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선택이 곧 영화사랑이다
극장선택이 곧 영화사랑이다
  • 김선중
  • 승인 2012.03.02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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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 쉽게 “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영화를 좀 더 좋아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은 어떨까. 좀 더 적극적인 질문을 하자면 “영화를 더 좋아해보실래요?”는 어떨까. 앞으로 연재될 글은 앞서 던진 질문에 “네”라고 답할 마음을 먹은 이들과 이미 질문처럼 영화를 더 좋아하려고 안달난 이들을 위한 ‘극장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멀티’플렉스보다 더 ‘멀티’한 극장?!
수업이 끝난 뒤,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학우들이 극장, 정확히 말하면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아간다. ‘영화를 보는것=멀티플렉스 극장을 가는 것’이라는 공식은 이미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확립된 지 오래다. 정확히 말하자면 ‘멀티플렉스 극장=극장’이 되어 멀티플렉스라는 단어를 굳이 쓸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이 같은 대세는 적어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멀티플렉스를 대체하는 그 무엇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부산내의 멀티플렉스 극장은 총 21개관이며 168개의 스크린, 31,113석의 좌석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부산의 전체 유료 영화상영 극장수의 87.5%, 전체 스크린수의 96.5%, 전체 좌석수의 93.9%에 달한다. 관객들의 인식에서 뿐만이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앞서 말했던 ‘멀티플렉스=영화관람’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이곳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은 국내 주요배급사들이 배급하는 작품들이 차지한다. 작년에 영화를 극장에 공급했던 배급사는 약 100여개이며 이중에 상위권을 차지한 10개의 배급사가 공급한 영화는 전체관객수의 약 94%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유료시사회를 제외한 2011년 개봉영화편수
는 439편이다. 이 가운데서 주요 배급사들이배급한 영화는 170여 편이다.관객의 입장에서 1년에 170편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영화를 접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외의 270여 편에달하는 영화들은 포스터는 물론 이름조차 구경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다시 뒤집어 생각한다면 최소한 그 200여편의 영화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을 알거나 찾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영화선택권의 다양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충족은 앞서 언급된 21개의 멀티플렉스 극장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공간에서 시작되며 이곳이 바로 앞으로 차근차근 소개될 공간인 ‘국도가람예술관’, ‘아트씨어터 씨앤씨’, ‘영화의 전당’이다.

3개의 극장, 5개 스크린에 불과한 이곳들은 168개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소화하고 있는 170여편의 영화보다 더욱 많은 작품들을 상영한다. 소규모 단관극장인 국도와 아트씨어터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개봉작만 각각 110여편, 60여편이 상영되었으며 특별전 형식으로 상영된 작품들까지 합치면 도합 200여편이 넘는다.

게다가 영화의 전당, 범주를 넓히자면 작년 9월까지는 ‘시네마테크 부산’이라는 명칭으로 존재했던 이 상영관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50여편의 고전과 개봉작들이 작품이 상영되었다. 스크린당 평균 1작품이 상영되는 멀티플렉스 극장과 비교한다면 이 세 극장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멀티플렉스의 점유율을 언급하면서 위의 세 극장을 소개한 것은 단순히 상업영화/예술영화의 해묵은 이분법적 구분이나 멀티플렉스 극장을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관객으로서 약간의 정보를 획득하고 발길을 돌리는 작은 노력만으로 현재 누리고 있는 문화적 권리의 양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애당초 인식조차 하지못했던 수백편의 영화들이 당신의 선택권에 포함되므로써 관객은 새로운 영화세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그 선택이 쌓여갈 때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하는 영화인들이 계속 다양한 영화들을 선사할 수 있는 자양분이 형성된다. 극장선택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풍성한 혜택과 효과를 낳을 수 있다니, 한 번쯤 시도해볼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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