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신속히 잔디밭에서 나와주십시오"
"학생들은 신속히 잔디밭에서 나와주십시오"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1.11.03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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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인조잔디보호로 학생들의 불만커져

 

 

 
평일 오후 인조잔디구장을 사용하는 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인조잔디구장의 출입문은 개방되어 있지만 인조잔디구장 안은 조용하다. 인조잔디구장 옆 도로에서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캐치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위험천만해 보인다. 잠시 후 두 명의 학생이 인조잔디구장에 축구공을 가지고 들어간다. 공을 몇 번 차지도 않았는데 스피커에서는 어김없이 경고방송이 흘러나온다.

 “당직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예약되지 않는 학생들은 인조잔디에서 나가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학생들은 신속히 잔디밭에서 나와주십시오”

 과잉 인조잔디보호에 학생은 불만

  지난 27일에 시청각동에서는 총학생회와 각 단대 대표자들(단대 학생회, 과 회장, 학년 별 대표자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인조잔디구장 이용에 관해 한 학생이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대학 부 학생회장 남좋은일(해운경영학부·10)학생은 "현재 국제대 학우들이 인조잔디구장을 옆에 두고 위험한 도로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용시간도 짧고 축구이외의 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인조잔디구장은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조잔디관리’라는 명목 하에 축구경기 외 다른 활동 사용금지, 음식물 반입금지, 축구화 착용 이외의 신발 출입금지 등 인조잔디구장 이용에 있어 많은 제한돼 있다.

 

동아대 승학캠퍼스내 인조잔디구장 모습

  동아대 승학캠퍼스 경우 2006년에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인조잔디구장이 조성되었다. 인조잔디구장의 이용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야구부, ROTC에게 개방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인조잔디 안에서 누구나 자유로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 동아대 인조잔디구장을 관리하는 관계자는 “1년에 2차례정도 하는 보수비용이 부담되는 점이 있지만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자유로이 개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로 인조잔디가 훼손되는 체육활동은 축구경기이다”며 “대부분 페널드 킥, 코너 킥 등 공을 주로 차는 부분에 유독 인조잔디가 파헤쳐져 망가져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30분

  학생들이 인조잔디구장 이용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실제로 인조잔디구장의 사용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에 존재하는 운동장은 중앙운동장(해사대본관에 위치)과 남운동장(지금의 인조잔디구장) 그리고 북운동장(방파제 옆 매립지)으로 모두 3곳이다. 지금의 북 운동장은 매립공사로 인해 땅상태가 고르지 않아 사실상 체육활동에 적합하지 않다. 북운동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운동장은 평일 수업시간에는 소음으로 인해 학습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운동장사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한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요즘 같은 경우는 해가 빨리 저물기 때문에 야간조명 없이는 원활한 경기를 진행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국가적 에너지위기’에 따른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야간조명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야간조명 사용시간은 오후 8시 반까지이다. 결국 학생들이 마음놓고 인조잔디구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시간 반 뿐이다. 보통 축구경기가 2시간정도 진행되며. 학과이상의 경기이다 보니 시간을 맞추는 부분에도 어려움이 있어 하루 평균 1경기정도만이 진행되고 있다.

 

학내 도로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 복지 < 3,400원 전기세

  3월 초 우리대학에서는 ‘국가적 에너지위기’를 맞아 차량 10부제, 야간조명 사용제한, 엘리베이터 이용제한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여왔다. 현재 차량 10부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고 엘리베이터도 일부 정상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운동장 야간조명 사용제한만은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설과 관계자에 따르면 조명등 1개당 1시간에 1Kw의 전기가 소요되는데 1Kw의 전기세는 100원 정도라고 한다. 인조잔디구장의 야간조명등은 총 34개로 시간당 3400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하지만 교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테니스장 같은 경우 총 62개의 야간조명등이 설치돼 있고 5개의 경기코트장이 있다.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관계자에 따르면 월, 수, 금요일은 교수들이 사용하고 화, 목요일은 테니스 동아리(스메싱)에게 개방되지만 주로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교수라고 한다. 즉 경기면적과 이용인원을 비교하더라도 야간조명등 설치갯수는 형편성에 맞지 않지만 운영시간은 두 경기장 모두 똑같다.

 

 상당한 보수비용, 교체비용 하지만 예산수반은 불투명

  한 인조잔디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인조잔디 사용연한은 약 7~8년이라고 한다. 인조잔디구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1년에 2차례 정도 잔디 세우기(브러싱)와 이물질제거, 고무칩 충전관리가 필요하다. 보수에 드는 비용은 대략 2,000만원으로 학교 수익사업에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처에서 밝힌 10월달 운동장 사용료는 총 100만여원 정도로 예비 보수비용을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인조잔디의 관리비용도 뿐만 아니라 인조잔디를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부산대 장전캠퍼스의 인조잔디구장 면적은 7100㎡로 올해 9월부터 시작해 내년 4월까지 대운동장 보수 및 인조잔디 교체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대 시설관리과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인조잔디를 전면 교체하는데 드는 예상비용만 3억원이 웃도면서 예산확충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대학의 경우 인조잔디를 전면교체할 때의 예산비용은 남운동장 면적이 5,369㎡임을 고려하면 최소 2억여원이다.

  이용실태에 따라 인조잔디의 평균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교체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 하지만 사전 예산수립이 안될 경우 훼손된 인조잔디구장을 사용할 수 없어 그대로 방치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보수 및 교체비용의 사전예산수반 계획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학생복지과 김언도씨는 “아직 인조잔디구장을 개장한지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보수, 교체비용에 대해 정확히 고려해 보지 않았다”며 “인조잔디의 상태를 봐서 결정할 일이지만 2년에 1번 정도 보수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2010년 안성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인조잔디 조성문제에 있어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과의 논의 끝에 인조잔디구장을 조성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였다. 인조잔디 유해성, 운동장 사용 제한과 보수비용, 교체비용 등의 확보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인조잔디 구장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이처럼 우리대학에서도 인조잔디구장 조성시 유지·관리비용 예산문제, 개방시간, 학생들의 여론등 다양한 각도로 구성원간의 충분히 논의되어야 했다. 앞으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 학내 전 구성원들이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으로 변화되길 기대해 본다.

유경태 기자

youkt28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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