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책이 아니다? <샵 메이커즈>
이것은 책이 아니다? <샵 메이커즈>
  • 박수지 객원기자
  • 승인 2013.02.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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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신자유주 의 수용 이후 모든 소 비는 대형화된 기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출판도 이에 빗겨가지 못한다. 사회는 개인화 되지만 공급의 형태는 개인의 욕구 범위를 애초에 제한시킨다. 어떠한 ‘대 안’이라는 명분을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지만 ‘대안’ 의 역할이 되어가고 있는 자생적 소규모출판, 독립 잡지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장전동 골목길 모서리 1층에 온통 하얀 외벽 의 소규모 서점. 겉으로 봐선 동네 카페처럼 보이 지만 로고는 분명 ‘SHOP MAKERS BOOK & MORE'다. 들어서면 대형서점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잡지들이 가지런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독립출판물’이 그 분류를 갖게 된 지 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곳의 운영자인 구영경씨는 “독립출판물이라는 것은 사실 그 외부에서 규정해 놓은 카테고리”라며 기존 출판 시스템을 거치지 않 은 출판물들을 '독립'이라는 범주로 묶는 것이 외 려 그 본질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비쳤다.

<샵 메이커즈>역시 분류의 잣대를 굳이 들이밀 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다만 이른바 ‘독립출판물’ 이라 불리는 소규모 1인 잡지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또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저희가 ‘소규모 출판물만 모아서 알리자, 팔자’라는 취지로 시작한 것 은 아닙니다.”

공간이 먼저 생겨났다. 거창하게 ‘인디계의 문화를 부흥시키자’는 대의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책과 관련된 작업물들을 팔고 소개할 수 있 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과정은 느리지만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곳에선 비단 판매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책 제작관련 워크숍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 만들려면 얼마 들어요?’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을 물어오세요. 사실 책은 금액이 많든 적 든 액수에 맞춰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기 획과 제반 과정이 더 중요하죠.”

<샵 메이커즈>에서 주관하는 워크숍은 기획부터 출판까지의 과정을 도와준다. 일회성의 제작체험이 아닌 참가자 스스로 지속적인 독립출판 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제 제작과정을 공유하고 책을 기획하는 발상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것이 취지다. 꼼꼼한 구상이 필요하고, 손길이 많이 가는 작업인 만큼 규모는 크지 않다. 작년부터 비정기적으로 2회 진행된 워크숍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한 번 워크숍을 하면 일인당 10부 정도의 책이 나오게 됩니다. 일종의 연습인 셈이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익혀 정식 입점해 책을 판 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워크숍에 참여했던 적 이 있는 작가가 파리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 기를 출판한 출판기념회가 있던 날이었다. 그 림, 사진, 글 등 개인이 가진 컨텐츠를 책이라 는 매체로 표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 은 일인 것이다. 하지만 잡지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폐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존의 잡지와 달리 광고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자립하 는 것이 독립출판물의 과제일 수도 있겠네요.”

개인이 사비를 털어서 만들어 만들기도 한다. 텀블벅(www.tumblbug.net) 문화, 예술 전반의 다양한 개인 또는 단체의 기획에 소규모 후원자 들을 모집하는 온라인 펀딩 플랫폼. 과 같은 ‘온 라인 펀딩 플랫폼’으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한다.

현재 <샵 메이커즈>의 입점 회원은 100여명 정도다. 대부분 서울에서 잡지를 만들지만 부 산에서도 ‘에세이잡지 미열’ ‘크래커-달지 않은’ 등 소규모 1인 출판 잡지가 속속 생겨나고 있 다. 대부분이 한정수량인 ‘레어템’잡지들 속에 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해보시길.

샵메이커즈 블로그 : http://blog.naver.com/shopmakers

박수지 객원기자

zorba92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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