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대학가요제!
아듀 대학가요제!
  • 윤종건 수습기자
  • 승인 2013.09.03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호, 김동률, 노사연, 신해철, 심수봉, 이영현
   이들의 공통점을 아는가? 이들은 바로 MBC 대학가요제(이하 대학가요제) 출신들이다. 한때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학가요제는 3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MBC는 대학가요제의 폐지 이유에 대해 ‘더 이상 스타가 배출되지 않고 시청자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7,8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
   1977년은 박정희 정권 치하였다. 대학가요제가 반정권 시위에 앞장서는 대학생들의 관심사를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정권의 의도가 아예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대학생들은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거나 독재정권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대학가요제라는 문화를 즐기는 가운데 민주화 운동에 열과 성을 다했고 오늘날의 민주화를 일궈냈다. 또한 그 당시 대학을 진학하는 비율도 대학가요제 부흥의 큰 몫을 했다. 문화평론가 권경우 교수(한예종 외래교수)는 “그 당시는 대학을 진학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40%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가요제가 갖고 있는 희소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할 때 대학가요제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그럼에도 이 이벤트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특권에 대한 자의식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대학생이니 대학생다운 것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학가요제는 대중가요의 다양성과 함께 지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창구였고 확실한 존재가치가 있었다.

   <90년대 이후 색이 바래진 대학가요제>
   달도 차면 기울 듯이 대학가요제 또한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쇠퇴기를 겪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권교수는 두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첫째는 70%에 육박하는 대학진학률이다. 이는 대학문화의 특수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갖고 왔고 대학가요제가 갖고 있는 희소성 또한 사라지게 했다. 둘째는 대중문화의 급격한 확장이다. 90년대 댄스음악의 창궐로 국내 가요제가 대규모 호황을 누림에 따라 다양한 음반기획사가 등장했고 가요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또한 다수의 유명 기획사가 안정된 자본과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가요시장 발전에 기여하면서 대학가요제의 의미가 퇴색해갔다. 뿐만 아니라 대형 기획사의 10대 인재 발굴과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등은 가요계 진출 경로를 다양화했고 가수등용문이라는 대학가요제의 정체성 또한 희미하게 만들었다.
   그 밖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학가요제가 더 이상 스타를 배출해내지 못한 점도 폐지의 배경이 될 수 있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은 이미 10대부터 기획사에 소속되어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되므로 대학생 중에는 잠재적인 스타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대학 내부 분위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면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를 시작으로 취업준비 전쟁에 시달려야하는 현 상황에서 캠퍼스의 낭만은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치열한 생존 경쟁만이 남아있다. 대학은 더 이상 자신의 이상을 펼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가수가 되고자 한눈 팔 여력도 없고 그렇게 뜬구름 잡는 허황된 꿈에 자신의 청춘을 희생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졸업생이자 동아리 ‘파도소리’의 부원이었던 김혜린(기계소재공학과 01학번)동문은 “내가 직접 준비를 한 적은 없지만 동아리 선배들이 대학가요제를 준비하는 걸 보면서 참 재밌었다”며 “대학가요제가 가수들의 등용문이었던 만큼 정말 가수가 되고자 했던 선배들이 치열하게 준비했고, 동아리의 정기공연과는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폐지 소식에 대해서는 “무척 안타깝다”고 운을 떼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이 생긴 것도 한 이유겠지만, 취업이나 먹고사는 문제에 따른 무한 경쟁 시대 속에서 자연스레 대학가요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
   대학가요제는 건전한 음악생활 향유와 대중음악의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매년 열렸다. 이는 굳이 프로페셔널이 아니더라도, 대학생다운 신선함과 일반 대중문화와 다른 창의적 음악을 목표로 했다. 아마추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지만 단순히 이를 한계로만 보지 않고 대학가요제만의 색깔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
회와 대중문화의 흐름에 따라 대학가요제는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가요제라는 문화 콘텐츠의 폐지는 창의적 문화가 하나 둘씩 사라지는 우리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있다.

 

   <“대학가요제 폐지의 아쉬움 부산에서 달래보자”>
   지난 7월 27~28일. 제 2회 기장임랑 해변대학가요제가 임랑해수욕장 특별무대에서 개최되었다. 기장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임랑 해수욕장 내 특별한 문화시설도 없을 뿐더러 MBC 대학가요제의 맥을 잇기 위해 기장임랑 해변대학가요제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서철 해수욕장에서 진행돼 대학가요제와 해변가요제를 합친 가요제로서 명실상부 전국 유일의 대학생 창작곡 경연대회라 할 수 있다. 상금은 제 2회 기준으로, 대상 800만원·금상 500만원·은상 300만원·동상 100만원이며, 현재 국내외 2년제 대학 이상 재학 중이거나 휴학기간이 3학기를 초과하지 않은 대학생만이 참가할 수 있다. 부산에서 열리지만 제 2회 대회에 50개 팀이 출전했을 뿐만 아니라 그 중 절반이 서울권 대학 학생들이라고 한다.
   내년 여름, 임랑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