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의 유래부터 입는 이유까지 과잠의 모든 것
대학생활의 로망을 품고 온 해양대, 바닷바람이 생각보다 차갑지만 신입생들에게는 이마저도 대학의 낭만으로 느껴진다. 학업에 지쳐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한 고등학생 시절을 뒤로하고 하루빨리 어엿한 대학생이 되고 싶은 신입생들, 그들의 눈에 과잠을 입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과잠, 언제부터 입기 시작했을까?
우리나라 과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대학배지에서 시작된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배지를 옷깃에 달고 다님으로써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것을 은근히 나타낸 것이다.
1980~1990년대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많은 학생운동들이 있었다. 당시의 단체티에는 대학의 이름보다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림이나 문구로 프린트 한 것이 많았다. 주로 정권을 타도하는 문구나 자유를 상징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단체티를 통해 학생운동의 목적을 알리고, 자신들의 연대감을 강화시킨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과잠(야구 잠바)의 형태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본래 미국의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대학의 이름이나 이니셜이 적힌 야구 잠바를 입고 다녔는데, 당시 수도권의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과잠을 맞춰 입는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되었다.
과잠, 왜 입을까?
김경국(에너지자원공학과·13)씨는 “과잠을 통해 내가 다니는 대학을 나타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과잠을 입으니 학교에 대한 애정도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잠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학교에 대한 애정이다. 청소년 시절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온 대학인만큼 대학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과잠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애교심, 자부심만큼 학생들이 과잠을 찾는 이유는 편리함도 찾을 수 있었다. 조영민(영어영문학과·13)씨는 “지금 기숙사에 사는데 옷을 고를 필요가 없이 교내에서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과잠을 많이 입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경우 등교하기 전 아침시간에 옷을 고르는 일은 상당히 번거롭다. 교내에서라면 과잠을 자주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학생들이 과잠을 편하게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잠, 좋기만 할까?
애교심, 자부심, 편리함 등등 학생들이 과잠을 입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렇다면 과잠의 단점은 없을까? 이승률(해사법학부·13)씨는 “우리 과 과잠의 경우 가격이 4만 원 정도 되는데 약간 부담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생각해오던 대학의 로망이여서 구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과잠의 경우 공동구매하는 수량이나 가죽의 질에 따라 가격이 3~7만 원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저렴한 경우에도 보통 3만원이 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충분히 부담될 수 있는 가격이다.
김민찬(국제무역경제학부·10)씨는 “저도 과잠을 입고 있지만 입고 있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과잠을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학교나 과에 대한 소속감 때문이다. 하지만 과잠을 입지 않은 학생들은 이 점이 반대급부로 작용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의 과잠은 일종의 상징자본으로 생각되었다. 서울의 주요대학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경우 각각 설잠, 연잠, 고잠으로 불리며 과잠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소비되어 왔다. 당시에는 학벌과시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과잠을 입고 있는 지금, 과잠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과잠이 대학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서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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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잠은 어디서 처음 입었을까? 과잠을 제일 먼저 만든 곳은 미국의 하버드대학이다. 1865년 당시 하버드대학의 야구팀에서 처음으로 같은 디자인의 점퍼를 입기 시작했다. 이 점퍼는 ‘Varsity Jacket’이란 명칭으로 불렸다. 그 후에 다른 대학의 풋볼팀과 농구팀에서도 같은 디자인의 점퍼를 입는 것이 퍼져나가 평소에도 즐겨 입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들 위주로 입던 과잠은 1952년 미국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명대학의 과잠을 입는 것이 유행하게 되면서 일반인들도 찾기 시작했다. 이 점이 계승되어 80~90년대에는 과잠 자체가 하나의 패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패션아이템으로 자리잡은 ‘Varsity Jacket’은 물론 대학의 로고나 이니셜이 박힌 티, 트레이닝복, 재킷 등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편하게 입고 다닌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