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청춘들이여 “소리쳐”
이 시대 청춘들이여 “소리쳐”
  • 박지선
  • 승인 2012.03.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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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있는 연극 ‘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

 

한파가 올 겨울 한반도를 뒤덮었다. 매서운 추위에 발을 동동 굴러보고 입김을 호호 불어본다. 그러나 이미 얼어버린 시린 가슴은 좀처럼 녹질 않는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는 1년이 온통 겨울 같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꿈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위기감과 절망감에 하루하루가 괴롭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봄날은 언제 찾아오는 것일까?

 

 

노래가 있는 연극 ‘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는 오늘날 청춘들에게 보내는 반성문이자 응원가이다. 극중 화자인 ‘나’가 영희와 철수를 위한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무대가 시작된다. ‘나’의 역할이 ‘영희’로 전환되면서 그녀의 가족들과 철수가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세상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 이어서 그들을 위로하는 락 밴드의 콘서트가 어우러진다.

 

극중 중학교를 마친 영희는 제도교육을 거부하고 홈스쿨을 선택했다. 집 건너편 아파트를 돌며 수거한 세탁물을 상가 세탁소에 가져다주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기 밥값을 한다. 공부를 하다 남는 시간엔 ‘영희의 미주알고주알’이라는 팟캐스트(Podcast) 방송을 진행한다. 사회에서 흔히 일컫는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영희는 본인 의지에 따라 가고 싶은 길을 선택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간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사는 게 즐거운 영희이다.

 

그런 영희의 페이스북(facebook) 친구인 철수는 지역 국립대 출신으로 아직 취업을 못한 백수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마다 꼬인다고 생각한다. 철수에겐 이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답이 어디에도 없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대명사인 철수의 모습은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은 ‘평범함’이 ‘무능력함’으로, ‘보통’이 ‘루저’로 취급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남들만큼이라도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보이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뿐이다. 세상이 만들어낸 평균에 도달하고자 우리들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또다시 어제 같은 오늘을 맞이한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 들여다보기

 

일상과 락 밴드 음악을 충돌시키고 융합시켜 극적효과를 이뤄낸 ‘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보고자 만든 사람들(철수, 영희, 엄마, 이모, 삼촌 외 제작진)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Q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화자인 ‘나’가 영희와 철수를 위한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에 담긴 의도는 무엇인가?

이성민 (연출가) : 시작할 때 관객이 공연을 지켜보게 하는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왜 콘서트를 보러 온 것인지 살필 수 있도록 말이다. 사연이 다 연출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극이 2개이다. 극중 극은 영희네 가족과 철수의 이야기로 이중구조를 보인다. 이야기가 다 전달되면 연대 콘서트가 시작된다. 관객은 연대 콘서트와 극중극 이라는 두 개의 공연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Q 실제 홈스쿨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본인의 생활을 극중 영희와 비교한다면 어떠한가?

김고은(영희역) : 홈스쿨을 하는 친구들은 직접 모든 계획을 짜야한다. 나도 실제 3일마다 계획을 짜곤 한다. 초등학생이나 어린나이의 친구들이 홈스쿨을 하기엔 가족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도 공연 관람, 미술관 체험 등 자극받고 공부 될 환경은 많다. 부모님도 홈스쿨하는 나에게 믿음과 지지를 보내주신다. 극중 영희처럼 가치관이 올바른 부모님이 계신 것이 공통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난 영희보다 게으르다.(웃음)

 

Q 음악과 연기를 함께 소화해야 했다, 힘들진 않았나?

변현주(엄마역) : 상대적으로 힘든 사람도 있고 덜 힘든 사람도 있다. 극 중 이모인 유미희 배우는 일찍이 노래로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누구보다 현식씨(삼촌역)이다. 다들 친한 악기를 맡았는데 현식씨는 아니다. 그런데 가장 힘들면서 빠른 실력향상에 다들 놀라기도 했다. 부담감보다 화음을 얼마나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키아라마밴드, 이종화 작곡가 등 지도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너무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Q 극 중 가족들이 실제 같다. 자연스러운 호흡의 비결이 있다면?

변현주(엄마역) : 삼촌과 이모는 일상에서도 늘 티격태격 거린다. 마치 일상에서 연기를 하듯 말이다. 가장 힘든 연기는 엄마 역을 맡은 저라고 할 수 있다. 차분하게 “그래~.” 또는 다정하게 “하니?”와 같은 말을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터프한 성격이다.

 

1020 철수와 영희들에게 보내는 희망소리

영희/김고은

젊으니까 세상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모/유미희

지금 겪고 있는 것이 자기 탓은 아니다. 현실에 예민해지고 눈을 떠 세상을 바라본다면 자기 현실 안에서 희망이 만들어 지지 않을까.

연출가/이성민

기성세대들이 사는 대로 제발 살지 마라. 기성세대를 부정하란 말이 아니다. 진짜 행복은 배부르고 등이 따뜻한 게 아니다. 행복한 때는 남들이 그대의 존재이유를 인정해 줄 때이다.

철수/황정두

연어처럼 살기를 바란다. 연어는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살다가 때론 거스르기도 한다. 이처럼 자기 의지를 담아 제 길을 찾아갔으면 한다.

이주여성노동자/김아람

자학하지 않고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 그게 바로 가치 있는 삶이기에.

작곡/이종화

청년들이 괴롭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데 혼자 끙끙 괴로워하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자. 또한 아픈 사람끼리 모여 그 이유에 대해 도모하고 살았으면 한다.

엄마/변현주

자기 혼자 세계에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계속 위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나는 좀 그들이 좀 놀았으면 한다.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다보면 언젠가 장(長)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는 2012년 3월 31일까지 소극장실천무대(051-245-5919)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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