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cott 2014부산비엔날레
Boycott 2014부산비엔날레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06.15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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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민주적인 절차부터 관변예술화되는 지역문화

지난 해 10월 28일 금정구에 위치한 ‘독립문화공간 아지트’에 부산지역 예술인들이 모여들었다. 화가, 작가, 갤러리의 대표 등 분야를 불문하고 다양한 예술인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2014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 선정에서 조직위원회의 비민주적인 행정절차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위해서이다.

청년으로 시작해 부산이란 이름을 달다

▲2012부산비엔날레 포스터

  부산비엔날레의 시작은 청년비엔날레였다. 1981년 부산지역의 청년예술가 84명의 참여로 시작한 부산청년비엔날레는 바다미술제,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과 합쳐지면서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로 바뀌었다. 이후 2002년부터 그 명칭을 부산비엔날레로 바뀌었으며 2014부산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의 예술인 3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부산비엔날레는 여러 의미에서 부산지역예술인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부산 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으로 있는 우리대학 김태만(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부산비엔날레를 두고 “청년비엔날레의 시작 자체가 뜻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시작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부산이란 지역과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할 수 없는 선정과정

▲사건경과

 

 

 

 

 

 이렇듯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도 불구하고 지역예술인들이 보이콧을 펼치게 된 이유는 전시감독 선정과정에서 일어난 비민주적인 절차 때문이다. 이번 2014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 선정은 투표를 통하여 진행되었다.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240명의 국내외 인재를 검토해 총 7명의 최종후보를 선정하였다. 이후 조직위원장, 수도권 작가, 지역 미술인 등으로 구성된 9명의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이들의 투표로 전시감독을 선정할 예정이었다.
 
 투표 결과, 부산의 전시기획자 김성연씨가 5표로 1위를 하였으며 프랑스인 기획자 올리비아 캐플랑씨가 3표로 2위를 차지하였다. 이후 결과대로 김성연 기획자가 전시감독으로 선정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김성연 기획자에게 올리비아 캐플랑씨와 공동감독을 맡아줄 것을 제안하였으며, 김성연 기획자는 이를 거절하였다. 결국, 조직위원회는 투표에서 3위를 한 기획자도 같은 제안을 거절하자 지난 해 11월 올리비아 캐플랑씨를 단독 전시감독으로 선정하였다.

 지난 5월 27일, 부산문화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인 전시감독 선정은 지역 문화 예술인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결정이다”며 “이번 보이콧 선언은 권위적인 문화 권력에 대한 예술인들의 당당한 선언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만(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조직위원회에서 사전공지도 없이 전시감독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부산비엔날레의 본질을 퇴색시키는 행위이며 지역예술을 관제예술화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길이 아닌 벽이 되어버린 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보이콧 기자회견

 “저희에게 길이 되어야 하는 축제가 벽으로 느껴졌어요” 2014부산비엔날레 보이콧에 참가한 청년예술인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부분이다. 부산비엔날레의 모태가 청년비엔날레인만큼 이 행사는 이제 막 예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청년예술인들에게는 기회의 장이었다. 하지만 전시감독 선정문제가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흐려지고 있다.

 현재 자연예술인협회에서 활동 중이며 이번 보이콧에 참가한 옥진화(작가·30) 씨는 “부산비엔날레 감독선정 문제는 문화기득권이 청년예술인들의 도전정신을 막는 것이다”며 “마치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처럼 보여 예술인들의 의욕을 떨어트린다”고 전했다. 또한 얼마 전에 대학원을 졸업한 조정현(서양화·26)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설자리를 잃는 기분이다”며 “청년예술인들의 자유로움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비엔날레는 올해로 개최 34주년을 맞이하는 전통적인 축제이다.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담고 있는 만큼 부산에게 의미 있는 축제이다. 하지만 이번 감독선정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지나치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옥진화(작가·30)씨는 “일반 시민들도 그렇지만 지금 예술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조차 이번 일에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쉽다”며 “당장 몇 년 후면 본인들의 문제가 될 텐데 좀 더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예술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부산문화연대에 속한 한 예술인은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행정절차나 소위 낙하산 방식의 인재등용은 예술에만 국한된 부분이 아니다”며 “다른 부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많은 부산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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