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재수, 삼수해서 간다?
군대도 재수, 삼수해서 간다?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06.15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빨리 군대나 갔다 와야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최근 많은 청년들이 입대신청에 여러 번 떨어지면서 군입대에서조차 재수, 삼수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조차 본인들이 원하는 순간에 다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이다.

입학보다 어려운 입대 
 입대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생각하고 있던 학업계획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김재원(국제무역경제학부·13) 학생은 2학년 1학기 수업을 듣고 있다. 김재원 학생은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할 예정이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김재원 학생은 육군 현역병과 공군에 각 1번, 동반입대병에 3번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이에 대해 김재원 학생은 “군 입대에 떨어지면서 생각했던 계획이 모두 흐트러졌다”며 “복학을 하기는 했지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시간도 짧고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원 학생은 현재 10월에 입영날짜를 받아둔 상태다.

 최근 특이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는 입대가 힘들어지면서 동반입대병의 인기가 높아지며 발생한 현상이다. 동반입대병은 일반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최전방·전방 부대 위주로 배치받기 때문에 지원률이 낮은 모병제도였다. 하지만 입대신청에 떨어진 인원들이 많아짐에 따라 경쟁률이 낮고 빠른 시간에 입대가 가능한 동반입대병에 지원하는 인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상에는 ‘동반입대 카페’도 생겨났다. 이를 통해 주위에서 같이 입대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동반입대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자신의 나이, 지역, 희망입영날짜가 적힌 글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추첨제로 바뀐 입영제도


 

 

 

 

 

 

 

 

 

지난해까지 병무청은 매년 선착순제도를 통해 육군 일반병을 모집하였다. 이는 지원자들이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수시로 열리는 입영일자에 선착순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원자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고 컴퓨터 사양에 따라 피해를 보는 인원이 발생하는 문제가 일으켰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올해부터 자동 추첨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육군 일반병을 모집할 때 입영 선호시기인 2~6월 지원자들을 일괄 모집하여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방법이다. 이 제도를 통해 기존의 문제점은 해결할 수 있었지만 탈락자의 경우 문제가 생긴다. 탈락자들은 다시 간혹 올라오는 공고를 기다리거나 다른 모집병제도에 지원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인원이 많지 않아 힘든 실정이다.

 

입영대상자가 수요인원보다 많아
 최근 몇 년 동안 입대가 힘들어진 이유는 복무기간 단축과 연관이 있다. 병무청은 2008년 1월부터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했다. 기존에 24개월이었던 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6개월을 단축하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하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복무기간을 총 3개월만 줄이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군에서 필요한 인원에 비해 입영대상자가 더 많아 졌으며 잉여인원이 늘어나게 되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에 1만 5천명이었던 잉여인원은 2013년에 3만 3천명으로 늘어났으며,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2021년에는 5만 3천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꼭 2학년이 되기 전에 가야하나?
 앞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비슷한 시기에 입대신청자가 집중되는 이유는 많은 대학생들이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위의 동기나 친구들이 입대를 하게 되면 남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유성안(국제통상학과·13) 학생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갈 예정이다”며 “가끔 전화 오는 동기들이 벌써 일병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안해진다”고 전했다.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정대성 학생(가장왼쪽)


 현재 영국 런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대성(해양공학과·11) 학생은 3학년을 마치고 휴학하였다. 아직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그는 신입생 시절부터 입대를 늦게 할 예정이었다. 그는 “군대에서 보낼 시간은 대학원을 마친 뒤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었다”며 “군대라는 시간을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넣어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도 불안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주위의 동기들이 입대하여 수업을 혼자 들을 때도 약간의 부담감만 가지던 그가 가장 불안했던 순간은 진로의 방향이 흔들리던 순간이라고 한다. 그는 “대학원 진학이라는 방향이 흔들리자 입대가 무섭도록 부담스럽게 다가왔다”며 “나에게 가장 큰 부담감을 주었던 것은 남들이 입대한 그 시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대성 학생이 처음부터 계획을 가지고 영국에 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진로,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자 영국으로 향했다. 계획없이 영국으로 가 우연한 계기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지금 겪고 있는 경험들은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으며 앞으로의 진로에 많은 도움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입대시기를 놓친 학생들에게 “인생에는 해답이 없고 정해진 루트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과 같은 시기에 가지 못한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