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와 순환버스
방파제와 순환버스
  • 이단비 기자
  • 승인 2012.09.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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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한 섬 캠퍼스인 우리 대학에 방파제는 아주 소중한 존재다. 캠퍼스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만약 방파제가 없다면 수영을 하거나 배를 타야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2006년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방파제 출입을 차단해 교수님들이 배를 타고 들어오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고 한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에는 높은 파도 때문에 방파제가 통제되어 기숙사생들이 꼼짝없이 갇혀있기도 했다. 이렇게 학교의 역사와 함께해온 방파제가 38년 만에 ‘한림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74년 방파제 축조 당시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항만을 축조하는 방파제 도로에는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고 이한림 건설부 장관은 부산항을 확충, 외항을 건설할 때를 대비해 우리 대학에 필요한 방파제 도로의 건설을 시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 공훈을 기리고자 장관의 이름을 따 ‘한림제’라는 이름을 지었다.

육지와 조도를 이어주는 방파제 길이는 약 640m이다.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그래서 방파제를 건널 때 순환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순환버스라는 게 참 희한해서 타려고 나가면 꼭 출발해 버린다. 순환버스를 놓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걸어서라도 가야하나 격한 고민에 빠져든다.

방파제 입구에서 해과기대 버스정류장까지 순환버스를 타면 평균 3분 21초 만에 갈 수 있다. 방파제 입구부터 해과기대 앞 버스정류장까지의 거리는 1.02km다. 그 거리를 보통걸음으로 걷는 데 성인 남녀 평균 13분 10초의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 학생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하리까지도 걸어보았다. 학교에서 패총전시관의 계단을 통해 간 하리의 버스정류장까지는 평균 18분 32초가 걸렸다. 학교에서 순환버스를 타면 5분 만에 하리에 도착한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보통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 이상 걸린다.

학기 중 저녁 8시 이후로는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이 적어 배차간격이 늘어난다. 눈앞에서 순환버스를 놓쳤다면 걸어가는 편이 훨씬 빠르다. 앞으로는 셔틀버스가 언제 올까 안절부절하며 기다리는 대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 주홍빛 조명에 물든 밤바다가 오늘따라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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