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강제도 만족하십니까?
재수강제도 만족하십니까?
  • 김기섭 수습기자
  • 승인 2013.09.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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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 논란의 대상이 되어버린 재수강 무엇이 학생들을 위한 길인가?

 에너지자원공학과에 재학 중인 12학번 A학생은 이번학기에 재수강 과목으로 ‘선형대수학’과 ‘글로벌 리더십’ 과목을 수강신청 했다. 신입생 때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못 챙겼기 때문이다. A학생은 “신입생 때 학점을 너무 소홀히 여겨 재수강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재수강이 학생들에게 마냥 ‘선물’일 수만은 없다. 물류시스템 공학과에 재학 중인 권민아(물류시스템 공학과·12) 학생은 “재수강은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문제점도 있는 것 같다”며 “초수강자들(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이 아무래도 재수강자들보단 학점에서 불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재수강자들은 그 과목 교수님들을 잘 알기도 하거니와 시험에 대한 정보를 더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꼭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재수강을 신청하는 것은 아니다. 과목 자체가 어려워서 한 번 더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고, 건강상의 문제나 개인적 사정 때문에 출석 횟수가 모자라 재수강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재수강 제도는 없어서 안 될 제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재수강 제도에 대한 논란은 대학마다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고, 일부 대학에서는 재수강 제도에 대한 제한을 두기도 한다.

과연 대학 재수강 제도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대학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재수강이 학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재수강 제도의 본래 취지는 학교 측에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수업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재수강을 ‘학점 세탁기’나 ‘보험’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시험을 망쳐도 다음 해에 재수강 할 수 있으니 대학생들이 4.0대 근처 점수로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이 취업에도 영향을 주는데, 학점이 가지는 변별력이 작아졌고, 기업들도 학점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 6~7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추진한 ‘대졸 신규 채용과 스펙 연관성 조사’에 따르면 학점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정 수준만 넘기면 차이가 없다’가 47.2%로 가장 많았고, ‘높을수록 평가 점수 높다’가 13.3%에 그쳤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학점을 대체할 스펙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의 직접적 원인을 재수강으로 보지 않는다. 학점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학점의 경쟁력이 작아져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재수강에 목메는 이유는 변별력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학점이 높아서 손해 볼 건 없기 때문이다. 위의 통계자료처럼 채용 시 일부 기업은 학점이 높을수록 평가점수를 높게 반영한다. 이원영 (해사법학부·09)학생은 “기업에서 학점을 보는 정도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학점에 따라 점수에 차별성이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그렇다면 높은 학점을 받는 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즉, 학생들이 재수강 제도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열을 올린 다는 것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취업난이지 재수강이 아니기 때문에 재수강 제도에 제한을 두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의견은?

 

 재수강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들은 재수강으로 얻는 기회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정병준(해양환경·생명과학부08) 학생은 “재수강 제도가 없다면 학생들은 지금보다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만, 너무 공부만 하게 될 것 같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대외활동이나 경험을 하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 전했다. 또 “중요한 대외활동이 학기 중에 걸쳐있어 출석을 못할 경우에, 재수강 제도가 없다면 학점이나 대외활동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노수환 (제어자동화공학부·10)학생은 “재수강 제도에 제한을 두면 학생들 입장에선 장학금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자신이 원하는 학점을 얻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수강 제도에 제한을 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계에너지시스템 공학부에 재학 중인 B학생(05)은 “재수강자들이 초수강자에 비해 더 유리한 조건에서 학점을 받는 경우가 많아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재수강 전체에 제한을 두는 것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공 필수에 한에서는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효일 (유럽학과·07)학생은 “재수강자들이 그 과목을 두 번 이상 수강하다보니 초수강자들의 입장에선 형평성의 문제를 느낄 것 같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타 대학의 경우, 재수강 제도는 어떻게 반영되어있는가?

 

 일부 대학들은 재수강 가능 학점을 지정한다거나 재수강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학점에 상한선을 두는 방법으로 재수강 제도에 제동을 건다. 부산대의 경우, 재수강은 학점이 C+ 이하인 학생들에 한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재수강으로 받을 수 있는 학점도 최대 B+라는 제한이 있다. 부산대 학사과는 “최초 수강자와 재수강자들 간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여 재수강에 제한을 두게 되었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부경대의 경우도 비슷하게 C+이하의 과목에 한에서 재수강을 허용하고, 재수강 후 취득 가능 학점은 A0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는 서울권의 대학에서도 비슷하다. 고려대의 경우 C+이하의 학생들에 한에서 재수강을 허용하고, 받을 수 있는 학점은 최대 A로 제한한다. 고려대 측은 “B학점을 평균학점으로 보고 그 이하의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부여 한다”고 전했다. 연세대는 아예 이번 13학번부터 8학기동안의 재수강 허용 횟수를 3회로 제한했다. 3회 이상 재수강을 할 시에는 재수강 이전 점수와 이후 점수가 성적표에 같이 명시된다.

 

 우리대학이 나아가야할 방향? 

 

현재 우리대학은 재수강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학사과 양경은 씨는 “타 대학에서 재수강 제도에 제한을 두는 것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 된다” 며 “거기서 학생들이 인센티브를 얻는다면 우리대학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씨는 “그러나 재수강에 제한을 둬도 학생들이 얻는 이점이 부족해 보이면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우리대학은 재수강 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학사과는 현재 타 대학과 업무협의를 통해 학교운영이나 업무 노하우 등의 정보를 비교·분석하여 필요한 점을 우리대학에 적용하는 ‘우수기관 벤치마킹’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양경은 씨는 “이 중엔 재수강 제도를 포함한 학사 운영 항목도 있다”고 전하며 “현재 우리대학은 재수강에 대한 문제점 보단 장점이 많다”며 “하지만 향후 타 대학과 비교분석을 해보고 필요성이 있어 보이면 제한을 두는 방안도 고려해 볼 것”이라 밝혔다. 현재로서는 타 대학과의 비교분석이 재수강 제도에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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