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자원봉사자도 누려야 할 권리
복지, 자원봉사자도 누려야 할 권리
  •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신문사 공동취재단
  • 승인 2011.12.09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최대의 영화제’, ‘세계 4대 영화제로 도약’, ‘영화의 전당 개관’…. 지난달 막을 내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BIFF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자원봉사자’가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비해 그들에게 돌아오는 기본적인 대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BIFF의 주춧돌 '뒷전

  BIFF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특정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의도로 자원봉사를 참여했다. 총무팀 야외상영작 공혜림(동서대) 씨는 “평소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BIFF를 통해 적성을 발휘하고 싶어 자원봉사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원한 자원봉사자들은 BIFF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실질적으로 BIFF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근무, 식사 및 휴식 시간 등 전반에 걸친 복지환경을 알아봤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투자 1.72%에 그쳐

  제16회 BIFF의 인력은 정규직 30명, 단기 스태프 250명, 자원봉사자 790여 명으로 구성됐다. 2011년도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 회의록 1부’에 따르면 총 인원 약 1,070명 중 790명의 자원봉사자는 73.8%를 차지하고 있다. 총무팀 자원봉사자 담당자 장은석 씨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쓰이는 예산은 2억 원으로 8박 9일간 ▲활동비 ▲조기 근무 활동비 ▲교육기간 활동비 ▲간식비 ▲행사비 등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수입예산의 1.72%에 해당하는 예산이다. 그 중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비로 지급되는 예산은 7,500만 원으로 수입예산의 0.64%에 달하는 수치다. 즉 자원봉사자들은 하루에 1만 1천 원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이에 초청팀 의전팀 이인혁(동아대) 씨는 “이 활동비는 식사를 하거나 교통비로 사용하는데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한 데일리OST 김경기 편집장은 “대학생이라는 고급인력을 사용하면서도 그만한 대가를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비는 11월 중 지급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도(11월 18일) 지급이 미뤄지고 있어 BIFF 폐막 이후의 처우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근무체계 미흡으로 효율성 결여

  보통 대규모 행사는 관객이 많이 몰리는 주요 시간대에 자원봉사자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인력 활용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BIFF 자원봉사자들은 관객의 수와 관계없이 아침 8시부터 최대 12시간 동안 정해진 휴식시간 없이 근무했다. 서대정(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자원봉사자들을 시간단위로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며 “비효율적인 인력배치 문제를 개선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해줘 자원봉사자들이 덜 지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평균 11시간 동안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식사 및 휴식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마켓 운영팀 세일즈부스 김상호(경성대) 씨는 “자원봉사를 특정 이익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사 및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영화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에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마케팅팀 스폰서 광고 김성민(부경대) 씨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자가 너무 많아 근무 및 휴식, 식사시간 등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다”며 복지 및 체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해외 영화제와 비교… 예산액은 비슷, 자봉 복지는 달라

  BIFF가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하는 복지 수준이 해외 국제영화제와 비교하여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의 유명 국제영화제와 예산 규모는 대등하지만 자원봉사자와 관련한 활동비(식비) 지급 수준, 교육 시스템, 관리처, 고용 구조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우선 해외 국제영화제는 BIFF와 비교하여 예산 총액 대비 자원봉사자 활동비 지급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 특히, 파리한불영화제(FFCF)는 총 예산이 2~3억 원(작년 기준)으로 총 예산이 116억 원(올해 기준)인 BIFF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총 예산 대비 자원봉사자에게 지급되는 예산의 비율은 약 30%로 BIFF(총 예산 대비 자원봉사자 지급 비율 4.69%)보다 6배 이상 높았다.

  한불영화제는 BIFF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자에게 식비, 교통비를 활동비로 지급하고 있지만 식비 지급 수준은 달랐다. 한불영화제 자원봉사자는 1명 당 하루 2끼 식비로 약 7만 원(50유로)을 받는다. 또한 세계 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끌레르몽페랑 단편영화제도 자원봉사자들에게 1명 당 약 4만 원 정도의 식비를 지불하고 있다. 이와 달리 BIFF 자원봉사자는 활동기간 중 별도의 식비를 받지 않는다. 마켓운영팀 김수빈(부산대) 씨는 “근무기간 동안 식비는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며 “하루 한 번 나오는 햄버거, 도넛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가 고프면 사비로 사 먹었다”고 식비 지급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시스템에서도 차이점이 나타났다. BIFF는 자원봉사자 오리엔테이션 및 전체교육을 각각 1회 실시하고 이후 각 팀별 업무교육, 예절교육을 진행했다. 전체 교육을 제외한 팀별 교육 횟수 및 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3회, 총 6시간 정도다. 이에 비해 한불영화제는 자원봉사자 교육을 평균 한 달 동안 진행하며 업무 교육을 실시한다. BIFF에 1회부터 참석했던 서대정(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BIFF 자원봉사자들이 영화제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며 “대학생 위주로만 구성되다보니 교육메뉴얼대로 실시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총무팀 안내데스크 정슬기(경성대 경영 3) 씨 또한 “BIFF 자원봉사자들의 책임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책임감을 가지고 손님에게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모르는데요’로 일관하는 봉사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영화제는 주관처가 시·도(관)이고 이 주관처에서 자원봉사자를 관리·운영한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1901년에 도입된 민간협회법에 따라 민간독립협회가 영화제를 주관하고 있다. 한불영화제의 경우, 민간독립협회 ‘1886’이 영화제를 주관한다. 이 협회의 구성원에 자원봉사자가 소속돼 있어 자원봉사자 업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기관을 거치는 일 없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서는 민간독립협회 활동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능력에 따라 정규직원이 되는 고용 순환구조가 마련돼 있다. 많은 지역인들이 자원봉사자로 근무를 시작해 단기 스태프, 정규직원 순으로 채용되고 정규직원이 되면 민간독립협회가 운영하는 센터에 상주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운다. 반면 BIFF는 이러한 고용 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자원봉사자에서 스태프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BIFF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제16회 BIFF 사무국의 직원은 총 280명(정규직 30명, 단기스태프 250명)이었지만 이 중 자원봉사자를 거쳐 단기스태프가 된 직원은 20명에 그쳤다. 한불영화제 프로그래머였던 차민철(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BIFF도 자원봉사자를 통해 전문 인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단순히 축제 분위기를 내는 장식품에 그치면 안된다”며 전문 인력 확충을 촉구했다.  

BIFF라는 새 간판을 달고 지난달 16번째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4대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서 BIFF가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기본적인 처우 개선이다. 차민철 교수는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 자원봉사자 복리 등 기본적인 것을 공고히 한 이후에 스타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BIFF는 스타마케팅에만 주력하는 것 같다”며 국제 영화제로서의 본질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신문사 공동취재단

(동아대, 부산대, 부산교대, 울산대, 인제대, 인제의대, 창원대, 한국해양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