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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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수
  • 승인 2012.03.02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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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버전 나는꼼수다

팟캐스트(podcast) 방송 ‘나는 꼼수다’가 대세다. 정치, 사회분야의 ‘대안언론’으로 주목받는 이 방송은 코메디 프로그램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나는 꼼수다’의 열풍이 대학가에도 자리 잡았다.

 

▲ 인터뷰는 비어있는 학생복지위원회실에서 진행되었다.

아이튠즈(iTunes)에서 ‘꼼수’를 검색한다. 나는 꼼수다 아래에 ‘동꼼수’라는 이름이 보인다. 바로 ‘동아대버전 나는 꼼수다’이다. 지난해 12월, 윤인수(27·동아대 윤리문화학과), 조아람(28·동아대 철학과)씨가 동아대학교의 비어있는 동아리방에 모였다. 학생회 선거철에 팟캐스드 방송을 한 경험이 있던 조아람씨가 ‘동아대버전 나는꼼수다’를 만들어 볼 것을 윤인수씨에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12월은 동아대 철학과와 윤리학과 통합문제가 불거져 나오던 때였다. 그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한 시간 이십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해 팟캐스트에 업로드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팟캐스트 리뷰에 응원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리뷰 평점도 높은 편이다. 3회 부터는 방송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친분이 있던 김진(24·동아대 사학과)씨도 참여해 현재 6회까지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

▲ 김진씨(좌)와 윤인수씨(우)


유쾌하게 ‘까는’ 저렴한(?) 방송
 “본 방송은 매우 저렴하고 영양가 없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 재미로 들어주시기 바라오며 비판은 받지만 비난은 사절입니다”

 방송은 이러한 멘트와 함께 시작한다. 친한 친구들끼리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여과없이 진행하는 방식이 ‘나는 꼼수다’와 비슷하다. △철학과 통폐합 △학생회 △구조조정회의 △삼자협의회 △오리엔테이션 △자유게시판 △장학금 △등록금 심의위원회 △교양과목 등 다루는 주제의 폭도 넓다. 이렇게 동아대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동꼼수 3인방이 자칭 ‘저렴하게’ 풀어낸다. 사안들을 각각 소개하면서 그 과정이나 구조의 부당함, 거기에 얽혀있는 사람들을 이른바 ‘깐다’. 그게 교수이건 직원이건 학생이건 상관은 없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가 모두 학생회 출신이기 때문에 학내 구조에 대해 잘 아는 편이에요. 일반학생들보다 학교의 문제나 비리에 대해 접할 기회도 많았죠”

실제로 오랜 학부생활과 학생회 활동으로 다져진 학교에 대한 지식과 인맥은 방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다룬 방송을 할 때 등록금 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집한 정보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서 들었던 소문이나 뒷담화, 예상되는 상황을 잘 버무리면 유쾌한 방송 한편이 완성된다.

 

▲ 동꼼수 팀은 방송 녹음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한다.

아이폰 하나면 준비완료
 딱히 정해진 장소도 없다. 녹음은 아이폰으로 한다. 패널들끼리 시간이 맞으면 모여서 빈 학생회실이나 빈 동아리방에서 하는 식이다. 방송 주제는 평소에 틈틈이 생각해둔다. 최근에는 동아대 교양과목 대폭 축소, 사관 문제로 근현대사 수업 폐지, 강의지침서 작성비로 2백만원 지급 등 학내에 많은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어 거기에 대해 다뤘다. 3시간 정도 녹음을 마치면 윤인수씨가 편집을 해서 팟캐스트에 업로드하고 학내 자유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알린다. 저예산도 아닌 무(無)예산이니 ‘저렴한’ 방송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관심없던 새내기, 학내문제에 눈을 뜨다
 동꼼수 패널들도 처음부터 학내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윤인수씨는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교 사안에 대해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1학년 말에 총학생회 선거운동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뉴스에서 동아대의 비리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군 제대 후 학생회를 하면서 학내 문제에 대해 점점 더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진씨도 마찬가지였다. 사학과 회장과 인문대 회장을 거치면서 학내 구조나 제도에 모순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회 때 어쩔 수 없이 들리는 학내 문제들을 계속 접하다보니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까지 학생회 활동을 한 김진씨는 방송에서도 그 경험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많이 들을거라고 생각도 안했어요. 학교에서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 계속 터지니까 그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들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꼼수를 듣고, 또 동꼼수가 등장하게 된 이유가 “나꼼수와 비슷하지 않겠냐”고 판단한다. 현 상황이 너무 갑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런거 할려면 학교에 문제가 좀 많아야 돼”라고 장난 섞인 말을 주고받는다.

 실제로 동꼼수 방송에 따르면 동아대 모 교수가 “동아대의 현재 상황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아대는 우리 사회와 닮은 면이 많다. 재단 이사장, 총장, 지난 학생회장의 비리에 마치 지역감정을 연상케 하는 ‘캠퍼스 감정’이 묻어나는 학생회 선거, 게다가 끊임없이 학교의 규제를 받는 학내 언론까지. 그러다보니 일부 팬들에게 동꼼수는 학내 문제를 속 시원히 다루어 주기를 바라는 ‘기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팟캐스트 리뷰에는 ‘시원하다’ ‘왜 더 없냐’ ‘대박’ ‘항상 응원합니다’ ‘다음편은 언제’ ‘쫄지말고 열심히 싸우십시오’ 등의 댓글이 올라와있기도 하다.

 이들은 사실 이런 방송이 생기지 않아도 되는 학교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학내상황이 여의치 않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한 방송은 아니었지만, 관심을 받다보니 조금씩 부담감도 생긴다. 게다가 동
꼼수 3인방 중 윤인수씨와 김진씨는 올해졸업을 한 상황이다. 때문에 방송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하지만 오늘도 이들은 티격태격 유쾌하게 다음 방송주제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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