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중앙운동장이 공원으로 바뀌었다
어느 날, 중앙운동장이 공원으로 바뀌었다
  • 조혜민 기자
  • 승인 2013.06.1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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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견수렴 없이 진행된 공사, 대체 공간도 없어 문제 돼

 

 

 

 

 지난달 5일, 우리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총학생회 김재호 회장의 항의성 글이 게재됐다. 중앙운동장(해사대 본관에 위치)에 공원을 조성하는 결정을 대학본부와 총장이 독단적으로 내렸다는 지적이 핵심이었다.

중앙운동장 공원조성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중앙운동장 공원조성사업은 당시 3대 박용섭 총장(2000~2004) 때인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사대 학장 및 해사대 소속 교수들이 중앙운동장에서 일어나는 흙먼지와 소음 때문에 연구와 수업에 지장이 많다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본부는 해사대측 의견을 받아들여 중앙운동장 공원조성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번번이 진행하지 못했다. 하윤수 기획처장은 “이번 년에는 작년보다 2.4배 정도 예산을 확보해 공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라며 공사 진행 배경에 대해 밝혔다. 공사비용은 기성회비 1억 원 일반회계 6천4백만 원으로 총 1억 6천4백만 원이다.

지난 2월 대학본부는 해양체육학과와 해군 기초군사교육단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지난 5월 2일 기획처장실에서 기획처장, 해사대학장, 학군단장, 해양체육학과 교수, 입학장학과장, 시설과장이 참여해 공사 결정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후 대학본부는 지난 5월 8일 공사를 확정하고 재정과에 공사업체 선정 계약을 의뢰했다. 이에 재정과는 입찰을 통해 지난 5월 24일 업체를 선정했다. 예산 부족의 문제로 올해는 잔디만 심을 것이라고 한다. 공사는 이번 달 3일에 시작돼 40일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공사 당일 총학생회가 중앙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하는 등 반발해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6월 5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관련 교직원이 참여해 학생들과 열띤 논의를 했다. 전학대회에서는 향후 총학생회 요구사항을 검토한 뒤 공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6월 8일, 공사는 진행 중이다.

 

총학 “독단적인 결정이다”

현재 공사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공지 없이 진행되고 있다. 총학생회 김재호 회장은 우리 대학 자유게시판에 건의서를 게재한 이후 수차례 기획처와 시설과를 방문했다. 그는 "시설과를 방문했을 때 기획처에 가보라는 얘기만 들었다"며 “그러나 기획처에서는 시설과에서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며 서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처를 방문할 때마다 소통의 부재를 느꼈다”며 “대체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만 강행하려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과에 설계도면 공개를 요청했으나 자료 반출이 어렵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실질적으로 운동장을 사용하는 것은 학생인데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고 공지 또한 없었다”며 사전 공지를 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김현정(국제통상학과·10) 학생은 “중앙운동장에 공원이 생긴다는 것이 정말이냐”며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인데 의견도 묻지 않은 점이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재호 회장은 “본부가 공사를 강행한다면 서명운동을 하거나 공간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할 생각이다”며 “서로 양보해 절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적당한 대체 공간 없어 문제돼

대학본부는 아치뜰, 북운동장(방파제 옆 매립지), 인조잔디 구장을 대체 공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종합관 뒤편에 위치한 아치뜰은 잔디가 깔려있고 벤치가 놓여있는 등 사실상 공원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시설과 이재규씨는 “아치뜰은 고지대에 위치해 공을 사용하는 체육활동에 부적합해 사용이 힘들 것”이라며 “아치뜰을 사용하려면 펜스를 설치하는 등 정비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하윤수 기획처장은 “이번 달 10일 북운동장에 연약지반 계량공사를 진행해 대체 장소로 사용하려 한다”고 답했다. 연약지반 계량공사는 땅에 파이프를 설치해 물을 뽑아내 지반을 다지는 공사로 통상 1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최소 1년은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운동장은 면적이 9,600㎡로 11,200㎡인 중앙운동장과 비슷하지만, 승선생활관이 세워진다면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조잔디 구장을 최대한 개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처에 문의한 결과 공사가 시작된 후 인조잔디 구장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한, 인조잔디 구장은 11,200㎡인 중앙운동장의 절반 수준인 6,076㎡(우레탄 트랙 포함)로 규모가 작아 체육대회 등 큰 행사 시 사용하기 어렵다. 인조잔디 구장은 인조잔디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약과 까다로운 예약제로 학생들의 불만이 많은 상태다.

