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모든 대기업이 총장추천제를 도입한다면
[IF]모든 대기업이 총장추천제를 도입한다면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02.26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삼성그룹이 새로 도입한 채용방식이 대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대학별로 총·학장 에게 추천을 받은 인원들을 서류심사에서 면제해 주겠다는 채용방식이 대학서열화를 심화시킨다는 비난을 받으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삼성은 총장추천제 방식의 도입을 유보하였다. 이에 따라 이번 IF 코너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대기업들이 총장추천제를 도입한다면’ 이라는 주제로 상상을 해 보았다.


 

올해, 한국해양대학교 해운·무역학과에 입학한 아치군은 이른 아침부터 학교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늘은 1교시부터 무역거래 실습이 있기 때문이다. 아치군은 고등학교 때부터 OO해운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수능이 끝난 후 입시준비를 위해 대학을 알아보던 중 한국해양대학교가 OO해운에서 가장 많은 총장 추천인을 받는 것을 알고 원서를 접수하였다. 실제로 아치군과 같이 입학한 친구들 중에는 OO해운을 염두하고 온 경우가 많았다. 현재 대학에는 기업과 연계된 학과가 상당히 많다. △삼성전자-경북대학교 모바일공학과 △SK hystec-충북대학교 반도체공학과 △GS칼텍스-중앙대학교 가스·에너지플랜트공학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학들은 기업과 대학의 협약으로 만들어졌으며, 학생들의 교육부터 향후 진로까지 밀접하게 연관되
어 있다.


3시간의 무역거래 실습이 끝나자마자 아치군은 동기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5교시부터 무역영어 수업이 있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치군의 학과는 대부분의 수업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무수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아치군은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 때 듣지 못한 다양한 수업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 OO해운에서 요구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들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88개 대학에서는 공학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공학교육인증제도란 학습 성과, 교육 과정, 교수 역량 등 학습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우리대학 해양과학기술대학의 에너지자원공학과, 공과대학의 정보통신공학과, 토목공학과, 환경공학과에서는 공학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공학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수학, 기초과학, 전산학으로 30학점 이상 받아야하며 공학실무와 관련된 전공 교과목 학점을 54학점 이상 받아야 한다. 한편 삼성전자, KT, 마이크로소프트, 안철수연구소, NHN 등에서도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생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아치군은 그나마 총장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른 대학에 다니는 아치군의 사촌형은 올해 갑자기 총창추천제의 인원이 줄어들어 힘들어 하고 있었다. OO전자를 목표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갑자기 줄어든 추천인원 때문에 취업문턱이 매우 좁아진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업이 추천인원을 통해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것 같아 아쉽다.

지난 1월 삼성그룹이 발표했던 신입사원 채용 시 대학별 추천인원을 도표로 만든 것이다. 이에 국내 최대그룹이 대학을 서열화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삼성그룹과 연관 있는 성균관대가 가장 많은 할당인원을 얻자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어났다. 이 외에도 포항공대, 카이스트가 할당인원에서 제외된점과 호남지역보다 영남지역의 할당인원이 많은 점 등 형평성 문제가 거론됐다.

비록 아치군 역시 OO해운 입사를 목표로 입학했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이상함을 느낀다. 대학이 아닌 기업을 보고 입학하는 학생들,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위주의 수업,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대학의 모습을 보며 대학이 아닌 취업학원에 다니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떠오른 고민들을 머릿 속에 밀어 넣은 채 아치군은 오늘도 학교로 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