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도대체 뭐길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도대체 뭐길래?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09.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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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경영자’ 제공, 희생은 ‘노동자’ 에게

영도가 시끄럽다. 작년 12월 15일 한진중공업 사측이 업무량고갈, 수주경쟁력 저하, 매출액의 현저한 감소로 인한 경영실적악화를 이유로 생산직 직원 400명에게 희망퇴직 계획을 통보했다. 그러자 그로부터 5일 뒤인 20일, 한진중공업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사태는 점점 갈등으로 치달았고 급기야 올 1월 6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출신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5m 상공의 크레인에 올라가 230여일째 농성을 계속하고있다.

정리해고, 문제의 원인은?
공식적으로 한진중공업은 현재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 사측은 이것을 정리해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한다.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있다면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일 수 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의 경우 2010년 3분기까지 조선부문 수익성이 전체 영업이익률 9.3% 의 약 2배인 18.3%이다. 또한 전체 영업 이익의 87%가 조선부문에서 발생했다. 주요한 다른 조선사와 비교해도 양호하다. 2009년을 기준으로 동종업계의 영업 이익률이 △삼성중공업 6.1% △대우조선 5.5% △STX 2.4%인 것에 비해 한진중공업은 15.5%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왜 회사측은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것일까? 한진중공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다른’이유가 있어 보인다.

 

결국은 경영전략 때문
한진중공업은 2007년 8월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와 한진중공업으로 분할되었다. 지주회사는 자(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로서 자회사의 주식을 지배가능한 한도까지 매수해 자산으로 만들어 기업활동에 의하지 않고 지배한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는 사업의 분리매각이 쉬워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고, 경제력 집중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결국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 전환도 사실상 대주주(조남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한진중공업 시절 대주주의 지분율이 16%였던 것이 분할 후 50.1%로 안정화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당시 대주주에게는 한진중공업 주가는 높고, 한진중공업홀딩스 주가는 낮을수록 유리했는데, 그렇게 되어야 한진중공업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고 한진중공업홀딩스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여 목표대로 주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10월까지 6개월 동안의 주가를 보면, 한진중공업홀딩스 주가는 7월 단순평균 75000원에서 8월 45000원으로 하락했는데, 한진중공업 주가는 8월 주식시장에서 다시 거래된 이후 상당히 올라갔다. 즉 대주주는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한진중공업홀딩스는 현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져가면서 부채는 매우작게 가져간 반면, 한진중공업은 현금은 작게, 부채는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자산과 부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자회사에 대한 투자와 필리핀 수빅조선소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수빅조선소 공사 대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이를 빌려온 돈으로 만회했다. 결국 사측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인건비를 감축하고 수빅조선소를성장시키기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영도조선소 vs 수빅조선소
영도조선소는 2009년과 2010년에 배를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2년간 △삼성중공업 15억달러, 97억달러 △대우조선 37억달러, 112억달러 △STX 18억달러 31억달러를 수주하는 등 우리나라 조선 7사의 2010년 수주 실적치가 2009년에 비해 약 3배 정도 개선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유독 영도조선소만 0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진중공업에 들어온 물량이 수빅조선소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임금이 한국의 10%수준이라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정리해고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고의로 물량을 수빅조선소로 빼돌렸다고 주장하고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2010.11)의 자료에 따르면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의 비용 격차는 13%로 나타났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임금이 한국의 10%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미미한 수치다. 조선산업의 특성상 재료비 비중이 매우 큰데다 수빅조선소의 생산성이 영도조선소의 30%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수주물량이 정상일 때도 7대 조선소 평균 임금의 70%에 불과한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불가피한 수빅조선소행
이번 정리해고 문제와는 무관히, 한국의 조선산업은 이미 성숙산업 단계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후진국들이 하나 둘 조선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은 낮아지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전환하고 해양플랜트 등 비조선부문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더욱이 한진중공업의 경우 수빅조선소가 영도조선소를 거의 완전하게 대체가능하고 영도조선소의 규모나 환경 같은 한계점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전략의 문제점을 떠나, 결국에는 영도조선소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대해 부경대 허민영 교수는 2월 국회에서 열린 야4당 긴급토론회에서 “한진중공업은 지난 3년간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이렇게 상당한 경영상의 이익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되는 인건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량실업을 발생시켰다”며 “이는 지역사회에 엄청난 사회, 경제적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영도조선소가 축소되는 것은 조선업의 흐름상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정리해고의 이유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영상의 문제점이 그 바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정리해고가 받아들여질 경우, 경영자의 ‘자의적인 경영전략 결과’로도 정리해고가 가능해 정리해고의 요건을 심각하게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더 이상 한진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이 대한민국 재벌기업에 어떤 본보기가 될 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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