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국립대
바람 잘 날 없는 국립대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10.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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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구조개혁∙통폐합’으로 위기

 

▲ 9월 23일 부산대 학생총회에는 5440명의 학생이 모였다 (제공 : 부대신문)

9월 21일 부산대에서 는 545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의견수렴 없는 부경대와의 통합안에 대해 학생총회를 열고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또한 총학생회장단은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다음날인 9월 22일, 서울대 학생이 정문 조형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23일에는 부산교대가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로 지정됐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3일 이었다.


법인화로 휘청 ‘서울대학교’

▲ 고공농성중인 서울대 법학과 오준규 학생(제공 : 대학신문)
▲ 본부 점거 시도중인 서울대 학생들(제공 : 대학신문)

9월 22일, 서울대 법학과 오준규 학생이 ‘샤’형태의 정문 조형물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했다. 법인화법 폐기와 동맹휴업 성사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오 학생은 24일 오전 7시 의식을 잃을 때까지 50시간가량 농성을 이어갔다.

서울대 법인화는 2009년 7월, 서울대가 총장의 권한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서울대 법인화안’을 확정함에 따라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서울대 총학생회는 반대투쟁을 시작했고 지난 3월 31일, 직원들도 법인화반대를 이유로 본부를 점거했다. 6월에는 학생들이 본부와 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서울대 총학생회는 9월 28일 동맹휴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는 2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아크로광장에서 약식 문화제를 열고, 정문까지 행진한 후 7시 30분부터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부실 선고‘부산교육대학교’

▲ 부산교대 총학생회 기자회견

부산교대는 지난 9월 23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로 지정됐다.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구성원들 모두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 명단이 발표되기 4일전인 19일, 교과부에서는 부산교대에게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공모제를 채택 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구조개혁명단에서 제외해주겠단 것이었다. 하지만 교수회에서는 제안을 거부하고 직선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 또한 이를 통∙폐합과 연관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하여 총장공모제를 반대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20일, 교과부에서 2차로 총장공모제를 채택할 것을 논의하라는 문건을 보냈으나 부산교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부산교대는 예상대로 구조개혁 명단에 오르게 됐다.

교과부가 발표한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의 평가지표는 △취업률(임용시험 합격률) △재학생 충원율 △국제화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장학금 지급률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록금 인상수준 △대입전형이다.

이 지표에서 하위 15%대학이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총장직선제 개선, 유사학과 통∙폐합, 더 나아가 대학 간 통∙폐합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자체 구조개혁’에 대한 추진방안을 확약한 대학은 이번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제외된 대학은 총장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한 8개 교육 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철도대와 통합한 충주대학교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교대 윤두영 총학생회장은 “교과부의 총장공모제 제안은 대학의 핵심적 권한을 빼앗아 법인화나 통폐합을 이루어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9월 30일에 전국교육대학협의회 차원에서 동맹휴업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부산교대 총학생회는 9월 27일부터 이틀간 학사거부 총투표를 실시했으나 3/4이상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된 상태다.


비민주적 통합합의 ‘부산대학교-부경대학교’

▲ 9월 1일 부산대 기자회견 및 총학생회장단 삭발식 (제공 : 부대신문)

부산대와 부경대는 통합합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언론에 부산대학교와 부경대학교의 통합합의가 보도된 후 각 대학 학생회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통합합의가 보도된 당일, 본부에 항의방문을 했으며 8월 29일에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학생총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다음날 부총장실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9월 1일 부산대 정문 앞에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삭발 및 기자회견을 하고 21일 총 5440명의 학생이 모여 학생총회를 성사시켰으며 총학생회장단은 단식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대 김종현 총학생회장은 “통합정책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선진화방안’과 다를 바 없다. 결국에는 법인화를 하기위한 과정인 것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부산대는 25일 학교본부와 ‘통합선언 잠정적 중단’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부총장실 점거를 푼 상태이다.

한편 부경대는 부산대와의 통합 건에 대해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통합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38명 중 찬성 17.81%, 반대 76.94%, 차후판단 5.25%로 반대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총학생회에서는 의견 수렴 없는 통합에 대해 총장사과문을 받았으며, 9월 6일 본부와의 면담을 통해 통합 회의진행과정에 학생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부경대학교 구자영 총학생회장은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통합을 ‘법인화’로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통합안에 대해서는 “구성원과 협의 없이 무조건적으로 통합을 할 것이 아니라 회의기구를 통해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립대 들었다놨다하는 ‘국립대학 선진화방안’
법인화, 구조개혁, 통폐합은 모두 교과부에서 지난 8월 23일 내 놓은‘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시안)’의 일환이다. 국립대학의 운영효율화를 통한 성과제고가 목적인 이 방안은 △총장직선제 개선 △총장의 대학운영성과목표제 도입 △학(과)장 공모제 도입 △학부 교양교육 활성화 △기성회 회계제도 개선 △국립대학 통∙폐합 등 구조개혁 지속 추진 △국립대학 특별관리제 도입 △성과급적 연봉제 정착을 위한 교언업적평가체제 선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국교련)는 9월 15일 기자회견에서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은 국립대학을 선진화시키는 게 아니라 망가뜨리는 정책”이라며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폐기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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