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이냐 유예냐 그것이 문제로다
감면이냐 유예냐 그것이 문제로다
  • 김수영 기자
  • 승인 2013.10.11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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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물류량 감소로 인한 부산항만공사와 항만운영사의 줄다리기 그 해결책은?

 

 1911년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동 현 북항의 위치에 첫 부두의 착공이 시작되었다. 무려 33년이라는 기간을 통해 컨테이너 및 잡화를 취급화물로 하는 북항의 제1.2부두 건설이 완공되었고 이렇게 북항의 시작은 이루어졌다. 지난 70여년 동안 부산발전의 중심 역할을 해온 북항은 2013년 현재 5개의 컨테이너 부두와 여객, 크루즈 터미널을 포함하여 9개의 일반 부두를 보유한 동북아 중심 항구로 성장해왔다.

 

 

줄어든 북항의 입지

90년대 중반 북항의 쇠퇴란 어림없는 소리였다. 북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갑작스런 증가로 북항의 일반부두에서도 대부분의 컨테이너 화물이 취급 가능하도록 확장함에 이어 95년 북항의 물동량 이전을 위해 신항의 개발 사업이 실시되었다.

하지만 2013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북항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해운산업의 악화와 신항으로의 집중에 의한 물동량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북항의 운영사들이 잇따라 선석 운영권 반납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북항 감만의 4개 선석은 허치슨 부산컨테이너터미널(HBCT), 인터지스, 한진해운, 세방 네 개의 운영사가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9월 4일 허치슨의 경우 10월31일, 세방과 한진해운의 경우 각각 9월 20일 반납 시한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재 허치슨의 경우 이미 선석반납을 완료하였고 반납을 결정한 한진해운은 허치슨의 선석을 재임대하여 2개의 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사의 선석포기 결단은 북항의 물동량 감소에 있다. 95년 포화된 북항의 물류량을 수용하기 위해 부산 항만공사(BPA)는 신항 건설을 추진했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신항 건설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12년 상반기 북항과 신항의 전체물량(853만개) 중 신항은 451만개(52.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북항에서 35%를, 신항에서 65%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북항의 물동량이 신항으로 지속 이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위 : 톤)

연도

감만부두

북항(감만부두 포함)

신항

2010

32,294,460

134,127,107

94,169,772

2011

29,129,330

128,354,770

132,126,990

2012

26,978,441

115,219,010

164,256,943

 

서로간 울며 겨자먹기식 합의

12년 상반기 기준 부산 북항은 당기순이익 143억 원의 적자를 기록, 신항은 당기순이익 247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를 피할 수 없는 북항 감만부두의 4개 운영사측은 320억 원에 다다르는 선석 임대료를 ‘150억+a’수준으로 감면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산 항만공사(BPA)는 ▷세수부족초래 ▷하역료 덤핑 악순환 조장 ▷BPA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운영사측의 임대료 감면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임대료 15%를 2년간 유예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운영사측과 BPA의 지지부진한 줄다리기 속에서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역시 BPA측에 “일정부분 감면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BPA는 만약 감만 부두 운영사의 요구만 수용하면 155억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북항 전체 운영사를 감면할 경우 부담액은 500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해사수송과학부 김길수 교수(제2대 부산항만 공사 감사위원장)는 “BPA와 운영사측 각각의 주장은 서로 타협점을 찾기 위한 최선책이라 생각된다”며 “특히 이 사안이 처음 언급된 3년 전에 비해 BPA측의 입장은 확실히 유연해진 태도”라고 말했다.