북운동장 지반을 다지는 공사는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학생들이 사용할 대체 운동장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운동장 공사가 시작되면 당장 내년 체육대회나 축제 등 행사가 열릴 장소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인조잔디 구장에 모든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반 심상우(기관시스템공학부·10) 회장은 “공사가 시작되면 운동 동아리들이 전부 잔디 구장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치컵·학과행사·체육대회·축제 등 모든 행사가 인조잔디 구장에서 열린다면 원활한 사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 연약지반 계량공사가 진행될 북운동장
▲ 다른 공사가 진행중인 북운동장의 모습

 

 

 

 

 

 

 

갈 곳 없어진 학생들

대체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육 관련 동아리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지난 5월 2일 기획처장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럭비부와 미식축구반은 인조잔디 구장을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럭비부와 미식축구반의 지도 교수가 회의에 참여했다고는 하나 정작 당사자인 동아리원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럭비부 배정웅(기관시스템공학부·10) 회장은 “본부 측에서 학교 정책방안이라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며 “연습은 할 수 있어도 시합은 잔디 구장에서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대체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을 전했다. 시설과 윤재용 씨는 “인조잔디 구장의 축구 골대 위에 럭비 골대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대를 언제 설치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야구반 김지윤(해양경찰학과·10) 회장은 “미식축구반이나 럭비부는 인조잔디 구장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우리 동아리는 대체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라며 “인조잔디 구장을 대신 사용한다 해도 잔디 구장은 제약도 많고 동아리 수도 많아 원활히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앙운동장 공원 조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학생도 있다. 미식축구반 박정우(해양경찰학과·10) 회장은 “대체공간만 마련된다면 중앙운동장 공원조성 사업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전학대회, 그 후 무슨 일이 있었나

6월 5일 해양과학기술대학교 세미나실에서 열린 전학대회에서 중앙운동장 녹화사업 관련 교직원들이 참석해 학생들과 열띤 논의를 했다. 국제대 김성규 회장은 “축제를 전후해 중운위에서 공사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관련 사항을 확실히 알지 못해 학생들에게 알리고 의견수렴을 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밝혔다. 전학대회에서는 향후 총학생회 요구사항 검토 후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론이 났다.

전학대회 직후, 총학은 중앙운동장에 설치한 천막을 철거했다. 총학생회장 김재호 회장은 “본부측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철거한 것”이라며 “천막을 철거했다고 해서 공사 진행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답했다.

6월 7일, 기획처에서는 “학생처에서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총학에 전달할 것으로 안다”라며 “총학이 전달한 종합된 의견을 받아 본 후 공사를 추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처에서는 “그것에 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총학생회 김재호 회장은 “각 단대별, 학과별 의견을 종합해 다음주중에 기획처에 전달할 예정이다”며 “의견이 전달되고 답변을 받은 후에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6월 8일. 공사는 진행 중이다. 시설과에서는 “총학측 요구사항은 기획처에서 답변하기로 된 사항이다”며 “천막이 철거되었으니 공사를 진행해도 된다는 의미로 알고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6월 5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했다고는 하나, 전학대회에 참석한 학생은 회장들로 이루어진 38명뿐이었다.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공사는 진행됐다. 진정 모두를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입지관 앞에 위치한 아치뜰
▲ 사용에 제약이 많은 인조잔디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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