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목표가 있기에 오늘을 살아간다
[기자가 만난 선배] 목표가 있기에 오늘을 살아간다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3.12.0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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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 끝없이 도전할 때 꿈은 이루어진다!

이번 <기자가 만난 선배>코너에서는 (주)범한산업 CEO 정영식 동문(기계공학과․80)을 만났다. 보장된 미래는 없었지만 젊은 패기로 누구보다 이르게 사업에 성공한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둘러 사회에 나가 나의 역량을 펼치고 싶다”

1980년은 우리대학에 일반학과(해사법, 해운경영, 기계공학)가 처음 생긴 해다. 이과 계통과목을 좋아하고 또 잘했던 그는 기계공학과로 진학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학과였기에 학업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활을 ‘길고 긴 방황’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대학이라는 느낌보다는 승선학과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소 같은 느낌이 강해 대학에 쉽사리 마음 붙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낭만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20대를 꿈꿔왔지만, 해양대학교에서의 대학생활은 그에게 절망과 좌절의 순간순간이었다. 자유분방한 캠퍼스 문화가 아닌 모두가 획일화된 해양대 내에서, 얼마 되지 않는 일반학과 학생으로서의 생활이었기에 대학생활의 갑갑함은 더해만 갔다. 그는 “대학생활이 너무 답답할 때면 다른 대학이나 남포동에 나가 종종 놀곤 했다”며 대학생활을 회상했다.

이러한 대학생활에서 그는 취업에 그리 큰 목표를 두지 않았다. 당시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시기였으며, 4년제 대학 졸업정원도 연간 8만 명에 지나지 않았기에 고학력자의 비율이 높지 않았다. 공대만 나오면 무조건 취업이 보장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취업보다는 서둘러 사회에 나가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대학 졸업 후 3년도 채 되지 않은 직장생활을 했지만,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사회진출을 위한 교두보”정도로 정의했다.

 

“세상과 온몸으로 부닥치자”

회사를 관두고 그는 본격적인 사업구상을 모색했다. 우선 아이템선정에 나섰다. 그는 “당시는 수중에 큰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으면서도 투자가 과하지 않은 분야를 모색해야 했다”며 그때 상황을 전했다. 짧은 직장생활 중 군함이나 상선의 장비에 대해 관심을 가진 그는 압축기 개발의 사업 가능성을 확신했다.

1989년은 정부의 창업지원법 제정으로 26개의 벤처케피탈 회사가 설립되던 때였다. 정동문은 ‘고 압축기’개발 사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다. 자신의 사업계획서와 프로필, 사업타당성 레포트를 제출해나가며 투자를 받기 위해 전력으로 노력했다. 그 중 한 곳이 정동문의 이러한 열정과 사업 가능성을 눈여겨보았고, 7억 6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1990년 (주)범한산업을 설립했다. 그의 나이 30세였다.

정 동문은 세계 최고의 압축기 개발을 이룩해 내리라는 큰 포부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창업이후 줄곧 자사만의 순수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총력을 쏟아 부었다. 검증된 해외 기술을 가져와 높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좀 더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었지만, 외국기업과의 계약이 끝날 경우 생산도 함께 중단될 우려가 있었다. 이를 위해 정동문은 투자금 회수는 좀 늦더라도 자사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끝까지 힘썼다. 그 결과 시장진입에는 힘들었지만 일단 진입에 성공한 이후에는 놀라운 파급효과를 보였다.

현재 범한산업은 세계 10위권의 선박용 압축기 생산기업이며 고압 압축기 분야에서는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98년 IMF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국가적 경제위기의 때에도 오히려 주변 기업을 흡수하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성장의 물살을 이끌어 나갔다. 이는 23년간 한 분야만을 계속적으로 연구개발 해온 기업과 정동문의 신념이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영은 자신을 믿는 데서 시작한다”

경영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동문은 “경영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의 성향과 조직원의 구성, 그리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따라 경영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23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그만의 경영방식이 있다면 무엇일까? 정동문은 “구성원에게 자유분방함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업무에는 깊이 있게 관여하지는 않으면서 구성원의 역량을 100% 발휘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경영인의 자질임을 설명했다. 많은 것을 개입하지 않고 자유를 준다는 것이 자칫 조직을 와해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렇기에 경영자가 있는 것이고, 경영자가 구성원의 구심점으로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도 정동문은 “자신을 믿으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동문은 사업을 시작하는 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자질을 설명하면서 “큰 꿈을 이루겠다는 도전의식이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은 욕망만 있다고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경쟁력은 꼭 갖추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것이 많은 자본일 수도 있고, 인맥일 수도 있고, 특수한 과목 혹은 어학일 수도 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계속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주위를 둘러볼 때”

23년간 사업을 유지해오면서 정동문은 목표를 위해 쉬지 않았다. 자신의 역량을 세상에 마음껏 펼치겠다는 목표였다. 올해 나이 쉰셋. 인생의 절반을 사업과 함께 살아온 그는 이제는 주위를 둘러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살아온 인생이었지만,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고 능력이 되는 대로 나눌 수 있는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력들을 계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동문은 지역사회복지 단체에 ‘희망지원금’을 전달하고, 지역 사격 꿈나무들에게 성금을 기탁하는 등 지역 봉사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공과대학이 각 학과별 결집력이 부족함을 알고, 늦게나마 동창회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정동문은 기계공학과 동문회장직을 10년 넘게 맡으며 동문 간의 결속을 강조했고, 모교 발전을 위해 후원금도 선뜻 내 놓는 등 많은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정동문은 “비록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어쨌든 해양대는 나의 이력에 항상 들어가 있고 지금 하는 사업도 해양대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며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가득하다”고 전했다.

 

“목표가 있기에 오늘을 살아간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정동문 만의 삶의 원동력이 무엇일까? 그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쉽고 식상한 말일 수 있지만, 정동문에게는 인생의 모토였다.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사업을 택했고, 외국의 기술을 가져와 쉽게 사업할 수 있었지만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노력했다. 창의와 도전, 그리고 열정을 갖고 목표를 향해 살아온 그의 인생이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경마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사행성 사업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경마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해외 출장을 간 도중 경마의 매력에 빠진 그는 현재 60필 정도의 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배 경주에서 그가 소유한 말 ‘인디밴드’가 전통 강호마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에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정동문의 삶은 목표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편하고 평범한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은 힘든 길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큰 뜻을 이룰 수 없다”며 “도전을 통해서만 큰 뜻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회사 범한 산업은 ‘한국에서 최고가는 회사가 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한국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정영식 동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는 오늘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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