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낙타 부전시장에 떴다!
날라리 낙타 부전시장에 떴다!
  • 최지수 기자
  • 승인 2011.11.03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미있는 전통시장을 위한 젊은이들의 움직임

 놀기 좋아하는 날라리 낙타, 실크로드를 타고 우연히 부전역에 내렸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일? 집에 갈 생각도 안하고 느릿느릿, 부전시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날라리 낙타, 그러다 돌아가는 기차를 놓치게 되는데...

▲ 부전시장 공공미술

􀓤‘날라리 낙타, 부전역에 내리다’
 지난해부터 시장에 젊은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딘가 보통의 시장손님들과 달랐다. 기타를 들고, 붓을 들고, 스마트폰을 들고 부전시장 곳곳을 누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공연, 작품, 영화 등‘예술’이 남는다. 의아해하던 상인들도 이제는 ‘도슨트’역할을 자처해 손님들에게 먼저 나서서 작품을 설명한다. 이 모든 것들은‘날라리 낙타’들이 기획한 소행이다.

 날라리 낙타는 3년간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현재 2년차에 접어든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문전성시’의 부전시장 캐릭터이다. 실크로드의 상징인‘낙타’가 우연히 부전시장에 와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잊을 만큼 흠뻑 빠졌다는 스토리텔링으로 낙타는 문전성시 부전시장 사업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이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팀 또한 시장에서 ‘낙타’로 통한다. 낙타들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젊고 재미있는’시장을 만들기위해 부전시장 인삼마켓 옆에 작은 ‘낙타사랑방’을 만들어 소통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낙타사랑방에 들어서자 손님들로 사랑방이 북적였다. 마침 케냐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 ‘제이슨’이 사랑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케냐식 요리를 부전시장에서 팔기도 하고, 부전시장에서 팔다 남은 옷가지나 필기구 등을 케냐 어린이들을위해 보내기도 하는 등 부전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낙타 사랑방은 그야말로 부전시장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시장 활성화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 날라리 낙타 프로그램 '골목투어'

 낙타 사랑방 벽에는 갖가지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 포스터들의 내용이 모두 날라리 낙타가 지난해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해 왔던 프로그램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날라리 낙타는 △다큐멘터리 날라리 낙타 △낙타빵 판매 △토요문화야시장 ‘얼쑤~난장’△시장문화콘텐츠 기획단 양성 △시장통 비엔날레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11년에는 △상인공연단 △골목투어 △스마트폰영화제 등을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 노리단의 퍼포먼스 공연

 ‘상인공연단’은 생활용품이나 폐자재들로 공연을 하는 공공적 문화예술단체 ‘노리단’과 퍼포먼스 공연을 준비 중이다. 11월에 있을 공연을 앞두고 상인 3~4명이 매주 수요일마다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날라리 낙타 이숭희 홍보팀장은 “상인들만으로 공연을 꾸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노하우가 있는 노리단과 함께 기획했다”며“정착되면 상인들만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목투어도 날라리 낙타의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날라리 낙타에서는 부전시장을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1시간 30분 정도의 투어코스를 만들고 해설과 체험을 곁들였다. 골목투어에는 외국 관광객과 학생, 일반 시민들이 찾고 있다.

 9월부터‘시장통 스마트폰 영화제’공모도 시작했다. 5분내외의 영화를 부전시장에서 찍기만하면 된다. 스마트폰 영화제에 대해 이숭희 홍보팀장은“스마트폰 영화제는 시장에 젊은이들을 유입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스마트폰 영화를 찍으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부산대에서 미술 하는 학생들 18명이 공공미술을 할 만한 곳을 찾기 위해 부전시장에 오는 등 점점 더 다양한 활동이 부전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매나 좋노”
 부전시장에서 15년째 인삼장사를 하고 있는 김귀숙(60)씨는 날라리 낙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열혈팬이다. 얼마 전에는 날라리 낙타 주최의 ‘20자 안으로 시장을 표현하는 상인 공모전’에서 3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씨에게 날라리 낙타 프로그램은 ‘활력소’이다. 하루종일 시장에만 있다가 날라리 낙타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 맛사지, 수지침, 비누만들기 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더욱 풍요로워
진 것이다. 더러는 점포를 찾는 손님들에게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낙타들이 시장에 오기 전, 상인들에게 돌아오는 문화적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하는 김씨의 입에서는 연신 “얼매나 좋노”라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전통시장은 점점 지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때문이다. 부전시장에도 입구에 농협 하나로마트, 조금 더 내려가면 홈플러스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맞서 시설현대화 사업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다. 이런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날라리 낙타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새롭고 재미있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숭희 홍보팀장은 “앞으로 시장에서 청년창업도 기획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시장도 재미있는 ‘놀이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날라리 낙타들. 이들의 활동에서 전통시장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