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나는 또 다른 방식, TOP MOVIE LIST
영화를 만나는 또 다른 방식, TOP MOVIE LIST
  • 김선중 객원기자
  • 승인 2012.10.11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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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無悲)로운 무비]

  컴퓨터 앞에서, DVD방에서, 혹은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곤경에 빠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출연배우, 제작국가, 감독등 기준이 될 조건들도 많은 상황이니 무엇을 봐야할지 쉬이 결정하기 어렵다. 어차피 상영관에 들어가서 관람해봐야 아는 것이니 무엇이든 봐도 상관없을지 모르겠으나, 역시 같은 이유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종종 영화를 보고난 후, 주옥같은 2시간을 강탈당한 기분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전전긍긍하고 있을 관객들에게 매체들이 선사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목록(List)'이다.

 

▲ 영화 리스트를 발표하는 비평지 및 영화협회. (위)카이에 뒤 시네마,(가운데)사이트 앤 사운드,(아래)미국영화협회

  명성을 지닌 목록들

  영화에 관한 목록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이야기 되는 종류는 '올해의 TOP 10'의 이름을 가진 목록, 즉 'TOP MOVIE LIST'다. 예술에 순번을 매긴다는 모순을 안고 있지만 수많은 대중들을 상대로 한다는 영화의 특성 때문에 TOP 10 목록은 여타 예술분야에서 보다 널리 읽히고 사용하는 방식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그해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인쇄 매체를 통해 언급하는 것은 의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비평과 연구를 통해 목록을 도출해내는 방식은 1951년, 프랑스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을 주축으로 발간된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에서부터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는 1951년부터 영화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비평진들의 의견이 모여 영화 10편을 선정하여 잡지에 게재하기 시작했고, (사정상 잡지를 발간하지 못했던 해를 제외한)매해 연말이 찾아올 때마다 목록을 발표한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함께 영국에서 창간된 영국영화협회(BFI)의 비평지'사이트 앤 사운드(Sight and Sound)' 역시 명성있는 목록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매체다. 특히 사이트 앤 사운드는 올해의 목록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1952년부터 10년마다 여러 명의 영화 평론가들에게 의뢰를 하여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0편이 무엇인지를 취합한 후 그 통계 결과를 발표한다. 2012년 올해 그 7번째 목록이 8월말에 발표되었으며 1962년부터 50년간 줄기차게 1위를 수성했던 오손 웰즈 감독의 <시민 케인>(1941)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으로 바뀌면서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두 비평지의 목록과 함께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목록은 미국영화협회(AFI)의 'TOP 100'이다. 이 목록은 문자 그대로 미국 영화사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서 미국 영화가 세계 각국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것만큼이나 목록 자체가 제법 널리 알려진 편이다. AFI TOP 100의 경우 목록내의 영화들이 대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화들 사이에서 순위를 매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영화광들에게는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단 영화들 간의 순위를 통해 호기심과 흥미를 부른다는 의미가 좀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목록이다. 목록이 미국영화의 상징성을 부각하고 있는 탓에 심지어 미국의 한 비평가 제프리 M. 앤더슨(Jeffrey M. Anderson)은 'Never Mind the AFI... Here's My Top 100'라는 내용의 안티-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 인터넷은 리스트의 다변화를 가져왔다. (좌)네이버 영화,(우측상단)IMDB TOP 250,(우측하단)TSPDT

  목록의 새로운 양상들

  앞서 언급한 비평지와 영화협회들 이외에도 전문적인 영화관련 매체들이 수없이 탄생한 지금, 각 매체의 필진들의 성격에 맞는 목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각의 비평가들까지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목록의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갔고 급기야는 매체들이 게재한 목록들을 수집하여 다시 통계를 내는 사이트도 등장하였다. 2002년부터 운영해온 영화 목록 통계사이트 TSPDT(They Shoot Pictures, Don't They?)는 최근에 발표된 목록에 가중치를 둔다는 원칙하에 매체나 비평가 혹은 관련자들이 온오프라인상에 게재했던 목록들을 수집하여 '역대 영화 1000', '21세기 영화 250'을 매년 초에 발표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이 발달, 확산은 관객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록들의 양상이 분화를 촉진하였다. 특히 개개별 관객들의 취향이 영화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취합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영향력을 가진 목록들이 관객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영화 사이트 IMDB(www.imdb.com)는 전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영화DB를 구축하고 있는 사이트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네티즌들의 평점 세례가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이 사이트에는 평균평점이 높은 영화들을 차트화 되었고, 소위 'IMDB TOP250'이라는 이름의 목록이 탄생되어 매순간 갱신되고 있다. 더욱이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지면서 각 사이트의 영화 카테고리에 집계된 관객평점순위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리스트로서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 스트리밍 영화 서비스를 리스트 작성 기능과 연결 시킨 MUBI.COM

 

  목록작성의 보편화, 혹은 문화

  이제 목록의 양상은 영화광들의 자발적인 목록 생산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전세계 각국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고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들이 확산되면서 리스트를 작성할 만한 영화광들이 리스트 작성을 하나의 유희나 문화로서 즐기게 된 것이다. 연말이 되면 각각의 영화블로거들이 사이트 운영자들은 올해의 영화리스트를 공유하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게재되는 목록들은 좋아하는 영화를 마냥 언급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를 보는 명확한 가치에 의거한 설명들을 첨언하며 주체적인 관객임을 드러내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목록을 마음껏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하나의 놀이처럼 운용하는 사이트들도 생겨나고 있다. 2008년 론칭한 온라인 영화서비스 사이트 MUBI.COM은 스트리밍 영화 관람이 가능할 뿐만이 아니라 사이트 내의 DB를 활용하여 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영화광들의 리스트를 단순히 문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영화를 확인하고 찾아볼 수 있는데 까지 발전시켰다. 앞서 언급했던 IMDB역시 유저들의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시켰으며, 공들여 작성된 리스트는 테마를 가진 DB로 재생산되고 있다.

  정보들이 넘칠대로 넘치는 상황에서 영화목록들도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천, 수만편의 영화들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타인의 시선이 녹아들어간 새로운 DB들을 통해 영화를 고른다는 차원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큰 영향력을 지닌 목록들은 평소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에서 쉬이 찾아 볼 수 있지만, 비평지와 영화매거진들의 목록은 영화사적인 의미, 작품의 완성도와 가치로서 영화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서 여전히 유의미한 기능을 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기준을 제공하고 목표달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목록의 공유는 새로운 영화를 만나는 즐거운 방식이다. 영화를 그저 많이 보겠다는 것 이상으로 의욕 있게 밀어붙이고 싶다면 흥미로운 목록을 찾아 완전정복하거나, 자신의 영화 TOP MOVIE LIST를 작성하기 위한 흥미로운 관람여정을 떠나보길 권해본다.

 

* 영화관련 매체들의 목록들을 볼 수 있는 곳 *

<AFI's TOP 100>

http://www.afi.com/100years/movies10.aspx

<Sight and Sound Greatest Poll 2012>

http://explore.bfi.org.uk/sightandsoundpolls/2012/

<IMDB TOP 250>

http://www.imdb.com/chart/top

<TSPDT TOP 1000>

http://theyshootpictures.com/

<Cahiers du Cinema's TOP 100 List>

http://www.cahiersducinema.com/100-FILMS.html

<KMDB 영화 리스트 서비스 - 한국영상자료원 선정 한국영화 100선 등>

http://www.kmdb.or.kr/classicalmovie/cm_main.asp

김선중 객원기자 

czsunapcl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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