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연도 스펙이다
이제 금연도 스펙이다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2.07.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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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을 넘어선 강제적 성격을 띤 금연바람

지난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보건복지부 ‘2010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3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교통사고로 1년에 사망하는 사람들보다4배 정도 많은 수치이다. 또한 미국의 한 통계조사에서는 흡연자의 평균수명이 비흡연자보다 6~8년 단축된다는 조사가 있다. 담배 개피로 환산하면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마다 5~6분씩 생명이 단축되는 셈이다.

 

올해로 흡연경력 6년차인 대학생 A(26)는 새내기 때 대학 선배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담배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군대에 입대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흡연량은 늘었다. 그에게 담뱃갑에 적힌 경고 문구는 담뱃갑의 디자인에 불과하다.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그는 담배의 해로움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축구 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체력과 겨울에 감기 한번 안 걸리는 건강한 20대 청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건강상의 이유는 아니다.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이다. 버스정류장, 공원뿐만 아니라 남포동 광복로 거리는 흡연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제 어느 곳에서든 담배를 피우는 게 눈치가 보인다. 그가 금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힘든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서이다.

 

이제 금연도 스펙이다.

대학생에게는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 또 하나의 스펙이 되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 등 일부 대기업들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이나 임원승진에서 흡연자를 배제하거나 비 흡연자에게 일정한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 하반기 신입 공채 때부터 면접 전형 단계에서 비 흡연자에게 가산점을 줄 계획이다. 현재 금호 아시아나에서는 흡연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으며, 이랜드 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시 입사 조건으로 금연을 약속받고 있다. 또한 웅진그룹은 2009년부터 전 직원 금연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입사할 때부터 금연서약을 받고 흡연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소변검사나 일산화탄소 검사를 통해 전 직원 대상으로 흡연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서 흡연자로 판명되면 승진 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직장선택 뿐만이 아니다. 애인이나 결혼 상대방을 만날 때도 흡연은 큰 단점이 되고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미혼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애인 및 결혼상대의 흡연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83%, 남성 응답자 57%가‘애인의 담배 냄새 때문에 키스하기가 싫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85%의 여성 응답자는 ‘데이트 기간 중 금연을 요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애 및 결혼 상대자로 흡연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남녀 각각 14%, 10%가 ‘기호식품이니 상관없다’고 대답한 반면, ‘흡연을 계속하는 경우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라고 답한 남성이 20%, 여성이 12%로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대학에서 부는 금연의 바람

금연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대학가에서도 캠퍼스 내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강의실과 교내 건물 등을 실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캠퍼스 내의 건물 밖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를 따로 지정해 교내 길거리 흡연을 막고 있다. 최근 강의실, 연구실 등 실내 건물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으며 도서관 인근이나 건물 출입구등 건물 밖까지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대와 경북대에서는 아예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지정된 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이화포스코관 앞 광장과 학관 앞 야외 숲에 재떨이를 비치해 이곳에서만 흡연을 허락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는 흡연에 대해 강력한 규제보다는 캠페인을 통해 금연문화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대학에서는 ‘금연구역’과‘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해 놓고 있다. 강력한 규제보다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흡연문화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우리대학 보건실에서는 학생들의 금연을 돕기 위해 부산 영도구 보건소와 협조하여 이동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담배연기 없는 건강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건물 별 입구에서 흡연으로 인해 많은 비흡연자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최근 우리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는 방파제에서 흡연을 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글이 게재되었다. 아직까지 흡연자들의 올바른 흡연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금연은 더 이상 자율이 아니다

캠퍼스의 금연문화와 달리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 중 85곳(34.8%)이 길거리금연조례가 제정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 1일부터 서울시내 광장과 공원, 버스정류장 등, 금연구역 1,950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최대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규모와 상관없이 시내 모든 음식점에서 금연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다음 달쯤 보건복지부에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을 건의해, 늦어도 3년 안에 ‘금연 식당’을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도 지난 1일부터 부산시내 전역의 버스정류소(3,270여 곳), 해수욕장(7곳) 그리고 도시공원(어린이대공원, 금강공원, 태종대유원지)등 공공장소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2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올해 여름 해수욕장 개장시기에 맞춰 해운대, 광안리, 송정, 송도의 4개의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금연 단속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금연 구역 지정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경태 기자

youkt28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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