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내음, 몽골 초원에서 풍겨오다
바다 내음, 몽골 초원에서 풍겨오다
  • 조혜민 기자
  • 승인 2013.09.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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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방울이 거세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굵은 우박도 내렸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 어느 마을 비좁은 창고에는 19명의 우리 대학 해외봉사단원이 비를 피하려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빨간 목장갑을 낀 단원들의 손은 하나같이 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어느덧 비가 그치고 몽골의 하늘이 맑아지자 단원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창고에서 쏟아지듯 나온 이들은 팔을 걷어붙이며 다시 제초 작업을 시작한다.

   한쪽에서 독풀 제거에 열심이던 박재범(해양체육학과․06) 학생은 “현지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일을 내가 해준다고 생각하니 즐겁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로 4년째 몽골에 해외봉사단을 파견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7월 23일부터 8박 9일의 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와 울란바토르 시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의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이루어졌다.

   17명의 해외봉사단원은 예능 교육(5), 한국어 교육(5), 해양․과학 교육(5), 대학홍보(1), 기록 및 촬영(1)의 5개 분야로 나뉘어 봉사를 했다. 봉사활동은 예년처럼 울란바토르대학교 한국어학과 재학생과 연계하여 문화교류, 교육봉사, 노력봉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봉사활동 단장을 맡은 장낙원 학생부처장은 “작년에는 컴퓨터 교육팀이 있었지만, 몽골 현지 사정을 고려해 조정했다”며 “우리 대학의 특색과 강점을 살린 해양․과학 분야는 몽골 학생들이 해양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해양대 학생들, 바이를라(감사합니다)”

   노력봉사 마지막 날, 울란바토르 시 동사무소는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봉사단원들이 동사무소에서 어린이 잔치를 연 것이다. 아이들은 빨대를 입에 물고 공기를 후후 불어가며 탁구공을 상대편 골대로 보내려 열심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웃음 너머로 게임에 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란바토르대학 윤준호 국제교류 처장은 ‘몽골 학생들은 승부욕이 강하고 집중력이 높아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고 말했었다. 단원들은 8박 9일 동안 작은 게임에도 열을 올리는 몽골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동사무소 밖에서는 증기 배 경주가 한창이었다. 단원들이 증기 배에 불을 붙여 미니 풀장에 띄우자 어린이들이 풀장 주위로 몰려들었다. 배에 불을 붙이는 것을 돕던 정은성(전기전자공학부․09) 학생은 “해외 봉사는 처음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몽골 아이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웃음으로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들은 연신 “바이를라(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해당 동사무소의 한 사회복지사 또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어 고맙고, 내년에도 왔으면 좋겠다”고 봉사단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7월 28일 오전,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봉사단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몽골’ 하면 떠올리는 초원의 모습이 바로 테렐지일 것이다. 이곳은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가 오밀조밀 모여 있고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몽골의 명소다. 단원들은 이곳에서 아름다운 에델바이스 꽃 옆에 무수히 흩뿌려진 쓰레기를 자루 가득 채웠다. 매년 7월 중순 몽골에서 열리는 전통 축제인 ‘나담 축제’를 보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 테렐지를 한바탕 휩쓸고 간 터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쓰레기를 줍던 강강무롱(울란바토르대학 한국어학과 3학년․25) 학생은 “해양대 학생들이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봉사해 덩달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곧잘 하는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우리나라에서 다녔다고 한다. 사투리까지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 덕분에 단원들은 현지인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다.

   오후에 봉사단원들은 양손 가득 생필품, 필기구, 밀가루 등을 담은 봉지를 들고 테렐지 빈곤가정을 방문했다. 단원들이 방문한 한 가정에는 엄마와 딸이 단둘이 살고 있었다. 허름한 게르는 한쪽 벽면이 뚫려 바깥이 훤히 내다보였다. 다리가 불편한 엄마는 이곳저곳을 떠돌다 공기 좋은 테렐지에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없는 살림에도 그녀는 봉사단원들에게 마실 것을 내어주고 음식을 권하는 등 이들의 방문에 고마운 기색을 보였다.

   오후 내내 빈곤가정을 방문하고 온 단원들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숙연함이 묻어 있었다. 한 단원은 이들이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땡볕에 꼬박 30분을 걸어 마중 나온 아이들 이야기를 단원들과 나눴다. 혼자 사는 할머니께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하는 단원도 있었다. 장낙원 단장은 “꼭 몸으로 봉사하지 않더라도 빈곤가정에 가서 그들과 마주하며 오히려 우리가 배운 점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들리나요? 마음 열리는 소리가

   봉사단원들은 노력봉사 외에도 예능․한국어․해양과학의 세 팀으로 나뉘어 울란바토르 대학에서 교육봉사를 펼쳤다.

   예능 교육팀은 우리나라 시대별 노래를 직접 편집해 음악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몽골 학생들에게 안무를 가르쳤다. 교육을 한다기보다는 함께 부대끼고 어울리며 서로 더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제기차기, 윷놀이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제기와 윷을 직접 만들어보는 몽골 학생들의 얼굴에 진지함이 엿보였다. 특히 예능 교육팀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몽골 학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단원들과 몽골 학생들 사이에 이름 외우기가 한창이었다. 한국어 교육팀은 한국어 수준이 낮은 학생들이 간단한 한국어 어휘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국 이름과 숫자를 이용한 게임을 진행했다. 그곳에서 한국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게임에 참여하는 몽골 학생들의 열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육에 참가한 몽골 학생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세기(13) 학생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대신에 봉사단원들이 몽골어를 발음할 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발음을 고쳐주었다. 김성태(해양체육학과․07) 학생은 “세기는 부끄러움이 많아 처음에 말 한마디 없이 웃지도 않고 있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어울리며 마음을 여는 것이 보여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밤새 꺼지지 않는 몽골 강의실 불빛

   봉사활동을 진행한 8박 9일 동안 울란바토르대학 한 강의실은 밤이 깊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루 일과를 다 소화한 봉사단원들은 태극마크가 달린 조끼를 갖춰 입고 강의실에 둘러앉았다. 각 팀장은 하루일정을 요약해 발표하고 개선점을 나눴다. 정은성(전기전자공학부․09) 한국어 교육팀 팀장은 “단원들과 단장님의 조언을 다음 일정에 반영해가며 준비를 열심히 했다”며 ”다른 팀장들에게 배운 점도 많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밤늦게 진행된 회의에 눈에는 피곤이 어려 있었지만, 단원들은 기숙사에서 팀별로 모였다. 한 방에서는 다음날 있을 교육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었고, 다른 방에서는 춤 연습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조별 회의를 마치고서야 잠이 들었다. 장낙원 단장은 “단원들이 일정을 마치고도 자발적으로 모여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8박 9일 동안 웃는 얼굴로 열심히 해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17명의 우리 대학 학생들이 몽골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보낸 8박 9일은 서로 자극이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대학은 몽골 울란바토르 대학과 2010년 MOU를 체결한 이후 꾸준히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 봉사활동은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교류의 끈으로서 끝을 맺었다.

   

 

 

조혜민 기자

jhm72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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