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의 위기
대학신문의 위기
  • 문대성 기자
  • 승인 2013.12.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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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립대 신문사 편집국장 좌담회 개최해

지난 10월 성균관대 교내신문사인 '성대신문'이 결호사태를 겪었다. 성대신문은 10월 14일 자로 1552호를 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성대신문사 주간교수의 '결호선언'으로 신문은 발행되지 못했다. 주간교사가 문제 삼은 기사는 ‘학내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의 삼성노조 문제 주제 간담회 장소를 학교가 일방적 폐쇄한 일’, ‘흡연 때문에 교수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학생 휴식공간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없앤 일’의 사유다.

사립대의 경우 개인적인 지배체제가 견고한 대학일수록 편집권 침해나 편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올해에도 연세대 '연세춘추', 성균관대 '성대신문', 서울가톨릭대 '가대학보' 등 많은 사립대 신문사가 편집권 침해를 당했으며 언론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에 11월 25일 우리대학 및 부산대 신문사 창간기념일을 맞아 부산지역 국립대 신문사 편집국장들이 모여 대학신문 발전에 관한 좌담회를 열었다.

부산국립대 신문사는 편집권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가?

부산대 김동우 편집국장은 "신문을 발간할 때 절차적으로는 주간교수, 간사가 같이 기사 확인을 하는데 몇 년 전부터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간혹 신문 편집회의 때 안건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는 안건인 것 같다고 조언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박준호 편집국장은 "기획회의 단계에서 기사에 대한 어떤 제재도 없다"고 하며 "대학의 비판기사에 대한 계획서를 간사에게 올려도 아무런 제재도 없다"고 말했다.

부경대 권현정 편집국장은 "편집계획서를 간사에게 올리고 간사가 학교에 결제를 올린다"고 하며 "기사 내용에 대한 제재는 없고 대학에 대한 비판기사를 작성 할 경우에도 주간교사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쓴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최지수 편집국장은 "신문이 발간되기 전에는 교수와 직원을 포함해 어떤 누구도 기사를 읽을 수 없고 발간 후에 신문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립대는 재단, 총장이 직접적으로 대학 이미지 실추에 대해 걱정하고 외부압력을 가하고 있다. 반면 국립대는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신문발행에 절차는 있겠지만 사립대보다 심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기사작성과 신문발행이 외부압력에 대해 편집권이 완전히 독립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편집국장들의 결론이다.

 

 

 

대학신문 총체적 위기, 대학생 언론으로 역할 제대로 하고 있는가?

줄어드는 재정지원, 편집권 침해, 외면하는 학생 등으로 대학신문이 위기를 겪고 있다. 부산지역 국립대 대학도 마찬가지다. 최근 등록금 인하 동결로 인해 부산대 김동우 편집국장은 "지난 해 등록금을 5% 인하하고 올해도 동결됨에 따라 언론사 예산이 많이 줄었다"고 하며 "한 해 신문 발행을 21번하는데 방중호를 폐지하고 20번 발행하는 쪽으로 본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부경대 권현정 편집국장은 "5년 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 내 모든 부서가 예산 삭감되어 부경대 신문사도 예산이 줄었다"며 "2주에 한 번 발행에서 한 달에 한번 발행으로 신문 발행횟수를 줄이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반대하고 다른 예산을 찾아 줄였다"고 했다. 또한 "외부발송을 500부에서 100부로 줄였고 한 달에 한 번만 외부발송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박준호 편집국장은 "신문발행에 필요한 예산을 정해주면 그 금액 안에서 외부취재, 발송 등 모든 부분을 이용해야 한다"며 "기자들 복지가 부족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최지수 편집국장은 "등록금 7%인하 후 계속 동결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신문사도 예산이 줄어든 상황이다"고 하며 "대학신문의 예산이 줄어들고 발행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학신문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의 제일 큰 문제점은 외면하는 학생들이다. 70년대~80년대 대학신문은 언론검열 때문에 일간지에서 싣지 못하던 정부비판 기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대안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이 잦아든 90년대 이후, 대학 신문의 역할은 학내언론으로 급속히 축소되었고, 점점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기존 신문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판형을 바꾸거나, SNS를 활용하여 신속하게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사회에 집중하고 밀착 취재하여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산대 김동우 편집국장은 "대학신문은 감시자, 비판자, 기록 역사관, 학생과 사회를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은 한다"고 하며 "대학신문이 존재하는 자체로 대학 내 부조리를 감시하고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

부산 국립대 신문사 편집국장들이 대학신문에 가장 필요로 생각하는 부분이 연대이다. 연대를 하게 되면 대학기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에 민감한 상황이나 한 대학의 신문사가 취재하기 힘든 부분까지 취재가 가능하다. 따라서 기사의 질이 높아진다. 지난 5월 대학언론협동조합이 창립되었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연세대와 한국외대 학보사에서 예산과 편집권을 둘러싸고 대학본부와 갈등을 겪으면서 20여 개의 대학이 연대하여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대학신문의 편집권을 지키고 각 대학언론의 상황을 공유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두 번째는 대학신문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대학신문은 기성언론이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기성언론은 이해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예산이 있어야 신문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문을 지원하는 광고주나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대학신문은 다르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대학, 사회 등 부조리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또한 기성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대학 내 문제점까지 다룰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학생기자들의 대학밀착취재와 발굴보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역량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신문의 독자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부산대 박준호 편집국장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과 인터뷰 중에 들은 이야기를 인용하여 "독자가 외면한 신문은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며 "독자와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산대는 문학상을 개최하고 있으며 많은 학생들이 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의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창간기념일마다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하면서 독자인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부산교대는 학생들 참여 공간을 많이 늘리기 위해 노력하며 기고 글을 많이 받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칼럼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지켜보는 미국 학보사는?

미국의 경우 세계 여론을 주름잡는 언론인의 힘이 대학신문에서 나온다. 대학 신문의 편집권은 대학 본부나 총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매일 1만 부 가까이 발행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문은 총장을 비판하기도 하고, 기성 언론이 하지 못하는 특종을 터뜨려 해외에까지 명성을 떨친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취재한 사람도 학생 신문 기자이다. 또한 총학생회장 선거 때가 되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사설도 쓴다.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예로써 <하버드 더 크림슨>과 <예일 데일리 뉴스>는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미국 학보사에도 위기가 있었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는 학보사들이 정부와 학교를 비판하자 대학에서 언론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지지와 기자들의 노력으로 편집권을 지켜내고 미국 대학신문들이 대학본부로부터 독립해 편집권을 보장받는 계기가 되었다.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신문도 위기에 처해있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여 대학본부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어야 한다. 또한 미국의 대학신문처럼 자유롭게 언론활동이 가능하도록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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