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약속
보통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약속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02.26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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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보다는 내압을 극복하고 싶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故황유미씨와 딸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삼성전자와 법적투쟁을

벌인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제작초기부터 제작비, 배우 캐스팅, 개봉관 확보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2월 6일 무사 개봉하였다.


Q. 이 영화를 언제 기획하게 되었나? 또 제작비와 배우 캐스팅에 있어 힘든 점은 없었나?
◆김태윤 감독: 2011년 6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재판을 접하고 기획하게 되었다. 약 2달가량 고민하다가 황상기 아버님을 만났다. 이후 자료조사에만 8개월 정도가 걸렸고 그 후에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상 스타배우들을 섭외하는 것은 힘들었다. 뜻이 있는 배우를 찼던 와중에 박철민 씨를 만났고 선뜻 하겠다고 하셨다. 제작비의 경우 투자를 해주겠다는 투자배급사가 없어 크라운드 펀딩의 방식을 취했다. 이외에도 개인투자자분들의 도움이 영화제작에 많은 도움이 됐다.
◆윤기호 PD: 배우들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선택은 쉬웠다. 그분들이 하신 말씀이 작품과 시나리오가 좋고 사실인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여담이지만 박철민씨는 어차피 CF가 잘 안 들어와서 상관없다고 하셨다(웃음).

Q. 제작이나 상영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외압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개요 드라마/한국/120분감독 김태윤출연 박철민(상구), 윤유선(저임), 김규리(난주)등급 [국내]12세 관람가

김태윤 감독: 이 부분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실제적인 외압은 없었지만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을 때 주위에 있는 감독이나 PD들이 굉장히 말렸다. 처음에는 흔들렸지만 맞지 않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생각했던 점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해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을 내압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 결국 외압은 없고 내압은 있었던 것 같다.
윤기호 PD: 사실 나도 제작하지 말라고 한 PD 중 한명이다(웃음).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다른 작품의 결과가 좋지 않아 움츠려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외압에 관해서는 이 영화와 관련된 기사들이 없어지거나 전단지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개봉관을 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이건 그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의 문제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여러분들이 보셨듯이 영화는 개봉했다.


 

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가족!

▲ 김태윤 감독과 윤태호 PD

영화 속에서 박철민(상구 역)씨는 “멍게는요 태어날 때는 뇌가 있는데, 바다 속에서 자리 잡고 살기 시작하면서 뇌를 소화시켜 버린대요”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뇌를 소화시키는 멍게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있는 듯하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사건도 중요하지만 영화 곳곳에 깔려 요소들도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다.


Q. 왜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제목을 지었나?
◆김태윤 감독: 원래는 또 하나의 가족이란 제목이었다. 황상기 아버님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황상기 씨와 함께 싸우시는 분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마케팅 팀의 조언에 따라 또 하나의 가족이란 제목은 특정 기업을 비판할 수 있는 선입견을 일으킬 수 있어 현재의 또 하나의 약속으로 바꾸게 되었다.
Q. 영화 속에서 멍게라는 소재가 계속해서 나온다. 또한 상구역을 맡은 박철민 씨가 멍게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 데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김태윤 감독: 처음에 황상기 아버님과 소주 한잔하면서 먹었던 안주가 멍게였다(웃음). 그래서 멍게에 대해 찾아보던 중 영화에 나온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멍게가 식물로 바뀌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설마 대학생인데 믿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일동 폭소). 아버님이 직접적으로 말하신 적은 없지만 대중들에게 말하시는 걸 듣다보니 이런 말씀을 하고 싶은 것 같아 영화에 담게 되었다.

Q. 실제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인지 궁금하다.
◆김태윤 감독: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영화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클라이막스가 있다. 사실을 바탕을 만들었지만 허구적인 부분이 들어간 곳도 있다. 이 영화의 경우에도 팩트를 기반으로
했지만 허구적이 요소가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도 편집자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윤기호 PD: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보상금 3억 5천, 10억이 실제로 있었던 제안인가?, 노조에 대한 탄압이 실제로 있었나?’ 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조사 받은 내용보다 제보를 통한 실제 사건을 기준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 직원들에게 끌려나오는 상구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또 하나의 외압’이란 말이 들릴 정도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스크린 수에 비해 적은 상영 횟수, 단체 대관을 극장 측에서 취소하는 등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힘든 환경에서 영화를 이끌어온 김태윤 감독과 윤기호 PD는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무섭다고 했다.

Q. 감독님이 만든 영화지만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다. 또 영화감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태윤 감독: 우선 힘들었던 점은 제작비 문제였다. 그렇지만 여러 분들의 도움과 하늘의 도움(3월 말에 속초에 눈이 내리고 강우기를 써야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는 등)이 있어 해결할 수 있었다. 감독에 사회적 책무에 대해 얘기하자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내가 아는 분이 예술인은 광대라고 말씀하셨다. 무한도전의 책임은 시청자들을 웃겨주고 재미있게 해주는 것이고,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나의 책임이다. 단지 어떤 영화를 다룰 것인지는 영화감독의 각자 생각이다. 나는 단지 이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
◆윤기호 PD: 내 생각에는 사회적 책임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님과 내가 걱정 했던 부분은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나와 감독님도 대학생 때는 술도 먹고 깽판도 쳤다(웃음). 이렇게 보통사람인 우리를 황상기 아버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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