신분을 보유한다.

부칙 제3조는 우리대학 소속 교직원이 공무원 신분에서 퇴직하고, 법인 직원으로 새롭게 임용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신분 보장을 받지만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 또한 법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없이 행했다는 측면에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부칙 제10조(폐지되는 한국해양대학교 학생 등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의 시행으로 폐지되는 한국해양대학교는 이 법 시행일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 같은 학교 및 이 법 시행 전에 입학한 학생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해양대학교의 학생 중 정당한 사유로 그 존속기간 내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자가 있을 때에는 다른 대학이나 해양과기원에 편입학할 수 있다. 이 경우 편입학하는 해당 학교에 그 학생에 해당하는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

부칙 제10조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다. ‘ 폐지되는 한국해양대학교’라고 우리대학의 폐지를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명확한 보호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서는 정당한 사유로 존속기간 내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자, 즉 현 1,2학년을 비롯한 휴학생들은 다른 대학이나 해양과기원에 편입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호한 이 조항을 두고 우리대학 해사법학부 교수들은 ‘존속기간내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은 능력껏 편입해야한다’고 해석했다.

해사법학부 이용희 교수는“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은 당사자들의 수렴과정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해양산업분야에 인재를 공급하는 해양대의 정체성을 파괴했다”며 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현재 이 법안은 사실상 폐기가 결정된 상황이다. 법안은 발의의원 과반수 의견으로 철회, 상임위원회에서 폐기, 상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임기 종료 이렇게 세가지 방법으로 폐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고 교과부에서 의견수렴 후 수정안을 새롭게 발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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