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걱정 더나 했더니...
집 걱정 더나 했더니...
  • 최지수
  • 승인 2012.03.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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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 LH전세임대주택 개강 다가와도 30%만 계약완료

 

 장지웅(국제통상학과·08)씨에게는 이번 방학처럼 집을 구하기 힘든 때가 없었다. 주말마다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 시간이 없는 평일에는 포털사이트 부동산에 범위를 부산 전체, 전세 5,000만원이하로 설정하고 틈날 때마다 조회를 했다. 그렇게 새로 올라온 매물들에 연락하여 방문 약속을 잡고, 연락하고 방문약속을 잡고를 몇차례나 반복해야했다.

 

 장씨는 올 1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의 입주대상자로 선정됐다. 국가에서 전세금을 5,0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이 제도에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확인했을 때, 그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매달 이자에 해당하는 일정금액정도만 내면 몇 년 동안은 집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기쁨도 잠시,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씨는 부동산을 몇 군데 방문해보고 나서야 우리대학 주변 원룸들은 LH로부터 승인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에 선정자들을 위한 홈페이지가 열렸다. 하지만 이곳에 올라오는 매물들도 부분전세, 지원액 초과, 전세금 절반가량 학생부담, LH 미승인 등의 이유로 장씨의 상황에 맞는 전셋집을 찾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발품을 팔기로 마음먹었고 학교 앞, 경희어망, 광안리 등지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경희어망의 원룸은 공인중개사의 부채비율 계산 실수로 LH 승인이 불가능했고, 학교 앞과 광안리에서도 조건에 맞는 방을 찾지 못했다. 장씨는 그렇게 수차례 고배를 마신 후 겨우 학교와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양정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집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발품을 팔고 난 다음날에는 하루 종일 아플 정도 였어요” 장씨에게 집을 구하다 몸져눕는 경험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대학생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인근에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에서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이다. 현재 부산울산지역에서는 1,000명의 학생들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천지역을 제외한 광역시의 경우 LH에서 전세금을 5,000만원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선정된 학생은 보증금 100~200만원에 월7~17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최초 2년 계약 후 2회에 한해 재계약 할 수 있으며, 최장 6년 거주가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전셋집의 부채비율기준을 기존 80%이하에서 90%이하로(주택소유자가 투자한 비율이 10%이상이 되어야 함), 면적(기존 1인가구 40㎡ → 50㎡로 확대), 주택 공시가격의 180%까지 주택가격 인정 등 기준을 완화해 예년보다 쉽게 조건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들이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자취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대학가의 방들은 대부분 월세이기 때문이다. 전셋방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룸은 LH의 통과가 어렵다. 건축물관리대장에 주거용으로 분류되어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원룸이 상가를 개조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제도를 꺼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동삼동에서 ‘한진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수 공인중개사는 “학생들이 들어갈 만한 작은집은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 대기자가 줄서있는 상황이다. 영도에서는 주공아파트, 절영 3차 등 동삼동이 작은 평수 전세가 가장 많은 편인데도 그렇다”며 “사실 전세 물량이 있다고 해도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일반인에게 주고 싶다. LH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방학에 이 부동산에 찾아온 LH전세임대주택 대상자중 집을 구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또한 전세임대주택 선정자들이 전셋집에 몰리는 탓에,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작은 평수대의 전셋집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장씨는 다행히도 방을 구할 수는 있었다. 학교와는 꽤 멀지만 조건에 맞는 방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실 방을 구하기 전까지는 LH가 형편 어려운 선정자들을 기만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어요. 저는 방을 구해서 다행이지만, 당장 3월 개강부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선정자들은 얼마나 속이 타들어갈지...”
실제로 LH에 따르면 현재(2월 23일) 부산울산지역 선정 대상자중 약 30%만이 계약을 완료한 상황이다. 개학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임에도 선정자의 70%가 집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선정자들이 전세임대주택을 포기하더라도 학교 주변에서 괜찮은 방을 구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한번에 10만원이상 하는 ‘복비’ 또한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방도 보지 않고 “LH승인을 받기만 하면 들어갈테니 주소만 알려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장씨는 “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선정자의 수를 줄여서라도 수요가 공급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사태는 피해야 한다”며 “LH가 이번에 드러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의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다음부터는 선정자들이 방을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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