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 연극제를 아시나요?
부산 국제 연극제를 아시나요?
  • 김수영 기자
  • 승인 2013.06.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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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 10회를 맞아 “Digilog(디지로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라는 콘셉트로 스페인, 오스트리아,프랑스, 영국, 일본, 대만, 한국 총 7개국 46개 작품을 초청 공연하는 부산 국제 연극제. 5.3일 개막을 시작으
로 12일까지 10일간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경성대 콘서트홀, 예노소극장, 공간소극장, 액터
스 소극장 등에서 다양한 주제의 공연이 상연되었다.
 올해 부산국제연극제는 예년에 비해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을 상연하기 위해 총 4개의 섹션으로 준비되었다.

                          

  - 부산국제 연극제를 즐기는 4가지 메인테마 -

1. ‘CONCEPT’- 메인 콘셉트인 Digilog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 ‘OPEN’- 형식과 콘셉트 및 장르에 제한 없이 국·내외 우수작을 소개한다.
3. ‘Go, 아비뇽 OFF’- 2014년 아비뇽 OFF 페스티벌의 진출자를 가린다.
4. ‘야외 공연’- 광안리 BIPAF ZONE에서 펼치는 자유로운 공연이다.
☆ DIGILOG
-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 이란 의미를 지닌 제 10회 부산 국제연극
제의 컨셉으로, 첨단 기술이 쏟아 지는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공연예
술의 미래를 살펴 보기 위한 표어이다.


개막작 ‘파가니니’
- 2009년 부산 국제연극제 전회, 전석 매진에 빛나는 작품.
- 2009년 독일 모어스 국제 코미디 공연 페스티벌 ‘코미디상’
- 2008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 수상!
- 2008년 스페인 세비야 치크라나 연극 페스티벌 ‘최우수 관객 인기상’
스페인 신체 코미디극 극단 YLLANA Production은 <파가니니>를 통해
심각하고 엄숙하기만한 클래식 콘서트의 틀을 깨고, 재치 있는 유머와 감성
을 자극하는 음악메들리로 작품 형식을 새로이 만들어냈다.
 현악 4중주 공연으로 구성되어 대화의 구성없이, 오로지 음악과 표정,  몸짓으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한다. 음악에 박식한 관객들뿐만 아니라 남녀 노소 국적 상관없이 모든 관객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폐막작 ‘유령’
“소프트웨어가 파트너라면, 어떤 안무가 탄생할까?”,
“가상의 이미지와 실제의 이미지는 동일한 공간에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미디어 퍼포먼스이다.
오스트리아 Klaus Obermaier 극단의 공연으로 라이브 공연과 사운드가 프로그램으로 투영되어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무대기술을 사용한다.

                                                                                                                                          

                                                                                                                                  KIM’S REVIEW

      

     쥐 

 5.5(일) 7시 기대와 흥분으로 들떠 액터스 소극장을 찾았다. 연극의 시작과 함께 두 마리의 쥐가 치즈창고로 치즈를 옮긴다. 기타를 치며, 힘들어하는 모습은커녕 오히려 뿌듯함과 즐거움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잠시후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돼지의 출현으로 두 마리 쥐의 생활은 변화의 기류가 보인다. 배고픈 돼지를 위해 그동안 모은 치즈를 주기도 하고, 무료해 보이는 돼지를 위해 기타를 치며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그 후 돼지는 자신의 본심을 보이며 치즈창고의 모든 치즈를 먹으며 쥐들을 부려먹는다. 주목 할 점은 이런 쥐들의 모습이다. 돼지의광기어린 탐욕과 지배 욕구에 짓눌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굴림 당하는 쥐들, 이를 통해 기자는 현대 사회의 권력과 계급 위에서 약자들을 괴롭히는 인간의 숨겨진 의도와, 어두운 내면을 극복해야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았다. 돼지의 횡포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쥐들. 권력자의 횡포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힘없는 노동자들. ‘쥐’라는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마친 후 가면을 벗는 배우들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쥐’라는 작품은 사회의 이분법적 계층구조를 비판하는 풍자극이 아니였다 싶다.

 


      NAIF 


 스페인 연극단의 광대극이라는 말에 꽃혀 신선한 웃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번 연극을 선택하였다. 텅빈 허름한 공장에 광대와 뮤지션의 등장으로 극은 시작되었다. 상큼한 음악으로 연주를 시작하는 뮤지션, 마치 광대의 기분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악기를 다룬다. 광대는 ‘소박한’이라는 스페인어 ‘NAIF’에 상응된 모습이다. 둥근 원통을 타고 나오는 광대가 왠 쓰레기봉투를 떨어뜨린다. 갑자기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광대는 대걸레질을 한다. 대걸레를 이용해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들어 내고, 보는 관객들도 광대의 연기에 몰입하여 박수를 보냈다. 극중 애니매이션 광대와 실제 광대와의 주고 받는 연기의 모습이 있었다. Digilog라는 이번 국제연극제의 표어에 상응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인상에 남는 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극의 마지막, 광대는 처음 들고 온 쓰레기봉투를 찾아 쓰레기통에 넣는다. 하지만 쉽사리 넣지 못하고, 자꾸만 미련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씁쓸한 공장에 홀로 남겨진 광대에겐 정말 별것 아닌 쓰레기봉투 까지도 애정을 나누어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모습에, 무엇에든지 쉽게 식어버리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았다. 하지만, 광대의 어리숙한 모습과 반복되는 행동에서 연민의 감정과 쓴웃음만이 흘러 나왔다.

 


     머무르다 


 기자가 선택한 마지막 작품은 연극단 ‘동녘’의 ‘머무르다’였다. 기차의 도착알림 방송이 흘러 나오는 대합실에 인상 찌푸린 얼굴로 관리 아저씨가 등장한다. 퀘퀘한 냄새가 걸리는지 기차역에 방향제를 뿌리고 사라진다. 그후 기차역에 숨어 있던 거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얼핏 보아도 앳돼 보이는 소녀 거지는 새우깡을 먹으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소녀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사람은 소녀의 아빠이다. 하지만 연극이 끝날 때까지 소녀는 아빠를 결국 만나지 못한다. 이런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소녀는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함께 말동무가 되어줄 아저씨의 등장. 지루했던 소녀의 삶에 한가득 행복으로 남는다. 소녀의 삶에 예상치 못한 존재로 다가와 기억의 존재로 남은 아저씨의 모습. 거지소녀와 아저씨의 우연한 만남이 서로의 추억에 머무르는 것...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이켜보고,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기억 저편에 머무를 수 있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라는 김춘수의 ‘꽃’중 한 구절이 생각났다.

 


    총평
 ‘Digilog,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막된 부산국제연극제가 12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폐막작 ‘유령’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행사 기간 동안 개폐막 및 야외 부대행사를 포함해 총 3만1363명이 관람했으며 초대권을 폐지했음에도 60%의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하나의 주제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주제와 의도를 담은 연극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것 들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생생함과 긴장감을 연극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 행사에 걸맞지 않는 행사진행의 미숙과 부산에서 열리는 연극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연에 지역 극단이 1∼2팀만이 참여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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