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다시 살펴보는 해운史
힘들수록 다시 살펴보는 해운史
  • 이준혁 객원기자
  • 승인 2013.02.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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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는 정말 죽을 거 같다. 25년 만에 최저.

해운 산업은 현재 기업 규모를 떠나서 대부분 국내 기업이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매 순간이 전시상황인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 대형해운회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기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을 반증하는 예시라고 볼 수 있다. 그 원인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1.운임 폭락 2.선박 등의 재산 폭락 3.각종 비용 상승 4.투자시점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에 개재된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2012) 연간 평균 BDI지수(BDI : Baltic Dry Index의 준말이다. 4개 주요 벌크선형을 산술평균하여 만든 지표이며, 1985.1.4. 시황을 1000p로 설정했다. 해운산업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분류된다.)가 920에 그쳐 1,000이하를 기록한 두 번째 해가 되었고, 연간 평균으로 지난 25년간 가장 낮은 해를 기록하였다.’라고 전했다. 외신에서 언급된 BDI지수 하락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BDI의 작동원리는 크게 선박공급과 운송수요 2가지 요소가 숫자로 운송가치를 표현하는 것인데, 마치 주식시장의 KOSPI와 같이 BDI는 해운시장의 강도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BDI지수 하락은 곧 해운시장이 약세 됨을 뜻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25년 전 연필 값과 지금의 연필 값이 그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미치지 못한다면 연필 주인의 입장에서는 분명 손해일 것이다. 낮은 운송가치로 인해 사업을 벌일수록 수익을 내기는커녕 적자를 내게 생겼다는 점은 해운회사에게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위기상황으로 만들었을까?

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된 해운업의 위기는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위기 바로 직전만 해도 BDI는 07년도 상반기부터 약 1년 동안 역사 상 전례 없는 1만 포인트 수준의 초호황기에 있었다. 그러나 Sub-Prime(저 신용자 주택담보 대출로써 신용등급이 낮은 신용자 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줌. 세계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사태로 인한 급속한 세계경기위축으로 해상 운송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다. 그 결과, 08년도 하반기에 엄청난 운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BDI지수가 6개월 만에 11,000을 고점으로 600대까지 무려 90%이상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경기위축에 따른 해상물동량의 감소가 잇달아 발생했으며(수요의 감소), 초호황기 시절의 과도한 선박 발주(공급 과잉)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계속 어긋나기에 이른다. 이는 운임과 더불어 선박 가치의 폭락을 일으켰다. 이것은 또 선박 및 해운산업의 투자 실패로 연결되었다. 호황기 때의 과도한 선박 발주는 많은 기업이 빚더미에 오르게 만들었다. 즉, 국내 선사들이 고점이고, 높은 가격으로 많은 선박을 발주했는데, 저점으로 내려앉을 땐 고점 때 비싸게 발주한 선박의 가치가 폭락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운업은 유류비에도 민감한데, 그 이유는 유류가 선박의 주 동력원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요 근래 몇 년 동안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여 원유가 배럴 당 $100 내외로 고공행진을 하자, 덩달아 선박유류비도 유가가 낮을 때보다 몇 배로 불어났다. 앞서 언급된 복합적인 악재로서, 기업은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고비용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 불황에 따른 해운의 위기국면에 접한 해운기업은 기업의 생존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 BDI의 추이는 ‘03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다 08년 급격하게 하락한 국면을 나타낸다. 자료제공 : 발틱해운거래소, MEIC 해운거래정보센터

 

▲ 한국 해운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투자로 위기를 자초했다. 자료제공 : 해양금융의 이해와 실무 정우영 공저자료제공 : Bunkerworld, Cassmaritime 유가가 고공행진 함에 따라 선박유도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한국해운업의 위기 대응책

