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풍요가 아닌 새로운 사회적 잣대, “자기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물질적 풍요가 아닌 새로운 사회적 잣대, “자기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 박수정 기자
  • 승인 2012.05.3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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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구에서 송정(동)은 참 외로운 곳입니다. 지역의 생산력, 경제력이 많이 취약하기 때문이지요. 주로 이 곳에선 밭농사나 미역, 다시마 양식, 고기잡이 등의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생산이 소규모다보니 자연스레 가격경쟁에서 뒤쳐지게 됩니다” ((주) 주 막 퍼주는 반찬가게 박대실 대표 인터뷰 中)

▲ 김대실 대표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한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사회적 기업이다. 기업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주위 이웃이나 지역사회에 막 퍼준다 즉, 베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민 중에서도 사회의 안전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계층, 취약계층을 고용해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하면 단순 수혜자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지역에서 나는 채소, 작물 등을 이용해 만든 음식을 도시민들에게 공급함으로써 지역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 ‘새콤달콤 삼삼 알록달록’

  막 퍼주는 반찬가게에서는 120여종의 반찬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으며 제조를 위해 고용된 사람은 경리담당자를 제외한 총 9명, 모두 50~60대의 고령자다. 음식의 맛은 보통 제조자가 선호하는 맛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처음 기업이 설립되었을 당시 음식에 대해 개인이 가지는 맛과 회사에서 추구하는 맛에서 차이가 있어 주 소비계층인 20~40대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김대실 대표는 “수 백가지가 넘는 반찬의 요리법을 만들어 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었다”며 “그래서 추후에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리사들이 항상 기억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새콤달콤 삼삼 알록달록’이다. 음식을 새콤달콤하면서도 삼삼하게 그리고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알록달록하게 만들자는 뜻에서 지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막 퍼주는 반찬가게만의 제조원칙이 있다.

 

- 청정해안지역 송정에서 생산되는 미역과 다시마 등 지역 특산물 및 본사 직영농장과 근교 텃밭에서 가꾼 농산물만을 사용해 먹거리를 제공한다.

- 인공조미료와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 이익금은 공익사업으로 사회에 환원한다.

- 저소득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원칙은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과 원가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존재했는데 김대실 대표는 오히려 정직이야말로 바른 경쟁법이라 여기며 ‘막 퍼주는 반찬가게’만의 경쟁력을 쌓아나갔다. 그 결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을 때보다 현재는 매출이 8~9배 가량 증가했으며 업무효율 역시 상승했다.

 

사회적 기업, 고용이 우선시 되고 난 뒤 자립해 운영해야

  사회적 기업은 예비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을 받은 그 시점부터 3년간 임금을 지원받는다. 때문에 그 임금을 토대로 회사가 운영 가능할 정도의 수익을 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지원을 받는 기간인 3년이 지난 후에도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가, 자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그래서인지 김대실 대표는 1차년도만 임금을 지급받고 2차년도부터 직접 사회에 부딪혀 판로를 개척하기로 했다.

  “일을 해도 급여를 받고 일을 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바로 주인의식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3년 동안 주인의식이 사라진 기업에서 자립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정적인 지원을 끊는 것이었습니다”

  김대실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란 말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사회에 공헌도가 높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기 때문에 사회에 단순 공헌만 하면 운영을 할 수가 없고 운영을 하려면 이윤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본 사회적 기업의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며 기업과 사회적 공헌을 사이에 두고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후 김대실 대표는 단순히 반찬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급식사업으로 전환했으며 이는 순전히 자립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중·소규모의 업체와 계약해 수익을 얻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병행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으며 매출액 상승과 더불어 고정적인 수익이 보장됐다. 현재는 매출액만 가지고도 회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분을 긴급위기가정을 지원한다든가 열악한 지역의 복지관, 푸드마켓 등과의 결연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박수정 기자

blue90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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