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속 ‘작은 쉼터’를 꿈꾸다
지역사회 속 ‘작은 쉼터’를 꿈꾸다
  • 이윤성 수습기자
  • 승인 2014.06.12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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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향기나눔 공동체사업단’

보수동 책방골목의 오래된 책 내음을 뒤로 한 채, 돌계단을 오르면 얼마 못가 이름 그대로 커피향이 가득한 ‘향기 나는 카페’가 위치해 있다. 지역의 ‘작은 쉼터’를 자처하는 이 카페는 지역공동체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의미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 카페 입구

지역의 ‘작은 쉼터’
고풍스러운 현관을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카페의 모습이 펼쳐졌다. 방문객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하나하나 걸린 벽면을 지나, 로스팅 기계 소리를 따라 들어가자 ‘향기나눔 공동체사업단’(이하 ‘향기나눔’) 이은수 대표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향기나눔’은 대표와 사무장 그리고 직원 2명뿐인 단출한 사업체지만, 지역 사회와의 가치 공유를 목표로 하는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들의 주도적 참여로 발생한 수익을 다시 지역에 재투자하며, 지역공동체가 함께 발전하는 기업을 말한다. 그만큼 기업 운영에 있어서 지역 사회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은수 대표는 “요즘은 다들 바쁘다보니, 예전만큼 많은 주민들이 찾지는 않는다”면서도 “주민들을 향한 문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도 소모임을 위해 찾아오는 지역 주민들이 제법 있었다. 이 대표와 반갑게 인사하는 이들은 교회 활동을 위해 카페를 찾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종종 소모임을 위해 카페에 방문하기도 한다”며 “지역의 ‘작은 쉼터’가 향기나눔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우리 가게 ‘1번’은 지역 주민

▲ 마을의 작은 쉼터
“수익 창출이 1번이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게 1번인 거죠”라는 이 대표의 말에는 여느 기업과는 조금 다른, 향기나눔만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이 대표는 지역사회와 공간을 공유한다는 정신이 마음에 들어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그의 말처럼 향기나눔은 ‘1번’을 위해 종종 개방된다. 일례로 ‘향기나눔’의 소강당은 몇 차례 저소득층·다문화 가정의 결혼식 장소가 되기도 했다. 작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강당을 둘러보던 기자에게 한 여직원은 이곳이 이 대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고치고 꾸민 애정 어린 공간이라 귀띔했다.

 

▲ 바리스타 교육 (左), 카페 내부 (右)

 

 

 

 

 

 

 

마을기업의 변신은 무죄
현재 향기나눔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리스타 교육과 천연비누 만들기 프로그램 등은 교회의 수련회 활동이나 인근 초·중학교의 방과후학교 학생들의 체험활동으로 인기가 많다. 직원 이금실 씨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학생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하반기에는 핸드페인팅, 천연 염색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중구청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5일 동안 중구 합창단의 연습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반 카페와는 달리 스터디모임이나 동아리모임을 하기에 여유 있는 공간이 많아, 인근 고신대 학생들이 이곳에서 가끔 종강 총회를 갖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카페 소강당에서는 미니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문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취재를 통해 향기나눔이 소개되어, 해양대 학생들이 함께 봉사하며 가치를 서로 공유하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체험 공방에서 모임 공간, 소규모 공연장까지, 무궁무진한 변신을 거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원이 아닌 자립을 위해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마을기업에 대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때, 마을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해서 취재에 응했다는 말에서는 운영상의 고민 또한 엿볼 수 있었다.
 마을기업은 안전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1년간 운영하고, 마을기업지원센터의 심사를 받아 1년을 연장 받은 이후 3년차부터는 자립을 해야 한다. 이에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향기나눔’은 지원 없이 기존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다. 프로그램이 비정기적으로 운영되다보니 예전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도 제법 있었지만, 수시로 도움을 청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처음에는 저렴했던 커피 가격도 점점 시중 카페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커피 가격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이 대표는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좀 공익적인 의미가 있죠”라며 “직접 로스팅하는 ‘스타벅스’ 커피가 ‘이디야’ 커피 가격이라고 보면 되겠다”고 웃으며 응수했다. 어려움이 많지만 ‘지원을 받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지역 사회 속에서 당당히 자립하는 멋진 마을기업’이 되겠다는 향기나눔의 포부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이윤성 기자   trueys5@km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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