앞서 언급된 해운업에 닥친 위기를 파악하면서, 해운업에 미래를 절망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도 해운업의 지위로는 명실 공히 선진국의 대열로 들어선 국가이다. 해운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70년대 이후 최근까지 많은 위기 상황을 잘 혜쳐나갔고, 현재 닥친 위기도 혜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80년대 오일쇼크 불황에 따른 해운산업합리화 조치, 90년대 IMF 외환위기 등 한국해운업은 위기를 통해 양적·질적인 성장 모두 이뤄냈다. 즉 국내 해운기업들이 고점과 저점의 시장흐름에 따라 일련의 노하우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04년에 아시아에서 최초로 선박펀드를 도입하여, 2013년 1월 현재 9조 1천억원의 선박금융을 일으켰다. 특히 이전 위기의 학습효과로 IMF 시절 헐값에 선박을 내다판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09년도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KAMCO 펀드’라는 것을 도입하여 구제금융 성격으로 선박을 매입한 사례도 있다. 기업에서도 위기를 대응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정시성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선대운영을 재편하거나, 석유 외에 다른 자원도 동력으로 사용 가능한 선박 부품들을 개발 중에 있다. 지난 1월 월간 해양한국에 기고된 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4~50년동안 해운업을 영업한 중견 기업들의 경영방침을 조사한 결과 무분별한 투자는 지양하고, 확실한 투자영역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기업 역사가 긴 중견기업들은 이전 위기들의 학습효과로 규모나 매출액의 크기와 같은 성장성보다는 혁신의 열매는 취하되, 재무 건실성 즉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위기를 극복한 사례 : 한국의 컨테이너 활용기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안정성만 추구한 것 외에도 다른 것도 있다. 현대 해운 사에서, 컨테이너만큼 영향력이 큰 것도 드물다. 한국도 컨테이너의 많은 수혜를 입었다. The Box의 저자인 마크 레빈슨은 서문에서 컨테이너의 효과를 가장 덕을 본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컨테이너 기술을 도입하기 이전 한국은 물류 수준도 낮고, 지리 상 미국과 유럽과 같은 소비시장에서 멀었지만, 부존자원이 없어 무역의존도가 높았다. 전쟁의 위험으로 장래가 불투명한 국가가 70년대 컨테이너 기술을 도입했다. 그로 인해 얻은 이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질적인 높은 운송비를 해결하여 한국의 산업적 고도화에 기여했다. 그에 따라 화물량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컨테이너 기술로 처리속도가 급격히 증가하여 항만의 발전도 촉진시켰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물류혁신을 이룩하여 지리적 장애를 해결했고, 컨테이너가 소비시장과 손쉽게 연결해주었다. 6각형 모양의 강철 박스에 불과한 컨테이너를 적절히 이용한 사례는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혁신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 6각형 강철박스 모습인 컨테이너, 컨테이너가 도입될 무렵 세계경제 발전의 기폭제로 쓰일 줄 아무도 예상 못했다. 자료제공 : 연합뉴스

 

 

 

 

 

 

 

 

 

위기 속에서도 발전은 계속 하고 있다.

해운의 발전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으로부터 출발했다. 경제학에서 콘트라티에프 가설이 있다. 조지프 슘페터가 보완하여 더 유명해진 이 가설은 심한 경기불황이 새로운 기술혁신을 이끌어낸다는 가설이다. 과거에 컨테이너선이 8000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를 TEU라고 하며, 통상 컨테이너선의 적재능력의 단위로 쓰인다.)가 넘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힘들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렇지만 이미 현재 13000TEU급이 되는 선박이 부산항에 기항하고 있으며, 한국의 모 조선소에서는 18000TEU급 선박이 건조 중에 있다. 에너지 자원도 다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해양플랜트, 셰일 가스 등의 관심도 이러한 기술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항로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당장 현실화는 되지 어렵지만 해양업계가 앞으로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부산에서 유럽 간의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규제 등도 속속 발전하고 있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자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대목이다. 이 속에서 위기를 대처하고 혁신을 불러줄 아이템은 먼저 발견한 자가 쓰기 나름일 것이다.

 

 

희망을 잃지 말자.

작년 11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선박금융 전문 저널인 Marine Money 지가 ‘Korea Ship Finance Forum’을 주최했다. 이 포럼에서 김영민 마샬 아일랜드 공화국 선박·법인 등록처 한국사무소 대표는 BDI 지수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참석자들이 지닌 업계 위기의식으로 인한 무거운 장내 분위기를 다독이고자 시를 통해 희망적인 분위기를 전하는 해운업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그는 토론회 때 해운업계 종사자들에게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운업이 회복하는 그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말라”고 언급했다. 선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운송도구이기도 하다. 어떤 위기에서라도 꿋꿋이 이겨내면서 발전했다. 해운업은 반도 국가이자 육지의 섬으로 전락한 대한민국에서 필수불가결한 산업이다. 지금 위기가 진행되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거시적인 안목과 그간의 위기 극복 사례를 면밀히 분석 및 진단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해운업이 회복할 때 많은 기회를 포착할 것으로 본다.

▲ 한국해운업은 반세기만에 세계 5위권에 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동안 한국해운업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겪어오면서 양·질적 성장을 이룩했다. 중견해운선사들의 노하우 축적과 선박금융의 발전 조선 산업의 건실함 항로 단축 등 위기를 극복할 재료는 충분하다. 앞으로의 한국 해운업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자료제공 : 시계 방향대로 한국해양대도서관,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Maersk) 이준혁 객원기자 gost631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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