또한 BPA가 감면거부 이유로 내세운 ▷세수부족초래 ▷하역료 덤핑 악순환 조장 ▷BPA 재무건전성 악화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항만업자들의 공급과잉으로 하역료가 낮아진 현 상황에서 외국선사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장기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주어진 하나의 과제 - ‘통합운영사의 출범’

물량부족으로 인한 적자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수부와 운영사측은 ‘통합 운영사의 출범’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BPA와 감만부두 운영사들은 지난 6월 17일 감만부두 선석 통합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였지만 임대료 문제로 선사들과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 ‘통합운영사 출범’은 가시적 진전 상황을 보이며 내년 초 실무 작업을 거쳐 공식 출범될 예정이다. 통합추진의 근본적 배경은 비용절감이다. 또한 통합 운영사 출범을 통해 운영사들의 경쟁을 없앰으로 안정된 하역요금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통합 운영사 출범’에 대해 세방 부산터미널 기획팀 조문대 과장은 “현재 세방의 경우 매월 15억 이상 적자가 나는 상황이므로 터미널운영 비용절감 차원에서 통합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항이 개발되어 신항의 운영사 과다로 인한 경쟁에 부산항의 하역요금은 2000년대 초반 1TEU에 약 6만원 하던 요금이 현재 1TEU에 4만원 초반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출범을 시작으로 이 같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길수 교수는 “물동량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운영사의 통합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지만 운영사 통합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좋은 방향”이라 말했다. 덧붙여 “신항 건설당시 항구로써 신항 개발의 성공을 위해 제안되었던 ‘신항·북항 균형개발’이였다면 이제는 북항의 부흥을 위한 새로운 의미의 ‘신항·북항 균형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또한 “신항의 경우 생산성과 규모가 작은 선박의 출입이 제한적이므로 세계적 수준의 선박을 지속 유치 하기위한 노력을 통해 동북아 지역 허브 중심 항만으로 성장을 이루고 북항의 경우 신항이 해결할 수 없는 작은 규모의 동북아 운항선박을 유치함으로써 신항과 북항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문대 과장은 “하락하는 터미널 하역요금에 있어 이를 타개 하기위해 우선적으로 통합을 진행하여 터미널 운영사 수를 줄여나가고 추후 신항 개발 시 북항의 통합 운영사에게 우선 선석운영권을 부여함으로 추가 운영사의 증가를 막고 하역요금의 하락을 방지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추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타협의 결말... 그러나 문제는 존재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임대료문제에 대한 BPA측과 운영사측의 입장이 어느 정도 타협점을 보이고 있다. 2년간 임대료 15% 유예안을 제안했던 BPA도 320억 원의 임대료 반값 인하를 요구하던 운영사측도 서로 한 발짝 물러난 수준의 타협을 이루어 냈다.

지난 9월 30일 BPA는 250억 원의 임대료 재측정과 이중 15%는 1년간 감면, 15%는 1년간 유예할 것이며 추후 임대료 산정용역을 통하여 감면 및 유예 금액을 산출 후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그 외 통합시 라인마킹, 사무실 이전비, 장비 이전비 등 기타 시설이전에 따른 비용을 BPA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할 예정이다.

더불어 운영사의 통합문제 해결도 순항중이다. 조문대 과장은 “세방·한진해운을 통합한 SBTC 출범의 경우 현재 기본적인 운영 장비 및 인원의 기본 틀과 조직은 만들어 놓은 상황이며 이를 필두로 감만 3사(인터지스, 한진해운, 세방)의 구체적 협의는 10월 중순 동의 후 이루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이라는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끼웠음에도 통합에 의한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어 통합논의에서 배제됐던 항운 노조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북항의 준비는?

이제 북항의 부흥을 위한 준비는 임대료 감면과 운영사의 통합으로 시작되었다.

북항의 발전된 미래를 위해 김길수 교수는 ‘북항의 해양경제 특구 지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항이 컨테이너 하역의 역할뿐 아니라 해양플랜트, 조선업과 같은 제조업 분야의 기업체가 입주된 ‘종합항만’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양관련 비즈니스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방 부산터미널 기획팀 조문대 과장은 BPA의 신항개발 정책을 꼬집었다. “신항 개발 중 운영사 수를 한정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하였기에 운영사간 경쟁에 의한 하역요금하락이 발생하였고 이는 북항 터미널들의 재정적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BPA의 신항 입주를 희망하는 운영사의 제한이 함께 이루어져야 북항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1TEU = 길이20피트, 높이8피트, 폭8피트의 컨테이너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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