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무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의무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 조혜민 기자
  • 승인 2012.11.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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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은 의무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올가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학교 기숙사 의무식 제도가 불법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대학 급식제는 어떤 단계에 있는지 알

현실적으로 제때 식사하기 어려워

  누리사에 거주하는 엄영은(해양공간건축학과∙12) 학생은 하루 세끼를 잘 챙겨 먹지 못한다. 과제 때문에 밤새는 일이 많아 아침은 자연스레 거르게 된다. 학생생활관 식당은 바쁜 학생들을 위해 매일 아침 빵과 우유를 마련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늦게 가면 없을 때가 부지기수다. 점심시간, 그녀는 수업이 연속으로 있어 식사하러 갈 시간도 나지 않는다. 아침도 자주 거르지만, 점심도 수업 때문에 챙겨 먹기 어렵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선배와 저녁 약속이 있어 남포동으로 향하지만, 미리 지급한 식비가 떠올라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주말에는 집에 자주 가기 때문에 더욱 학생생활관 식당에서 식사하기 어렵다. 그녀는 일주일에 식사를 챙겨 먹는 일이 드물어 식비가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의무식은 불법. 자진 시정하라’

  지난 7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성균관대의 ‘기숙사 식권 끼워 팔기’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식권을 구매토록 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온 후, 전국 대학에 기숙사 의무식을 바로잡으라는 권고 조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성균관대는 협의를 거쳐 2학기부터 의무식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기숙 학생들에게 한 학기 기준 △자유이용(한 끼 3,200원) △113식(3,000원) △170식(2,750원) △226식(2,500원) △283식(2,400원)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했다. 성균관대는 이를 위해 종이 식권을 없애고 식당 이용시 학생증과 모바일 학생증에 식수가 자동 차감되는 전자 식권제를 도입했다.

  의무식을 폐지하고 선택식을 시행하니 식사비가 올랐다. 학생들의 선택권은 보장됐지만, 식사 자유이용시 변경 전(2,500원)보다 한 끼 단가는 700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은 의무식 제도 시행 중

  우리 대학은 기숙사가 문을 연 2002년부터 의무식 제도를 시행해 왔다. (누리사 기준. 아치사 1991년 개관, 누리사 2002년 개관) 현재 학생생활관 식당의 한 끼 단가는 1,950원이다. 한 학기 기숙사비는 1,032,900원이며 관리비 405,000원, 식비 627,900원으로 구분된다. 식비가 총 기숙사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표1-1을 보면 이번 년도 1학기 학생생활관 관생 식사율은 평균 78% 정도다. 학생생활관 행정실 직원 박성민 씨는 “식사를 하지 않는 나머지 20% 학생의 비용으로 다른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제공받고 있다”며 의무식의 장점을 들었다.

  도표 1-2는 이번 년도 1학기에 관생들에게 실시한 학생생활관 식당의 음식 맛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관생 531명 중 63%인 337명이 만족을 나타냈다.

  타 대학은 BTL 방식으로 지어진 기숙사가 많아 민간 사업자들이 급식 사업으로 이윤을 내려 해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은 BTL 방식이 아닌 국고 지원으로 지어져 생활관이 전액 관생비로 운영된다. 따라서 생활관 식당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관생들에게 안정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분

식사인원

식사정원

식사율

3월 조식

14621

19620

75%

3월 중식

16029

19620

82%

3월 석식

15562

20274

77%

4월 조식

14497

19620

74%

4월 중식

16457

19620

84%

4월 석식

15719

19620

80%

5월 조식

14710

20274

73%

5월 중식

16450

20274

81%

5월 석식

15969

20274

79%

6월 조식

9785

13734

71%

6월 중식

11000

13080

84%

6월 석식

10376

13080

79%

합계

171,175

219,090

78%

 

▲ 2012학년도 1학기 학생생활관 관생 식사율(한 달 기준, 관생 654명 대상)

 

▲ 1-2 2012학년도 1학기 학생생활관 식당 음식 맛에 관한 만족도 조사(참여 인원 531명)

 

의무식과 선택식, 장단점은?

  현재 학생생활관 식당에서 시행하는 의무식 제도에서의 한 끼 단가는 후생복지관 식당의 가격보다 저렴하다. 식수 예측이 가능해 식자재를 대량 구매해 식사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관생들은 결식 인원의 비용으로 한 끼 단가 1,950원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질 좋은 음식을 제공받는다. 그러나 한 학기 치 식비를 미리 지급하기 때문에 생활관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식사한다면 식비가 이중으로 드는 단점이 있다.

  선택식 또는 자유식을 실시한다면 학생들이 식사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식사를 선택해 식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식비가 이중으로 드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수요 예측의 불가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식사량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의무식 제도에서의 식사 질을 유지하려면 식비가 자연스레 올라가게 된다.

 

관생들의 의견이 중요해

  지난 10월 충남대에서 교과부와 각 대학 생활관 행정실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 행정실 역시 회의에 참석해 의무식 폐지에 관한 여러 사항을 논의했다. 행정실 직원 박씨는 “교과부에는 생활관 전담 부서가 없어 대학 생활관 식당 운영 실정을 몰랐던 상황이었다”며 “회의에 참석한 교무부 사무관도 의무식 폐지로 생기는 문제점을 수긍했다”고 말했다.

  각 국립대학은 선택식으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해 교과부에 조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교과부는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고 ‘의무식 폐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급식제를 대학별 자율로 맡긴 상황이다.

   현재 권고문을 받은 대학 중 2개 대학이 의무식을 폐지했다. 그러나 한 끼 단가가 오르고 식사의 질이 낮아지는 등 문제가 생겼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 행정실은 전문 기관에 원가 분석을 의뢰하고 타 대학 추진 방향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공청회를 준비하는 등 의무식 폐지를 논의 중이다.

 

  박씨는 “선택식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의무식을 폐지한다면 한 끼 단가가 50~60% 이상 오르는 것이 불가피하고, 식사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식비 단가가 상승하면 학생 부담이 가중되어 생활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다.

  현재 관생 자치위원회는 행정실 측과 협의해 관생 6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학생생활관 관생장 주민재(해사법학부∙07) 학생은“관생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급식제가 달라질 전망이다”며 설문조사에 임하는 관생들의 진지한 자세를 촉구했다.

 

   의무식 폐지 문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아주는 차원에서의 변화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비판 없이 흐름에 따르는 것보다 각 학교의 상황에 맞춰 알맞은 급식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사의 안정적 제공이라는 생활관의 설립 취지와도 맞아야 한다. 우리 대학 급식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변모할지 기대해 본다.

 

조혜민 기자

jhm72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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