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만’ 영화가 아닌 '천·만’ 영화를 찾아서
‘천 만’ 영화가 아닌 '천·만’ 영화를 찾아서
  • 김선중 객원기자
  • 승인 2012.11.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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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권 밖 영화의 발견을 위한 통계적 접근

 

 

올해 화제가 된 영화들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가장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은 박스오피스 차트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떠오르는 영화들이며 <광해, 왕이 된 남자>, <도둑들>과 같은 천만의 영화들과 <어벤져스>,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거론된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할지라도 수많은 언론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거듭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 제목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속세와 거리를 두며 수련하는(?)사람인지 의심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별히 문제될 것 없는 이러한 접근은 그러나 어마어마한 관객몰이에 성공했느냐의 여부만이 크게 반영된다. 사람에 따라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영화가 잘 만들었고 재미가 있는 이유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영화는 상품임과 동시에 ‘대중예술’이며 ‘집단예술’이다.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던 영화들에게만 화제의 자격을 준다면 안 그래도 커져버린 영화간의 빈부문제를 심화시키는 꼴이 된다. 적어도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으로서 문화의 다양성을 말로만 되풀이하지 않겠다면 다른 수많은 영화들을 화제의 대상으로서 바라볼 자세를 가지려 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관이 보유하고 있는 총 스크린수는 2000여개, 그러나 일부 영화들의 와이드 릴리즈 배급방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2000여개의 영화들이 상영되지 않는다. 결국 각각의 영화는 본 영화가 확보할 수 있는 스크린 수안에서 최대한 관객몰이를 해야 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하지만, 상영일수는 관객몰이에 여전히 중요한 조건이다. 다양성 영화관(부산에서는 부산국도예술관, 아트씨어터, 영화의 전당 등)을 제외하면 순위권 밖 대부분의 영화는 두 가지 조건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차상영이라는 악조건이 겹쳐있는 것이 대부분 영화들의 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소규모 영화들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언론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이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영효율지수, 숨은 화제작을 발견해보는 통계적 접근

 

이리하여 제시하는 통계적 영화 재발견 수단이 있으니, 이름 하여 ‘상영효율지수’이다. 이는 현재 박스오피스 통계자료를 내고 있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자료를 통해 도출해낸 가칭개념으로 ‘스크린당 관객수’를 ‘회당 관객수’로 나눈 것이다. 즉 상영규모가 갖는 효율성과 상영기간의 지속성에 관련된 두 수치를 엮어 영화의 지속상영간 관객몰이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교차상영이나 상영관 규모 및 접근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관객통계라는 객관적 집계자료로서 중소규모 영화들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로서 200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의 성과와 2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들에 대한 인식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 볼 수 있는 것이다.

 

<상영효율지수가 적용된 박스오피스 통계자료의 예>

 

영화명

관객수

스크린수

상영횟수

회당

관객수

스크린당 관객수

상영효율지수

디센던트

53,688

114

2,445

22

471

21

원 포 더 머니

26,372

144

2,538

10

183

18

맨 온 렛지

591,841

408

22,440

26

1,451

55

언더월드 4: 어웨이크닝

200,038

343

13,363

15

583

39

레전드 오브 래빗

85,184

225

3,911

22

379

17

철의 여인

144,368

162

5,515

26

891

34

빅 미라클

51,232

170

3,381

15

301

20

더 데이

24,163

30

139

174

805

5

볼츠와 블립

16,490

61

776

21

270

13

 

(자료 출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 http://www.kobis.or.kr/)

 

 

2012년 개봉작(1.1~10.31에 개봉한 영화에 한함)들을 대상으로 상영효율지수를 적용할 경우 박스오피스 TOP 20에 포진된 영화들의 경우 평균 111의 수치를 보이며,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들의 평균값은 50의 수치를 보인다. 예를 들어 <다크 아워>,<해피피트2>,<피라냐3DD>와 같은 작품의 경우 25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였지만 상영효율지수는 각각 31, 25, 21를 기록했다. 규모를 감안하였을 때 확보한 상영여건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반면 비슷한 규모로 개봉했던 <피에타>, <크로니클>, <스텝업 4>는 71, 65, 84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좋은 . 대형 영화들이 관객몰이에 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것을 감안할 때 100개 미만의 스크린에서 인지도가 뒤쳐진 것을 감안하다면 중소규모의 상영관수를 확보한 영화들이 50이상의 수치를 기록할 경우, 상영조건 내에서 많은 관객들이 찾아준 영화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스크린 수를 100개 미만으로 지정할 경우 2012년 개봉작에 한해 50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신작(재개봉 및 10,20년전 작품 개봉 제외)은 총 11편이다. 특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자비에 보브와 감독의 <신과 인간>은 142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비슷한 관객수를 기록했던 영화들의 경우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들이 상당수 있었던데 반에 <신과 인간>은 5개의 상영관만으로 이뤄낸 결과다. 과거 <서편제>와 같은 단관 장기 상영 및 매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한다면 작은 영화로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영화로 볼 수 있다.

 

 

‘천·만’영화의 흥미로운 선택법이 될 수 있길

 

비평가나 특정 추천 사이트가 아닌 통계적인 접근 방식으로 제시 다음의 이유들 때문이다. 첫 번째, 가시적인 기준을 통해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선택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중소규모 영화들이 수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초까지 개봉한 최신작들의 경우 스크린수 100개이상인 영화들이 160여편 인데 반에 100개 미만의 영화들은 모두 270여편에 달한다. 또한 재개봉 등의 특별한 개봉작들까지 포함하면 영화는 2천여편을 넘어가게 된다. 모든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만족을 주거나 일정이상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별점제도와 같은 방식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박스오피스 순위나 관객수 정렬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다. 이 지수를 계산하게 될 경우 100만, 200만 영화에서 100명, 2000명의 영화들을 비슷한 위상에 두고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관한 기사들이 숱하게 쏟아지는 가운데 <광해>와 <도둑들>이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다시금 ‘천만 영화’라는 단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기사제목은 ‘천만 영화’가 흔해졌다는 괴팍한 표현까지 쓰고 있다. <해운대>이후로 3년 만에 두 편이 천만을 돌파했기 때문이라는 정황 때문이겠지만, 그만큼 올해 천만 영화들의 무게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흥행에 비해 ‘화제성’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한다면 비슷한 어감을 지닌 ‘천·만’영화들 가운데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화들을 찾아볼 때 의외의 흥미를 맛볼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욱이 ‘천만영화’의 관람은 이슈를 쫓거나 끌려 다니는 모양새를 가진 소비지만, ‘천·만’영화는 각자의 노력과 선택을 통해 다다르는 여정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들이민 상영효율지수 안개속의 여정의 길을 드러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다음은 상영효율지수를 통해 도출해낸 11편의 영화들로 모두 100여개 미만의 스크린을 통해 개봉한 영화들이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제외하였으며, 대부분 다음과 네이버 영화 서비스를 통해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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