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은?
강의평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은?
  • 배수혁 기자
  • 승인 2014.09.01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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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피드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성의 있는 강의평가가 필요

  우리대학은 2002년부터 교원들의 강의에 대한 책임감 강화와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해 왔다. 2009년부터는 평가 결과를 교원의 심사평가(총 100점)에 15점을 반영하고, 시간강사의 경우 강의평가 점수가 3.0이하일 경우 재계약 임용에 영향을 주도록 변경되었다. 이후 강의평가 공개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의평가 결과를 2010학년도 2학기부터 우리대학 종합정보시스템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강의평가에 점점 무관심해지는 학생들

_ 한국NGO신문은 대학생 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강의평가가 학생과 교수와의 소통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3.5%의 학생들이 ‘소통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위의 조사에서는 강의평가가 학생들의 일방적인 평가이며 교수와 학생간의 수평적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강의평가의 실효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평가지에 의견을 제기해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강의평가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학생은 “강의평가를 하고 나서도 실제로 강의는 똑같이 진행되었다”며 “강의평가를 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학생들의 경우 소위 ‘평가지를 제대로 읽지 않고 한 번호로 체크하기’를 하기도 한다. 이에 학사과에서는 학생들의 무성의한 평가지 작성을 방지하기 위해 평가지에 배치되는 문항을 추가했다. 답변이 반대로 나와야 하는 문항을 만들어 답변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경우 강의평가를 다시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은 강의평가 결과 점수를 종합정보시스템에 수강신청 기간에만 원점수로 공개하고 있다. 수강신청 시 학생들이 참고하라는 취지에서 공개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영교(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08) 학생은 “주변에 수강신청 기간에 강의평가 점수가 공개되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며 “수강신청 시 참고를 하려 해도 세부적인 내용이 없고 평균 점수만으로는 참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사과 양경은씨는 “평가 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것들을 공개하게 되면 교수님들의 교수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의평가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성적을 열람하기 위해 먼저 강의평가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한다. 때문에, 일부 학생들의 경우 강의평가를 성적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준명(영어영문학과·09) 학생은 “강의평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강의평가를 했지만 다음 학기에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보여서 실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성실히 작성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교수회 회장 한병호 교수는 “강의평가 문항 중 어느 정도는 답이 비슷하게 나와야 하는 객관성을 띄는 문항 (휴·결강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 졌는가?) 에서도 학생들의 답이 다른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경우 학생들의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의심 된다”라고 말했다.

강의평가가 교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_ 우리대학 학사과에서는 강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평가점수가 높은 교원의 10%와 하위 10%를 관리하고 있다. 상위 10%의 경우 전임교원 6명, 비 전임교원 3명을 선발하여 ‘우수강의자’ 시상과 함께 포상금도 주어진다. 하위 10%의 경우 학사과 차원에서 경고조치와 함께 기초교육원 교수 학습 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수법 강의에 1회 이상 참석하도록 한다. 또한, 2009년부터 강의평가 점수를 교수들의 심사평가에 총 100점 중 15점을 반영한다. 비 전임교원의 경우 3.0이하의 점수를 받을 경우 재계약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인사고과에 반영을 하고 점수로 순위를 매기다 보니 때로는 다른 교수들보다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부담으로도 작용한다”고 고백했다.

한편, 교수 학습 지원센터의 교수법 프로그램 또한 학과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일반적인 구성 때문에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교수 학습 지원센터에 있는 강의도 개별적 강의나 학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의평가의 원래 취지는 강의에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개선하려는데 있다. 한 교수는 본부 차원에서 강의평가를 전체적으로 실시하기 전에 스스로 설문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일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과거 개인적으로 강의의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학생들의 의견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려고 설문을 했었다”며 “강의의 질을 높이려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교수 스스로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 대학의 사례

_ 성균관대와 포항공대(POSTECH)의 경우 교원의 근무평정용 설문지와 수업 개선용 설문지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에는 교양강의평가용 설문지를 교양강좌에 대하여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공대와 경영대를 비롯한 몇몇 단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설문지를 사용한다. 인하대는 강의의 유형을 10개로 나누어 각 유형별 설문지를 따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연세대의 경우 대학원용 강의평가 설문지를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우리대학도 2011학년도 1학기부터 설문문항수를 9개로 늘였지만 여전히 학과와 강의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강의평가는 단순히 강의와 담당 교수를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강의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학생과 교수의 풍부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창구이다. 우리대학의 강의평가도 본래의 취지를 위해 체계적인 평가와 결과가 실제로 반영되는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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